「아베크롬비」 철수 이어 「갭」도 흔들, 위기의 아메리칸 캐주얼 솔루션은?

whlee|17.10.10 ∙ 조회수 38,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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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캐주얼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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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G&F(대표 조준행)가 전개하는 「아메리칸이글」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매출 1위를 달린다. 330㎡ 규모 매장에서 월평균 2억원의 매출을 낸다. 하지만 전국 현대백화점에서 「아메리칸이글」의 점포는 이곳 하나뿐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메리칸 캐주얼의 위상치고는 좀 초라한 모습이다. 어깨를 나란히 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의 「갭」은 이미 3년 전 현대백화점에서 전부 철수했다.

빈티지한 로고, 트래디셔널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시장을 강타했던 아메리칸 캐주얼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 안에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위기국면에 놓일 것으로 추측한다. 「갭」 「홀리스터」 「아메리칸이글」 「아베크롬비앤드피치(이하 아베크롬비)」 등은 △현지보다 40%가량 비싼 가격정책 △미국 현지에 맞는 트래디셔널 스타일 △동양인 체형과는 맞지 않는 핏 △폐쇄적인 유통정책 등 본인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존재감을 감추는 중이다.

가장 먼저 한국시장에서 백기를 든 것은 「아베크롬비」다. 이들은 올해 초 서울 청담동 명품 거리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폐점했다. 2013년 문을 연 뒤 약 4년 만에 철수한 셈이다. 353㎡ 규모로 해외 명품 매장 사이에서 위용을 뽐냈던 「아베크롬비」는 미국보다 50%가량 비싸게 매긴 판매가가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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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크롬비」 자리에 「홀리스터」가 대체제로?

이미 병행수입과 해외직구로 기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했던 고객들은 눈에 뻔히 보이는 우롱(?)에 발길을 돌렸다. 현재 「아베크롬비」 국내 매장은 모두 철수했다. 자매 브랜드인 「홀리스터」는 잠실 롯데월드몰과 여의도 IFC몰,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총 3곳을 유지, 운영 중이나 IFC몰과 롯데월드몰이 대대적인 MD 개편을 준비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모 백화점 바이어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캐주얼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이 직접 상품을 찾게 되고 더 다양하고 저렴한 브랜드가 판을 치면서 자연스레 외면받게 됐다. 국내 고객에게는 맞지 않은 체형의 옷인 데다, 다른 베이직하면서 가격대가 낮은 SPA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자취를 감췄다. 백화점에서도 계속 축소를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이 전개하는 「갭」은 국내에 첫발을 들였던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본 매출 3억~4억원을 웃돌며 큰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5년 사이 주춤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 매장 출점 계획도 당분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롯데 평촌점 등을 비롯 총 16개 매장을 유지, 운영 중이다.

「갭」 저성장 가속화, 국내는 할인행사 늘려

「갭」은 빈티지한 컬러감과 특유의 간결한 로고 플레이가 일품인 브랜드다. 하지만 내부 디자인이 변화하지 않고 트렌드와 온라인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은 탓에 ‘트렌디한 맛은 없다’는 지적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에 「갭」은 오히려 일관된 스타일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뒀다. 아울러 국내 트렌드 변화에 맞춰 트렌디한 패션 상품군 또한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모 유통망 관계자는 “「갭」을 비롯한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는 빈티지한 컬러가 많다. 팝하고 과감한 컬러를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들과는 일단 색상 톤 자체부터가 잘 맞지 않는다. 본토에서의 상황도 좋지 않은데 국내에서라고 좋겠나. 최근에는 시즌이 지난 재고 활용을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자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갭」의 또 다른 자사 브랜드인 「바나나리퍼블릭」은 국내에서 이미 반 철수를 마쳤다. 공식 전개사였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9월부로 10년 만에 손을 뗐다. 「바나나리퍼블릭」은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비롯, 거의 전 지점에서 철수를 마쳤으며 잠실 롯데월드몰과 여의도 IFC몰 매장 등 주요 매장을 거의 다 정리했다. 오피셜한 미국 여성복의 감성과 평균 10만원대의 애매한 가격대가 발목을 잡았다.

「바나나리퍼블릭」 SI 중단, 전점 철수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8월31일 부로 신세계 아울렛 점포까지 모두 철수했다. 「바나나리퍼블릭」을 정리하는 대신 「끌로에」 「폴스미스」와 같은 해외 명품 비즈니스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아메리칸 캐주얼 중 가장 많은 매장 수를 유지하고 있는 「아메리칸이글」은 2015년 국내에 처음 입성했다. 현재 전국 총 19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정상매장 17개점, 아울렛 2개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겨냥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 유통 관계자에 따르면 이 브랜드의 월평균 매출액은 2억~3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륙 2년 만의 성과치고는 현 상황이나 앞으로의 기세도 나쁘지 않다. 「아메리칸이글」은 전년 대비 약 40% 전체 매출이 신장했으며 내년까지 대형점포 3개점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아메리칸 캐주얼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감성 어패럴 외에도 가성비를 강화한 ‘데님’이 이 브랜드의 신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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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이글」 점포 수 대비 매출 상승세

「에어리」와 같은 이너웨어 라인을 함께 구성, 복합매장 형태로 선보이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데님 가성비 △본사의 적극적인 소재 개발 등을 통해 국내 고객만을 위한 상품 라인도 지속 선보이고 있다. 국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며 이번 F/W에는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아우터 개발까지 마쳤다.

하지만 「아메리칸이글」 또한 매장 자체의 고객 유입이 론칭 당시보다는 많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고객이 주 타깃인데 이들이 온라인과 저렴한 국내 유니섹스 캐주얼에 몰리면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0년 전만큼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높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 중 하나다.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준명품캐주얼’로 인식됐던 아메리칸 캐주얼의 침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단 플로리다나 LA의 감성 자체가 국내 고객에게 먹히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기본 티셔츠나 데님류 또한 가격 대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 컬러 톤 또한 국내 고객과는 맞지 않는 색상이 많았으며 가성비 또한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美 현지 상황 악화, 「아메리칸이글」만 호투

미국 본토에서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아베크롬비」는 올해 말까지 미국 오프라인 매장 60개를 폐점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었으나 팔리지 않아 매각을 철회했다. 시가총액은 6억5000만달러에 달하며 「아메리칸이글」과도 협상을 했다. 앞으로 이들의 글로벌 신규 매장은 중동과 같은 제3국에 거점을 둔다. 이미 트렌드에 노출된 국가에서의 활동은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다.

「아베크롬비」는 2016년 33억달러로 매출을 마감했다. 「아메리칸이글」은 시장 가치 24억달러로 전 세계에 1000개가량의 매장을 전개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19% 넘게 상승하며 호재를 보이고 있다. 「갭」은 북미 매장 축소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으며 위기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갭」은 자사 저가 브랜드 「올드네이비」의 호실적으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으나 2014년부터 매년 5~10% 이상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갭」은 현재 3275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신용등급과 주가의 하락 등 추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 또한 매년 급감하고 있으며 본사는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매장과 직원 수를 대폭 줄였다. 쓰나미처럼 덮쳐 오는 브랜드 하락세에 당하지 않으려면 국내 전개사와 유통망 모두 할인정책, 신상품 프로모션, 온라인 비즈니스를 영리하게 적용하며 충분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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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비즈 2017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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