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마켓, 수입 브랜드 ‘봉’인가!
7~10배 폭리… 백화점 유통서 특혜
mini|23.07.01 ∙ 조회수 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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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다가올 F/W시즌 MD 개편에 대한 걱정들이 이곳 저곳에서 새어 나온다. 특히 백화점 의존도가 높은 토종 브랜드들의 일명 ‘데스노트’의 그날이 다가오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위축된 모습으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수입 브랜드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국내 브랜드들의 입지가 대폭 줄어든데다, 입점했다손 치더라도 메인 층이 아닌 다른 층으로 좌천(?!)되고 마는 층간 이동까지 여기에 더해 외진 자리에 포지셔닝되면서는 말이 입점이지 실제 평등한 MD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업체들의 중론이다.
심지어 사전 인폼없는 MD 발표와 동시에 자리이동을 통보해오는 곳도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얘기다. “백화점 수수료에, 입점 자리까지 저희의 선택권이 크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지금 같아서는 매출이 잘 나오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라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날로 커지는 수입 비중, 토종 브랜드 차별 극심
오래 전부터 한국패션은 이미 대형 유통가들이 너도나도 수입 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는 수입 비중이랄 것도 없이 그야말로 주요 백화점은 ‘수입판’이다. “소비자들이 찾으니 당연히 입점시킬 수밖에요”라면서 고객 니즈를 운운하고 있지만, 한국 브랜드와의 ‘차별’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 니즈를 반영했다면 가격은 고객 니즈를 반영했을까? 가격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한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선 한 고객은 수입브랜드 L을 방문하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작년 가격의 2배 이상이 치솟은 것이다. 불과 1년 사이에 2배라니. 물가 상승과 이런 저런 대외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턱없이 고가의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한국 고객들 기만’ 이라 해도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다. 고군분투하는 토종 브랜드들 사이에 벌써부터 2024년 한국에 들어올 수입 브랜드들이 줄을 잇는다. 스포츠 브랜드부터 남성 컨템까지 한국 입성 소식을 알리며 또 다시 입점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샤넬 루이비통, 한국은 수입 브랜드 천국(?!)
특히 남성복 C브랜드는 국내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주요 유통망 물밑 작업을 끝낸 상태로, 입점할 유통 수와 자리 면적까지 합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도 스포츠 A브랜드와 골프 D까지 최근 빅 유통사와의 미팅을 끝낸 것으로 포착됐다. 국내 브랜드들은 어떨까. 지난 S/S시즌 경우, 여성과 캐주얼 브랜인 B, H 등 줄이어 내쫓겼다.
이 중 B는 월매출 1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퇴점 대상이 됐다. 이뿐인가. 층간 자리 이동은 물론 지하층 팝업자리까지 내몰리며 찬밥 신세가 됐다. 반면 럭셔리 쪽은 정 반대의 분위기다. C, L 등 매장 확장과 인테리어 하나까지 모든 매뉴얼을 명품에서 원하는 그대로를 반영해주는가하면 인테리어공사 시, 세심한 관심(?!)까지 토종 브랜드들에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심지어는 그들 말 한마디까지 받아들이며 새롭게 선보일 매장 구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절제한 수입 모시기, 고객들에겐 부메랑으로
이러한 K-브랜드의 속사정을 모르지 않을텐데 각 유통사들은 여전히 명품 모셔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캐주얼 조닝 역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가올 F/W 시즌에는 1020세대의 입맛에 맞춘 S,C 등의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백화점 입점을 확정지으면서 기존 자리했던 브랜드들의 퇴점은 고스란히 K-브랜드의 몫이 됐다. 패션산업의 특성상 해외 유명브랜드 도입이나 수입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수입 브랜드의 무절제한 도입은 고객 입장에서는 제살 깎아 먹기 라는 견해가 크다. 이뿐일까. 무분별한 수입으로 인해 국내 의류시장만이 아닌 소비시장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실제로 수입 브랜드의 증가는 거품경제와 소비를 불러 왔고, 내수 수요를 잠식시키는 데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조건 해외 브랜드만 도입하는 것이 아닌 우리 자체적으로 뛰어난 브랜드를 개발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물론 이 문제는 무조건적인 해외 브랜드만 선호하는 소비자의 의식구조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뺏고 뺏기는 ‘수입 판권 전쟁’도 문제로 지적
비단 명품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한국이 패션 회사와 해외 브랜드의 계약 기간은 3~4년 단위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재계약 시점이 되면 다른 패션 회사에서도 브랜드와 물밑 접촉을 시도한다.
회사의 운영 실력 또는 포트폴리오가 더 좋다고 판단되면 해외 브랜드는 기존 회사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회사와 손잡는 경우도 잦다. 판권을 지키거나 뺏기 위한 이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과열될 것으로 보고 있어 이 역시 한국 패션시장 내 고질병으로 지적된다.
수입은 국내 패션시장에서 중요한 마켓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도를 지나친 가격태그’와 ‘유통가의 수입 브랜드 모시기’ 경쟁이 지속될 경우, 한국 패션시장은 먼 훗날 K-패션이 발조차 디딜 틈 없는 불모지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균형감을 갖춰야 하는 대형 유통가와 똑똑한 소비자들이 수입브랜드를 바라다보는 눈높이가 절실하다. 적어도 수입 브랜드들의 치솟는 가격대에 치이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정민 기자 mini@fashionbiz.co.kr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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