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잠깐만! 회사 좀 고만두고 올게~”
남들이 하는 것은 나도 해야 하고, 남들이 갖는 것은 나도 가져야 하는 평균적 일상성, 우리는 현실에서 늘 무언가가 돼야 하는 ‘추구의 삶’을 살아간다. 또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욕망하고 가져야만 하는 ‘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
한평생을 주변의 누군가처럼 무언가가 돼야 하고 그가 가진 것을 나도 가져야만 하는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행복의 첫 번째 비결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은 우리 모두가 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죽을 때까지 평범한 욕망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MZ세대는 다르게 행동한다. 요즘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조용히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장 내 업무 성과에 연연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계속 경쟁하고 승진해야 하는 삶 대신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
당장 그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숙련된 업무 효율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직장 상사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삶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은 그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들이 살아왔던 추구의 삶과 소유의 삶 대신에 그들이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는 ‘존재의 삶’을 이해해야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삶에 대한 기성세대들은 그들이 평생 추구해 왔던 가치를 MZ세대가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을 지켜보며 분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의 사망원인 1위가 10~30대는 자살, 40대 이상은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한경쟁 사회에 내몰린 MZ세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성세대들의 삶에 있어 남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일을 삶의 가치에 우선해 왔다. 여자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가사노동을 통해 가족을 위한 헌신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고 살았다. 지금의 MZ세대는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존재의 삶을 살기 위해 조용한 퇴직은 물론이고, 기성세대들의 그 고귀한 가치를 지키기는 커녕 시작도 하지 않는다.
한국은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속성장을 통해 경제 대국에 이르렀다. 그동안 우리가 소홀하게 다뤄 왔던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이제는 돌아볼 때가 왔다. 경제, 사회, 교육 및 사회적 인식 또한 추구와 소유의 삶을 우선하기보단 우리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성찰과 함께 삶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는 삶의 경쟁을 통해 남들과 비교하다 보면 삶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없어진다. 진정한 자신감이란 자기 자신을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느냐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의 삶’에서 멀어지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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