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퀘어 오픈!
‘요동’치는 서남부
bkpae|09.08.10 ∙ 조회수 17,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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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통틀어 서울에서 전통적으로 명동과 강남 다음으로 치는 영등포 상권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8월 19일로 오픈을 코앞에 둔 경방(대표 이중홍)의 ‘타임스퀘어’로 인해 격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타임스퀘어와 함께 이 상권 안에 포함된 신세계 영등포점의 리뉴얼은 하반기 유통업계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오히려 상반기에 초미의 대상이던 신세계 부산센텀점보다 논란의 파괴력에 있어서는 더욱 앞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동일 상권인 영등포는 물론 목동과 금천 아울렛 타운 등 주변 상권 경쟁 유통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가운데 무한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 영등포점, 현대 목동점, 마리오, W몰, 패션아일랜드 등이 모두 비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의 ‘태풍의 눈’은 바로 타임스퀘어다. 8월 중순 오픈에 앞서 지난 3월에 MD 확정이 이뤄졌음을 볼 때 ‘과연’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쇼핑센터와는 다른 개념의 업태로 출발한 이 유통은 규모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가로수길과 도산공원 옮겨놓는다?
연면적 37만3000㎡(약 11만3000평)의 규모는 코엑스몰(11만9000㎡)의 3배 이상이다. 최근 백화점 단일 점포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신세계 센텀점의 29만3900㎡(8만8900평)보다 8만㎡가 더 크다. 채워지는 콘텐츠도 이에 걸맞게 화려하다. 브랜드 매장 단위의 입점이 아니라 ‘잘나가는 상권 자체를 담는다’는 개념이다. 전체적인 컨셉은 백화점과 가로수길 로데오거리 등 압구정의 모습을 가져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먼저 신세계 영등포점과 쇼핑몰 1층에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압구정동 백화점과 청담동 명품거리 못지않은 명품관 이미지를 담아낸다. 1층에 유치되는 패션 명품 브랜드 수만 22개다. 330㎡(100평)의 「루이뷔통」 매장과 265㎡(80평)의 「구치」 매장은 명품 매장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회자되는 신세계 센텀점과 견주어도 크게 빠지지 않는다.
현대목동, 명품 매장 40~50개로 확대
특히 백화점과 명품관이 들어서는 쇼핑몰 1층은 경방과 신세계가 각각 56대44의 지분으로 신세계가 장기위탁 관리해 나가는 체제다. 명품매장 옆에는 「자라」와 「망고」 등 SPA브랜드 4개가 들어선다. 계약상의 문제여서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톱숍」의 입점 소식도 새어나오고 있다. 타임스퀘어 1층은 롯데 잠실의 아케이드 매장을 업그레이드해 놓은 모습으로 선보인다.
이 밖에 아기자기한 매장은 가로수길과 도산공원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경방에서 자체적으로 유치한 「트위(Twee)」는 디자이너 3명을 모아 셀렉트숍 느낌을 전달한다. 또한 미국의 유명 패션스쿨인 파슨스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멀티숍 ‘파슨스’와 소품부터 침대까지 라이프스타일숍으로 꾸며질 「프랑프랑」, 부래당(대표 진제철)이 스스로 정리한 ‘쇼룸’ 이후에 새롭게 오픈하는 셀렉트숍과 스포츠 스타를 직접 내세운 스포츠 체험 문화관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곳에 첫 번째로 깃대를 꽂는 브랜드도 다수 존재한다. 또 다른 여성복 SPA브랜드 「스프링필드」는 200㎡(60평) 규모의 첫 매장으로 들어선다. 이 브랜드는 이너웨어 겸 원마일웨어 「워먼시크릿」을 전개하는 박진기 JK파트너스 사장이 새롭게 런칭하는 SPA브랜드다. 독일 액세서리 「브라운버펄(Braun Buffel)」도 ‘타임스퀘어’에서 신고식을 치른다.
