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멕시코 성탄절: 노체부에나와 동방박사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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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2.06조회수 2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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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12월이다. 이맘때면 으레 마음이 들썩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느껴지는 무거움과 뿌듯함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가 섞여서 공연히 마음이 들뜬다.

    1년 중에 모임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여러 사람이 다양한 자리에 모여 소통하며 송구영신을 함께한다. 연말을 보내는 방법은 나라마다 문화마다 참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멕시코의 연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2003년에 멕시코에서 제대로 된 연말을 처음 보낸 후 멕시코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20여 년이 지나도록 12월이 되면 어떻게 해서든 구실을 만들어서 멕시코로 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12월의 멕시코는 말 그대로 축제 그 자체다. 오늘은 멕시코의 성탄절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한다.

    한국인인 내 눈에 멕시코 성탄절은 5가지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첫째, 9일간의 축제 기간이다. 멕시코의 크리스마스는 12월16일에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부터 9일간 라스 포사다스(Las Posadas) 축제가 시작된다.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방을 구하지 못하고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게 된 여정을 재현하는 축제다.

    이 기간에는 어린아이들은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빈방이 있는지 묻는다. 각 가정에서는 베들레헴 마구간을 재현한 모형을 만들기도 하고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지역 사회 단위로 각종 축제 행사가 9일 동안 지속된다.

    둘째, 온 나라가 특정 꽃으로 뒤덮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이 다가오면 식당이나 카페에 ‘크리스마스 꽃’으로 알려진 포인세티아가 자주 눈에 띈다. 초록과 빨강의 색 대비가 뚜렷해서 색상만으로도 성탄절 분위기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이 꽃의 원산지는 멕시코다. 멕시코에서는 노체부에나(Nochebuena: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부르는데, 12월 초부터 온 나라가 이 꽃으로 가득 찬다. 길에도 식당에도 집 식탁 위에도 카페에도 온통 이 꽃이다.

    셋째,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날이 따로 있다. 1월6일, 동방박사들의 날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3명의 동방박사가 찾아와 선물을 준 날을 기념하기 위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한다.

    정식 공휴일은 아니지만 아주 큰 기념일이다. 멕시코의 어린이들은 12월24일에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지 않고 어른들과 밤늦게까지 함께 논다. 대신 1월6일을 기다린다.

    1월5일이 되면 멕시코에 있는 전국의 장난감 가게와 백화점이 엄청난 수의 손님으로 붐빈다. 이날 덕분에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가 해를 넘겨 1월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넷째, 크리스마스 보너스가 별도로 나온다. ‘멕시코는 성탄절을 위한 두둑한 지갑을 법적으로 보장한다’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멕시코 노동법에 따라 모든 사업장은 근로자에게 매년 12월15일 전까지 ‘아기날도(Aguinaldo)’라는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 보통은 급여의 15일 치 정도를 지급하는데, 회사에 따라 두 달 치 월급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크리스마스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행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다섯째, 멕시코의 크리스마스는 2월2일에 마무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설에 떡국을 먹듯이 멕시코 사람들은 동방박사의 날에 로스카 데 레예스(Rosca de Reyes)라는 링 모양의 달달한 빵을 먹는다. 이 빵 속에는 작은 아기 예수 인형이 몇 개 들어 있는데, 인형이 들어 있는 빵조각을 먹은 사람은 한 해 동안 행운이 가득하다고 믿는다.

    보답으로 2월2일에 타말(Tamales)이라는 음식을 함께 준비해서 빵을 같이 나눠 먹을 사람들 모두를 초대해 파티를 열어야 한다. 나도 세 번 정도 인형을 뽑은 적이 있어서 인형을 뽑은 다른 사람들과 따로 모여 장소를 의논하고 음식을 같이 준비했었다.

    스페인 식민지를 거치면서 멕시코에 뿌리를 내린 천주교와 성탄절이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온갖 역사적 · 사회적 · 문화적 코드가 뿜어져 나온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성탄절은 축제이며, 가족 · 이웃 · 친지와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다.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에게 올 한 해도 여느 해와 같이 참 다사다난한 1년이었겠지만 복잡한 마음 내려놓고 바쁜 일상으로 소원했던 주변 관계를 보듬는 따뜻한 소통이 오가는 연말이 되길 바란다.


    ■ profile
    - 현 Mahon Korea 대표
    - 현 Golden Egg Enterprise 대표
    - 동원그룹, LG전자, 한솔섬유 근무
    - 스페인 IE Business School MBA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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