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 l 스페이스눌 대표<br> 파리 출장기(2)…이질적인 파리의 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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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l 스페이스눌 대표
파리 출장기(2)…이질적인 파리의 두 모습

Friday, Dec. 2, 2022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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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콜라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Paul의 아삭한 쇼콜라 크루아상, 동화 속 공주님이 좋아할 듯한 파스텔 톤의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 슈가 코팅 아래 바닐라 빈이 알알이 박힌 커스터드 크림과 만 겹의 페이스트리를 자랑하는 Stoherer의 밀푀유, 온도까지 섬세하게 관리한다는 미셀 크루젤의 커피콩 다크 초콜릿, 작고 아름다운 다리가 줄줄이 늘어선 라 센느, 뉴욕 모마와와 또 다른 큐레이팅과 전시를 보여주는 현대 미술의 보배 뽕삐두 센터, 그곳 맨 위층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재미난 굴뚝이 가득한 풍경이 보이는 카페, 19세기 인상파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 카미유 클로델의 조각들이 유독 가슴 아프게 와 닿는 로뎅 미술관, 예쁘게 손질된 튈러리 공원, 쌀쌀한 날씨에도 사람들로 가득 찬 노천카페, 프렌치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거리를 걷는 파리지엔들, 파란 하늘과 낮게 몽글몽글 떠 있는 구름(이 둘은 반드시 세트여야 파리스럽다), 조용하게 오롯이 혼자 느낄 수 있는 오랜 건물로 된 고도시 파리의 주말 새벽, 그리고 르봉 마르셰 백화점…. 파리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이외 향수, 명품, 와인, 치즈 같은 것들이 더해질 것이다.  


파리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대부분 ‘낭만’ ‘화려함’ ‘신비함’ ‘시크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래서 많은 이가 ‘오~ 상젤리에~’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파리에 첫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이는 파리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오죽하면 일본에는 ‘파리 신드롬’이라는 공식적인 병명이 있을 정도다.  

파리 증후군이란, 파리를 처음 방문한 일본인이 파리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해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일으켜서 생겨난 단어다. 실제로 소설이나 영화 등을 통해 파리에 대한 환상을 갖고 그곳을 찾은 일본의 20-30대 여성들이, 개똥과 소매치기 그리고 불친절로 가득한 파리의 현실에 놀라 우울증을 겪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한다.  파리 여행이 소원이었던 한 일본인 남성은, 자신이 생각하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도시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얼마나 놀랐던지 “파리를 청소합시다!”라고 외치며 거리를 방황하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은 ‘개똥’으로부터 비롯된다.

보통 나는 길을 걸을 때 앞을 똑바로 보고 걷는다. 하지만 파리에만 가면 잘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고 걷게 된다. 개똥을 밟을까 무섭기 때문이다. 산책 나온 반려견의 뒤처리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당연한 에티켓이지만 파리지엔은 다르다. 그들은 자기 개의 뒤처리를 잘 하지 않는다.  

파리를 걷다 보면 야쿠르트 카트처럼 생긴 작은 청소차를 자주 만나게 된다. 개똥 청소차다. 과거 파리에서 밤마다 사람들의 대변을 치우던 나이트맨의 현대 버전인 셈이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으니 정부에서 개똥을 대신 치워주는 셈이다. 고분고분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프랑스인의 고집 아집은 천하제일이지 싶다. 잘 알다시피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프랑스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오줌자국이다. 관광객 넘쳐나는 대로변에도 오줌자국이 넘쳐난다. 새벽 운동을 나오면 무슨 행위 예술인 마냥 줄줄이 늘어선 오줌자국의 행렬에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오줌 자국은 개의 키 높이에서 시작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훨씬 많다. 사람만큼 큰 개가 물구나무를 하지 않는 이상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그 형이상학적인 모양이라니. 정말이지 개의 양과 질과는 다른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 아닌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이 절로 난다.  