지금까지 보기 힘든 거대한 규모와 강력한 콘텐츠로 무장한 타임스퀘어의 등장을 가장 먼저 의식한 곳은 현대 목동점이다. 이미 이 상권의 변화를 감지하고 발빠르게 움직인 현대는 지난 6월 목동점의 증축 리뉴얼을 마치고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영등포 백화점들과는 불과 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질 필요를 느낀 것이다.
지난 6월 초에 오픈한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리뉴얼한 이 점포는 지난해부터 1년 동안 공을 들여 선보였다. 리뉴얼의 주요 골자는 영시티몰의 특화와 명품 매장 강화다. 지하 1층 영시티몰은 그동안 백화점 점포에서는 볼 수 없었던 LED패널과 광선 등 시각효과를 줘 클럽 분위기를 자아냈다. 타임스퀘어가 압구정이라면 현대 목동점은 홍대거리를 연상케 한다.
롯데, 영등포점 2011년 20% 증축
명품매장 수도 파격적으로 늘렸다. 지금까지 20개 안팎인 명품 매장을 2배 이상인 40개로 늘렸다. 마담 등이 섞여 있던 2층은 수입 부티크 매장으로 전면 리뉴얼했다. 「끌로에」 「마르니」 「마크제이콥스」 등을 리뉴얼 오픈과 함께 선보였으며, 7월 초에는 300㎡(90평)에 「프라다」를 채워 넣었다. 앞으로 명품 매장을 45~50개로 맞춰 간다는 계획이다.
지하 아케이드몰과 명품 매장을 앞세운 백화점까지 현대 목동점 점포 자체를 하나의 쇼핑타운 느낌으로 리뉴얼했다. 면적 확대를 위해 주차장으로 쓰던 지하 3층도 서적 문구 캐릭터숍으로 채우는 확장도 시도했다. 이처럼 전면적으로 리뉴얼한 현대 목동점은 올해 6000억원, 내년 7000억원의 연간 매출 달성으로 국내 백화점 점포 순위 5위권 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목표인 7000억원은 지난해 4위를 기록한 롯데 부산점의 매출 74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현대가 나서자 롯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롯데 영등포점도 지난 6월에 증개축 심의를 신청했다. 타임스퀘어가 오픈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롯데 영등포점이었다. 조만간 증개축 승인 여부가 결정될 이 점포의 계획은 현재 8개층에서 2개층을 증축해 매장을 기존보다 20% 늘린다는 것이다. 면적으로는 6600㎡(2000평) 규모다. 2011년까지 리뉴얼을 마치고 영등포 상권의 입지를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한상태 사장 앞세운 마리오, 다점포로
7월 중순 현재까지 건축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롯데는 이르면 8월에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비해 대응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오픈한지 18년이 되는 영등포 상권 터줏대감의 이미지를 잃기는 싫기 때문이다. 타임스퀘어 오픈으로 인한 서남부 상권은 업태를 가리지 않고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km 정도 떨어져 있는 금천 아울렛 타운조차 영향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공영 유통’의 성격이 강한 W몰은 차치하더라도 마리오(대표 한상태)는 2001년 오픈 이래 처음으로 다점포 계획을 사실상 공표했다. 이전에도 다점포 오픈의 의지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타임스퀘어 오픈 시기와 맞물려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갔음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패션아일랜드는 일찌감치 수원과 관악구 신림동에 2·3호점을 확보하며 전국 단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서울 서남부 상권 변화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등포 상권이 아닌 서울 서남부 지역을 하나의 상권으로 보면 전국 상권 순위 1~3의 순서를 다시 매겨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남부 지역의 유통 변화는 업태를 막론하고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뛰어들었다지만 지금까지 비교적 자유로웠던 업태인 아울렛도 예외가 아니다. 마리오는 침묵을 깨고 다점포 계획에 수반한 세부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길 건너 W몰의 급부상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아울렛의 강자’ 마리오의 선택이기에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마리오는 지난 6월 한상태 부사장을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사령탑으로 내세우고 롯데백화점 일산점과 강남점, 러시아 모스크바 점장을 지낸 강동남 부사장을 영입해 마리오 점장으로 앉혔다. 한사장은 다점포 계획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며, 강점장은 가산동 일대 상권 방어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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