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삶에 있어서 과연 무엇이 최선인가?
살아오면서 최선이란 말의 의미에 대해 항상 궁금했었다. 사전적 의미의 최선은 “가장 좋고 훌륭함이나 그런 일, 또는 온 정성과 힘”이라고 하지만 그 기준을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최선이고, 어디까지가 대충인지 그 경계를 구분할 수 없었다.
오래전 읽었던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선생님이 말한 최선은 “내가 한 노력이 나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는 정도”이다. 이 말씀이 와닿아서 회사 일이나 어떤 일을 할 때 최선의 기준으로 삼았다. 한 번은 회사 일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로 새벽에 119를 부를 정도로 최선을 다하다 정말 죽을 뻔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최선이란 말은 여전히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 내겐 최선이라고 정의하면서 살고 있다. 언젠가부터 미칠 듯이 노력해야만 살아남는 것을 당연하게 취급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싫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무척 공감이 갔다.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의 80%만 한다고 했다. 삶에서 1%도 남기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100%를 다하고 사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무모하다고 했다. 그렇게 살다가는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비상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살펴본 일개미도 이와 비슷했다. 일개미가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모두 바쁘게 일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관찰한 결과 일개미의 30% 정도는 사실 빈둥빈둥 놀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 교수는 개미도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힘을 비축해 놓은 30%의 일개미가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할 때 육상의 기록 경기처럼 그 순간만 최선을 다할 뿐, 나머지 훈련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에너지 100%를 모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자신이 가진 100%의 힘을 소진한 결과 그 일이 자기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매우 좌절하거나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규정짓고 다시 도전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루고 싶은 것들, 꿈꾸는 것들은 절대로 단 한 번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넘어지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뤄진다.
자연의 법칙은 사람이나 개미나 모두 자신의 삶에 있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는 것이다. 1%의 여유도 없이 100% 힘을 쏟아붓는 일은 매우 위험한 도박, 올인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처럼 힘들더라도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면 내려올 일만 남은 성공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게 내 모든 것을 올인해야만 이뤄지는 일이나 꿈이라면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은 않다. 그 어떤 일이나 소중한 꿈을 이뤄낸다 해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또 새로운 일, 새로운 꿈을 꾸며 살아야 된다.
■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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