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

이광주 객원기자 (nisus@fashionbiz.co.kr)|22.11.18 ∙ 조회수 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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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패션 분야에서 퍼블리시티권 침해 방지를 위해 주의해야할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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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날로 발전해나가고 있고 유명인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을 사용하는 제품·서비스가 다양해졌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초상·이미지를 무단사용하여 제품을 제작·판매하거나, 유명인이 특정 서비스업을 이용하는 것처럼 초상을 무단사용하여 광고하는 등의 불법행위도 증가하게 되었다.

2013년, 한 쇼핑몰이 연예인의 초상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소송이 진행된 사례가 있다. 포털사이트에 ‘A모자’라고 검색하면 쇼핑몰 홈페이지가 나타나도록 하는 키워드 검색광고 계약을 하고, 홈페이지에 A의 사진을 게재하였는데, 문제는 이 쇼핑몰이 유명 걸그룹 멤버인 A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임에도, 마치 A와 관련있는 상품인 것처럼 무단으로 사진과 이름을 도용했다는 것이었다.

A측은 쇼핑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였지만 1심 법원에서는 A측이 재산적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측은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2심 법원은 해당 쇼핑몰이 A측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안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A측이 원했던 손해배상금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2016년 발생한 유명 배우 B씨 관련 소송 또한 B씨의 동의 없이 B씨의 이름과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귀걸이를 판매하던 쇼핑몰을 고소한 사건이지만, 결과는 위자료 100만원이었다.

두 사례 모두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유명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사용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불법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배상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나라에 이와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간 우리나라는 헌법(제10조 ‘행복추구권’)과 민법(제750조 ‘불법행위 손해배상’, 제751조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의 일반조항에 근거하여 초상 등의 가치를 보호하여 왔다. 그러나 명문상의 규정이 없어 유명인의 초상 등이 가진 재산적 가치, 이른바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도주자인 미국은 유명인 등의 초상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불법행위를 규제하고 초상 등이 지닌 재산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현재 캘리포니아 등 19개 주에서는 주법으로, 그 외 12개 주는 관습법으로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영국에서도 2015년 팝스타 리한나가 본인 사진을 동의 없이 무단 사용한 의류 회사에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며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을 대법원에서 인정한 바 있다. 일본, 독일, 프랑스 또한 초상 등의 무단사용으로 발생하는 재산적 피해를 보상토록 하는 법리가 발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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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류 스타의 초상·성명 등을 사용한 제품·서비스가 많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한 잡지사가 유명 아이돌의 이름·사진을 활용한 화보집 등을 제작하여 잡지의 특별부록으로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대법원은 유명 아이돌의 이름·사진 등을 무단 사용하여 화보집을 제작·판매하는 것을 타인의 투자 및 노력의 성과를 무단 사용한 부정경쟁행위로 제재하면서, 초상 등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명인의 초상 등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한 성과인 바, 이에 대한 무임승차 행위를 실효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부정경쟁방지법에 국내 최초로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위한 명문 규정이 신설되어 금년 6월 8일에 시행 되었다.

개정법에 따르면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규율할 수 있게 된 것이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

‘국내에 널리 인식되어야 한다’는 보호요건은 해당 업계의 수요자에게 알려진 정도, ‘유명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정 지역 또는 세대에만 국한되어 알려진 경우도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입증 방법은 언론에 노출된 횟수, 팬클럽 규모, 관련 상품 매출,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나, 다만 구체적인 판단은 개별적 사안별로 다를 수 있다.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의 의미는 해당 업계에서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며,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을 상품에 사용하여 경쟁사 상품에 비해 판매량이 증가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법원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인의 개성은 ‘고객 흡입력’이 있어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한 바 있다.

보호 대상이 되는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란 일반 수요자에게 특정 유명인이 연상될 수 있는 것들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제품에 사용되는 유명인의 얼굴 또는 캐리커처, 운동용품에 사용되는 유명한 운동선수의 이름, 라디오 광고 등에서 유명인이 연상되는 음성, 유명인의 특정한 제스처나 포즈, 유행어, 걸음걸이 등은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이란 유명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으면서 유명인의 초상 등을 제품에 부착하는 행위와 같이,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 자가 유명인의 초상 등을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혼동을 야기하도록 사용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유명인과의 전속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광고에 유명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행위 또는 광고계약 체결 범위를 벗어나 상이한 별개의 광고에 사진을 이용하는 행위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당 산업의 상거래 관행이라 하여도 그 내용이 공정하지 않다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경법 개정을 통해 유명인의 이름, 사진, 명성 등을 이용해 불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나, 모두가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명문화함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것을 우려하기도 하였고, 관련하여 소송이 남발될 것을 우려하기도 하였다. 이런 우려 때문에 부경법은 그 보호요건과 보호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건들을 두고 있다. 이러한 부경법 개정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 사용하여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대상으로 한정지으면서, 정당한 사용행위에 대해서는 자율권을 주고 있다.

섬유·패션업계 종사자라면 이번 부정경쟁방지법 개정내용을 주목해야 한다. 패션업계는 유명인의 명성을 이용한 광고효과가 큰 분야 중에 하나이다. 포털 등에 키워드 광고를 하면서, 특정 유명인의 인지도와 영향력에 편승하여 사이트 유입을 늘리기 위해 제품 성격과는 무관하게 특정 유명인의 성명 등을 키워드로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을 부경법에 의한 부정경쟁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따라서, 유명인의 성명 등을 사용하는 행위에 있어 유명인의 허락을 받거나 대가를 지급하는 등의 공정한 상거래 방법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인들이 신설된 법 규정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특허청과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서는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위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사항 안내서’를 발간하였다.

이 안내서에는 유명인의 성명·초상 등 무단사용행위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유명인의 성명·초상 등을 이용하는 행위에 앞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다. 또한 유명인의 성명·초상 등에 관한 당사자와 유명인의 성명·초상 등을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 또는 제공에 관련된 모든 기업들이 재산적 손실이나 불필요한 송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단사용행위를 판단하는 중요 포인트에 대한 Q&A를 제공하고 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은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과 ‘부당한 피해로부터 소비자 보호’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통해 노력으로 이룩한 결과에 적합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엔터업계와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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