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AP 인수딜 승인, '파페치' 부진 돌파할 수 있을까
글로벌 럭셔리 패션 플랫폼 '파페치(Farfetch Limited)'가 지난해 8월 지분 인수한 YNAP(Yoox Net-A-Porter)에 대한 인수 딜을 마무리 짓고 있다. 파페치는 작년 8월 리치몬트그룹으로부터 YNAP의 지분 47.5%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동안 해당 거래에 불공정 등 문제 유무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을 거쳐 지난 2월 영국에 이어 최근 유럽(EU)으로부터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 거래는 현금이 아닌 서로의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딜이 마무리되면 리치몬트그룹은 YNAP의 지분 49.3%, 파페치는 47.5%, 중동의 투자회사인 심포니글로벌(Symphony Global)이 3.2%를 각각 소유하게 된다.
이후 리치몬트는 파페치의 테크놀러지를 적극 활용해서 그룹 내 브랜드(카르티에, 반클리프아펠, 피아제, 클로에, 알라이아, 던힐, 델보 등)에게 이커머스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파페치의 마켓플레이스에서 e-컨세션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리치몬트그룹 내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요한루퍼트(Johann Rupert) 리치몬트 체어맨은 이같은 행보를 통해 "파페치의 총매출액(GMV, gross merchandise value)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파페치는 해당 거래를 통해 이커머스 부문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최고 경쟁사인 YNAP을 인수함으로써 총매출액 4조300억원($3bn)이 추가되는 효과를 얻고, 럭셔리 패션 마켓 플레이스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YNAP을 흡수하는 것으로 과연 파페치가 연간 적자 2850억원(€200m)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파페치는 현재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포스트팬데믹 후 사업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지난 2/4분기(6월 마감) 결과 수익이 1.3% 하락하면서 올해 매출 규모는 6700억원($500m)이나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분기 적자는 411억원($30.6m)으로 더욱 악화됐다. 시가총액은 2018년 상장 당시 8조3300억원($6.2bn)에서 현재(10/23) 8800억원($654.5m)으로 그 규모가 89.4%나 줄어든 상황이다.
이처럼 파페치의 사업이 부진한 것과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서 패션산업계와 투자계에서는 파페치가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방향성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파페치는 2008년 창립 이후 세계 각지의 패션 매장을 소비자들과 직접 연결시키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로서 ‘인벤토리 없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 받았으며 패션 리테일의 미래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오프라인 리테일러인 '브라운스(Browns)'를 인수한 후 스니커즈 리셀러 '스태디움굿즈(Stadium Goods)', 스트리트웨어 기업 '뉴가즈그룹(New Guards Group)', 화장품 리테일러 '바이올렛그레이(Violet Grey)' 등을 연이어 인수하고 알리바바와의 거래를 통해 중국으로 진출하는 등 코어 비즈니스(마켓플레이스 운영) 보다는 주변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는 것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물론 파페치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용 절감과 사업을 재정비하는 노력을 펴고 있다. 올초 본사 인원을 800명이나 줄였으며 지난 8월 뷰티 부문을 철수했고 최근에는 화장품 리테일러인 바이올렛그레이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파페치의 생존을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매년 40% 매출 하락을 보이는 뉴가즈그룹을 정리하고 파페치의 강점인 ‘인벤토리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인수한 YNAP으로 확장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언제보다도 명확하게 파페치의 비전이 보여져야 할 시기다.
파페치는 현재 50개국의 1400개 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총매출액(GMV) 5조5100억원($4.1bn, -4%), 수익 3조 90억원($2.3bn,+3%), 적자 2400억원($177m)을 기록했다. [패션비즈 = 정해순 런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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