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家이야기⑥한섬... 신명품 & 재무통 강화, 한섬號 항로는?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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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6.02조회수 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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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타 공인 국내 최고의 패션기업으로 손꼽히는 한섬(대표 김민덕)에 최근 두 가지 핵심전략이 감지된다. 하나는 신명품의 강화이고, 또 하나는 재무통의 강화다. 1987년 창업 이래 한섬의 최대 강점이었던 자체 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 파워보다는 명품 수입과 관리 강화에 훨씬 무게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강점의 극대화보다는 약점의 보완이라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린 한섬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한섬의 신명품 강화 작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격상된 해외패션부문장에 패션 전문가로 손꼽히는 삼성물산패션 출신의 박철규 사장을 영입해 수입 부문 조직을 재정비하고, 잇따라 해외 명품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첫 작업으로 지난해 8월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 레가시’를 론칭한 데 이어 신규 해외 패션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 ‘베로니카 비어드’ ‘토템’ 등과 연거푸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미국 럭셔리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오브갓’도 한섬의 품에 안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이’ ‘톰그레이하운드’ ‘폼’ 등 자체 편집숍 강화에도 나섰다. 럭셔리 콘셉트스토어인 무이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바잉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명품 발굴에 적극적이다. 랑방을 비롯해 앞서 언급한 신명품들도 무이를 통해 검증된 후 단독숍 전개로 이어졌다.

    컨템퍼러리 스토어인 톰그레이하운드는 남성 전문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톰그레이하운드맨’ 첫 매장을 선보인 뒤 더현대서울과 더현대대구 등 7개 매장을 연이어 오픈해 총 8개의 남성 매장을 운영 중이다. 폼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고급화와 카테고리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한섬은 앞으로도 해외 패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신명품 브랜드 발굴을 2배가량 확대해 총 2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5년 내에 해외패션부문 매출 규모를 지금의 두 배가 넘는 1조원까지 키운다는 구상이다.

    한섬이 해외 명품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건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다. 근 3년 동안 보복소비 영향으로 국내 패션 수요가 신명품 중심으로 흘러가자 MZ세대가 주목하는 브랜드 발굴에 나선 것. 그러나 가파르게 올라간 소비 패턴은 그만큼 가파르게 내려와 올해 들어 신명품 소비에 급제동이 걸렸다.

    3고(高) 현상과 수출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상황이 맞물리면서 신명품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 신명품 브랜드를 확보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한섬의 핑크빛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허의 대외 환경 탓일까? 한섬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관리 부문 임원을 더욱 중용했다. 재무 출신인 김민덕 대표에 이어 CFO 역할을 해온 윤인수 상무가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발탁된 것. 그동안 윤 상무가 맡아온 관리담당 자리는 올해 승진한 김인호 상무가 맡게 됐다. CEO이자 경영지원본부를 겸직해 왔던 김민덕 대표도 CFO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무통이 한섬의 주요 요직을 모두 꿰찬 셈이다.

    이를 놓고 패션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패션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딩에 선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재무 부문 업무 속성의 경우 효율과 성과 위주의 단기 수익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은 더 크게 실현될지 몰라도 2~3년 뒤 브랜드의 매력도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몇 패션 대기업에서 CFO 출신이 CEO를 맡은 뒤 실적 개선은 이뤄냈을지 몰라도 브랜딩을 위한 R&D나 마케팅 투자에 소홀해진 것도 이런 기우에 한몫했다.

    한섬은 창업주인 정재봉 회장과 문미숙 감사의 견고한 투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내 최고의 패션기업으로서 위상을 30년 넘게 유지해 왔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한 지 11년이 경과한 현재 상황을 보면 그다지 녹록지만은 않다.

    마켓 지배력 측면에서, 또는 시장 선도측면에서 한섬의 아성을 넘보는 패션기업들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명품과 안살림 강화로 반등을 꾀하는 한섬의 도전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패션계의 이목은 지금 한섬을 향해 쏠려 있다. [발행인 김숙경 mizkim@fashionbiz.co.kr]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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