매일 새벽 운동을 위해 센느 강으로 가는데, 그곳에 가까워지면 눈이 아닌 코가 먼저 반응한다. 지린내 때문이다. 개똥은 말할 것도 없다. 연인과 함께 센느 강가를 걷고 싶다면, 정말이지 바닥을 잘 살펴야 한다. 연인의 눈만 바라보다가는 십중팔구 미끄덩이다.  연인과 함께 센느를 즐기고 싶다면 다리 위 데이트를 추천한다. 다리 위는 깨끗하게 관리되어 연인과 걷기 그만이다. 몽글몽글하고 예술적인 구름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덤이다.  

여담이지만 태양왕 루이 14세의 영광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베르사유 궁전에도 화장실이 없었다. 아름다운 드레스와 화려한 장신구로 잔뜩 꾸미고 파티에 참석한 여인들과 귀족들도 자연의 부름을 받으면 궁의 정원에서 볼일을 해결했다고 한다. 귀족이 이 정도였으니 평민들은 말해 뭐 하겠는가. 17세기 파리 길거리는 그야 말로 오물 천지였고, 길에 널린 오물이 옷에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발명한 게 바로 하이힐이다. 향수 역시, 잘 씻지 않는 프랑스인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거리의 오물의 냄새를 덮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참으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승화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과거의 행태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데 있다. 그래서 예술적이고 미학적인 이 아름다운 도시가 대소변으로 얼룩지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이 그렇듯 파리 역시 공공화장실이 없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화장실 인심 좋고, 깨끗한 공공화장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유럽의 화장실 문화는 충격 그 자체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최고급 백화점에서도 무료 화장실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유럽에 가면 일정을 시작하기 전 호텔에서 반드시 볼일을 보고 나간다. 우연히 화장실을 사용할 기회가 생기면 자연의 부름이 없이도 무조건 가고 본다.  

화장실 사용료는 1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1400원 정도 된다. 1유로가 없어 바게트도 못 사먹는 홈리스들은 어쩌란 말인가. 낮에는 나무 뒤에서 밤에는 담벼락에 태양과 함께 말라버릴 그라피티를 남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2년 반 만에 방문한 파리, 내 마음을 어둡게 만든 것은 길가에 널브러진 각종 오물이 아니라 엄청나게 증가한 홈리스들이었다. 코로나 전 새벽 운동을 할 때 내가 만난 홈리스는 2~3명에 불과했다. 그래서 매일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 빵집에 들러 일부러 큰 바게트를 샀다.

바게트는 항상 3등분으로 나누어 담았는데 1/3은 오페라 근처 애플 스토어 앞에 있는 여성이민자 홈리스에게 주고, 남은 1/3은 작은 식당 앞 통풍구 앞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남자 홈리스에게 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현재 파리 거리에는 아이들까지 줄줄이 데리고 있는 여성 이민자들을 포함, 수많은 홈리스들이 넘쳐난다. 샤트레(chatlet)역 근처나, 외곽을 지나다보면 과연 이곳이 파리인지 이민자들로 구성된 홈리스 집단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홈리스가 많아지면 법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치안이 약해지고, 거리에서의 대소변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며, 악취 역시 더 이상 향수로 덮어지지 않을 만큼 심해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프랑스 정부가 작고 시크한 무료 공공 화장실을 파리 시내 도처에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오물의 냄새를 덮기 위해 향수라는 시적인 산물을 만들어내고, 오물로 옷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그토록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하이힐을 개발한 프랑스 민족이 아니던가. 넘쳐나는 이민자와 홈리스 문제도 시적이자 예술적으로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 profile
학력
-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석사
- 일리노이대학교 슬라브 문학 석사
- 일리노이대학교 슬라브 문학 박사

역서
-  죄와벌, 백치 외 20여권
- 국내외 문학잡지에 여러 논문 발표

저서
- 모칠라 스토리
- 패션MD 시리즈

경력
- 스페이스눌 대표이사 겸 바잉 디렉터
- 프랑스 브랜드 데바스테(DEVASTEE) 글로벌 판권 보유
- 서울대에서 문학 강의
- 패션기업 및 대학에서 패션 비즈니스와 패션MD 강의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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