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솝 ‘시로(SHIRO)’ 승승장구
    Z세대 겨냥 셀프 판매기법 도입

    조태정 객원기자
    |
    21.10.25조회수 5879
    Copy Link



    일본 유통이 포화 상태의 MD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유일한 성장동력
    화장품에 주목하고 있다. 이 중 신흥 브랜드 시로의 상승세가 매섭다.



    일본은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으로 브랜드 파워가 없는 패션 브랜드는 가격 경쟁에 휘말려 계속된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화장품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미 포화 상태였던 유통 시설이 신규 고객 확보와 방문 빈도수를 높이기 위해서 선택한 아이템 중 하나가 화장품이었다.

    시세이도, 코세, 카오, 포라 등 대기업이 계속해서 유통 시설에 맞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리뉴얼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유통 개척은 물론 아이템 확장과 판매 방식도 변경해 규모를 늘려 왔다.

    이렇게 유통의 유일한 구세주가 된 화장품 브랜드 속에서 특히 신규 화장품 브랜드에 주목했다. 유통은 오가닉 혹은 자연 소재, 에코 콘셉트 뷰티 상품 관련 브랜드에 주목해 5~6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테넌트를 모집했다. 이세탄 신주쿠 백화점도 8년 전 대대적인 리뉴얼 시점에 지하 2층을 통상적인 1층 화장품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오가닉 코스메틱과 뷰티 플로어 존으로 채웠다.





    Z세대 겨냥해 무인 매장 오픈한 ‘시로셀프’

    신주쿠 루미네(SC)의 경우 시로(SHIRO)라는 새로운 브랜드에 주목했다. 1일 승차 객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신주쿠역과 연결된 루미네 시설에서 항상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던 화장품 브랜드 시로가 작년 증축 공사 때에는 접객 없는 시로셀프(SHIRO SELF) 매장을 오픈해 화제가 됐다.

    이 셀프 매장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접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Z세대에 대응해 새로운 업태 개념인 디지털스토어로 2020년 3월에 오픈했다. 기존 매장 매출 호조로 매장이 붐벼서 셀프 매장을 시도하던 찰나에 코로나19 사태로 무인 매장은 아주 적절한 시점에 오픈한 셈이다.

    셀프 매장은 △커스터머 서비스 리스(Customer service less), △패키지 리스(Package less), △보더 리스(Border less)라는 3가지 LESS를 콘셉트로 했다. 상품 설명을 해주는 판매원이 없는 대신 매장 입구에 있는 대형 QR 코드를 스캔해 자신의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상품 설명과 간단한 음성을 들을 수 있어 판매원 접객 없이 상품 정보를 알 수 있다.





    기존 매장과 셀프 매장 구분, 고객이 선택

    환경과 윤리적 의식이 높은 Z세대를 겨냥해 상품 박스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에시컬 제도(박스를 빼고 전달하는 제도)를 도입해 3% 내린 가격으로 판매해 루미네 카드 5% 할인과 더불어 할인을 받으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환경에도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으는 시스템이다.

    원래 이 매장은 역 개찰구 근처 유동 인구가 매우 많은 지역기도 한데 아주 심플하면서 클리어한 매장 인테리어로 주목을 받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픈 당시부터 기존 백화점처럼 고객을 접객하고 매출이 좋았던 매장이라 리피트 고객도 자주 방문하는 매장이다.

    셀프 매장 바로 옆에는 기존 매장과 같은 스타일로 직원을 배치해 기존 방식대로 접객하고 문의하고 싶은 고객에게 대응한다. 반면 셀프 매장은 이미 구매할 제품을 정해 놓고 혼자 보고 구매하는 곳인데 간섭받고 싶지 않은 손님은 셀프 매장으로 입장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는데 셀프 매장의 경우 판매원이 담당하는 것은 계산대에서 결제할 때와 구매할 상품을 전달받을 때뿐이다.





    코로나19 불구하고 전년비 154% 이상 성장

    ‘일본의 이솝’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인지도와 클리어한 이미지로 젊은 여성에게 인기다. 시로의 화장품 성분은 천연 소재만을 사용해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이고 성장해 왔다. 시그니처 아이템은 스킨, 향수, 메이크업, 헤어, 보디 라인 등 폭넓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면서 화장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저조했지만 스킨 케어 중심으로 꾸준히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SHIRO는 가장 매출 결과가 나오기 힘들었던 작년 3~12월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신장률 154.3%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포함해 매출은 전년대비 87% 이상 성장했고 기존 오프라인 매장도 56% 이상 성장했다. 2019년 매출 56억엔에서 2021년 6월 결산 결과(2019년 7월 ~ 2021년 6월) 133억엔으로 2년 만에 매출이 2.3배나 늘었다. 특히 매출을 견인한 것은 50종류가 넘는 향수 상품이다. 스킨 케어나 메이크업 용품 매출을 넘어 과반수의 매출을 차지한다.





    50종류가 넘는 향 중심 상품 인기 증가

    오드펄 퍼퓸, 바르는 향수, 룸 향수 등 풍부한 라인업으로 상품을 전개하고 있으며 향 자체도 우디, 플로럴, 프레시 타입 등으로 자체적인 포지셔닝으로 향에 대한 정의를 내려 고객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스탠더드한 향부터 얼그레이같이 시즌마다 종류도 다른 상품이 출시되고 한정으로 발매했던 향은 항상 출시하자마자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상품은 자연 소재이므로 공정과 출시 시즌에 영향이 있어 내년에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다.

    실제 2020년 9월 24일 온라인 예약을 개시한 이후 금목서(KINMOKUSEI) 향수는 상품 박스도 없는 제품이지만 15분 만에 완판됐고, 박스에 넣어서 판매한 상품은 1시간도 안 돼 완판됐다. SNS나 홈페이지에는 “드디어 샀다!”라는 코멘트가 급증했고, 해시태그 ‘SHIRO’는 트위터 트렌드에 올랐다. 작년 12월에 리뉴얼 오픈한 오모테산도 본점에서 한정 판매한 ‘SHIRO PERFUME WISHING WELL’이라는 제품도 이틀 만에 다 팔렸다. 지금도 금목서 향수 시리즈는 항상 재고 부족으로 온라인 숍에서 예약해야만 살 수 있다.





    안전한 소재로 높은 신뢰를 얻은 상품들

    SHIRO 제품 공통적인 특징은 실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매일 사용하는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신념을 토대로 술지게미 화장수나 가고메 다시마* 에센스같이 상품명에 자연 소재 이름을 붙여 알기 쉽게 표현한 것도 특징이다. 품질은 기본이며 이는 SNS를 통해 저절로 확산되고 매월 발매하는 신제품 등 제품 라인업 밸류에이션이 식품을 원재료로 한 상품이 많아 친근하며 자주 신상품이 출시되기 때문에 재구매율도 높다.

    원래 OEM 제조를 하면서 쌓아왔던 노하우를 기반으로 2015년부터 브랜드 파워를 높여 데뷔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상품 품질은 물론 자연 소재에 대한 퀄리티와 철학이 깔려 있다.

    또한 원료로 쓰던 식물과 음식을 베이스로 한 푸드 영역도 운영하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한 음식을 제공한다. 소재 자체의 맛을 살린 카페 운영, 뷰티 마사지, 스파 미용실 운영 등 여성의 미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마인드까지 갖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대표하는 기준이 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자사 제조 노하우 살려 스피디하게 상품 출시

    매년 160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빨리 알아내 자사 상품 개발과 제조 능력을 살린 것도 하나의 성공 비결이다. 코로나19 때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효자 아이템은 알코올 제품이다. 기존 생산라인을 멈추고 알코올 제품을 제조한 것이 키포인트였다.

    자사 공장이 있기 때문에 기존 제품 생산의 일부를 멈추고 원래 발매할 예정이었던 케이스에 알코올 소독제를 넣어 판매했다. 마켓의 니즈에 속히 대응하는 능력을 발휘한 절호의 기회였다. 감염자가 속출한 지 한 달 만에 빠르게 제품을 개발해 판매까지 한 것은 일관해서 자사에서 제조하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고객 방문이 줄어든 상황에도 SHIRO 매장은 손님이 끊임없이 방문했다. 매장에는 항상 남성 고객도 있는데, 커플로 오거나 혼자 온 경우는 선물을 사기 위해서다. SHIRO를 선물하면 센스 있는 남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지침이 될 정도로 SHIRO는 여성에게 이미지가 좋다.





    적극적인 SNS 교류, 고객 프로그램 멤버십 도입

    작년에 SNS로 팬들에게 직접 발신하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실시한 것도 성공의 또 다른 요소였다. 팬층이 아주 탄탄했기 때문에 인스타 라이브를 자주 실시했다.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 대책이나 아이 메이크업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영상을 1주일에 한 번 발신했다. 아카이브를 포함한 동영상 시청자 수는 평균 2만명 이상으로 일본에서는 드문 수치다.

    2021년 1월부터는 ‘SHIRO Membership Program’ 제도를 만들었다. 고객이 됐다면 그 고객을 확보하고 계속 유지하고 반복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멤버십 프로그램에는 포인트 환원 등 세일은 없지만 고객은 회원 스테이지에 따라 한정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체험형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브랜드 설립 이래 처음으로 시도하는 회원 프로그램이다. 고객과의 관계성을 구축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상품 품질은 업그레이하고 브랜드에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한 하나의 대책이다. 화장품으로 시작했지만 마케팅 전략도 점점 강화해 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하는 상징적인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