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도ㅣGBGH 대표
    ‘패션계 BTS’ 목표로 창업, 한국發 글로벌 브랜드 도전

    곽선미 기자
    |
    22.07.01조회수 2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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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선스 브랜드가 아닌 순수 한국에서 만드는 스포츠 브랜드라는 데 의미를 두고, 스포츠 본질에 집중한 상품을 전개할 계획이에요. 25년간 이 업계에 몸담으면서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로 ‘패션계 BTS’ 같은 건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멋진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재미있죠. 22년 전 데상트코리아 설립할 때, 직접 사무실 구하러 다니고 자유롭게 사업 계획을 세우던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아요.” 내년 3월 내셔널 스포츠 브랜드 론칭을 위해 ‘GBGH(GOOD BRAND GOOD HOUSE)’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연신 ‘신나는’ 표정으로 신규 사업 공부 중인 김훈도 대표의 모습이 낯설다.

    워낙 ‘데상트=김훈도’라는 이미지가 강해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전 패션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그가 지난 3월 말 퇴임한 지 3개월 만에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퇴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에서 만든 스포츠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나아가고 싶다’라는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몸담은 25년간 바쁘게 달려왔으면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법도 한데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설렘과 기대 때문일까, 1주일의 휴식 시간도 없이 곧바로 신사업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내년 3월 공식 론칭하는 내셔널 스포츠 브랜드를 시작으로 내년 가을까지 론칭이 확정된 브랜드만 현재 6개다. 3개의 내셔널 브랜드와 3개의 해외 도입 브랜드. 말도 안 되는 속도와 추진력에 ‘역시 김훈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내년 가을까지 총 6개 브랜드 론칭 준비 중

    “우선 내년 3월 GBGH의 첫 브랜드를 공식 론칭합니다.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기획이 강점인 스포츠 브랜드이고, 아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접근 방식’의 브랜드일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많은 정성을 쏟고 있고, 나머진 아직 비밀이에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진입 장벽이 높은 스포츠 시장에서 빅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세상에 없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해 유형 자체를 새롭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요즘은 브랜드 기획자보다 소비자(사용자)들이 더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고, 관련 지식과 정보 역시 훨씬 빠르게, 많이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100% 스포츠 퍼포먼스에 부합하는 상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봅니다. 사용자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어떻게 하면 브랜드 기획자가 사용자의 니즈를 철저히 리서치해서 상품을 기획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주의 깊게 본 것이 바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기반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온라인 브랜드다. “요즘은 소비자가 상품에 접근하는 기준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에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우리 상품은 이런 부분이 좋으니, 이렇게 사용하면 된다'는 점을 제안했는데 온라인 시장을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들은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끊임없이 파악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내놓는 데 집중하는 형식이에요.”

    새로운 접근 방식 스포츠 브랜드 “기대해”

    기존 1년 선기획 시스템에서 할 수 없던 온라인 스타일 ‘반응형’ 비즈니스를 선보이겠다는 것.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와 취향에 맞춰 상품을 출시하고, 출시 후 고객 반응에 따라 상품을 업데이트하는 ‘테스트 & 리포트(test & report)’다. 내년 3월 공식 론칭이지만 마켓테스트 차원에서 빠르면 올 9월부터 상품을 출시할 생각이다.

    “GBGH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브랜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 중심의 브랜드 운영으로 기존 브랜드가 시도하기 어려웠던 것을 과감히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라이선스 브랜드가 아닌 순수 한국에서 만드는 스포츠 브랜드라는 데 의미를 두고, 스포츠 본질에 집중한 상품을 전개할 계획이에요. 25년간 이 업계에 몸담으면서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로 ‘패션계 BTS’ 같은 건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멋진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론칭 초기에는 자사몰 중심으로 플랫폼 등 온라인에서 전개할 예정이고, 궁극적으로 해외 진출까지 목표로 한다. 소비자 경험에 기반하는 브랜드인 만큼 소비자 커뮤니티도 론칭 전부터 기획하고 있다. 이미 직원들도 스포츠 경험을 하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차원에서 수요일을 ‘러닝데이’로 지정해 운동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브랜드에 필요한 기준 ‘소비자와 채널’

    오랜 시간 오프라인 중심 빅 브랜드를 전개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온라인 패션시장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꿰고 있다. 사업 방향을 정한 후 3개월간 여러 사람을 만나고 직원들과 고민하며 직접 공부해 터득한 것들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새로운 사무실을 얻고 얼마간은 지하철로 출근하며 요즘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는지 관찰했을 정도로 열심이다.

    “유통채널 변화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와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브랜드 역시 빠른 변화로 대응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모든 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소비자와 채널이라고 봅니다. 소비자와 유통채널이 연결된 구조적 차이점을 파악하고 그 변화에 따라 브랜드 전략을 세우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불과 3개월 만에 새로운 시장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전략까지 세운 상황. 이 신속한 일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 그동안 새로운 일과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에 대한 그의 갈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진다.

    글로벌 진출 등 도전 위해 사임 결정

    “많은 분이 의아해했지만, 저 스스로도 데상트를 그만둔다는 결정을 쉽게 내린 것이 아니에요. 6개월 넘게 수백 번, 수천 번도 더 고민할 정도로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왜 그만뒀느냐 하면, 결과적으로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대한 목마름이 매우 컸어요. 저는 항상 무언가에 도전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김 대표에게는 데상트코리아가 일본 회사라는 이유 자체가 큰 제약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토보다 더욱 적극적인 활동으로 한국은 물론 중국과 미국까지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데 성공했지만, 2019년 7월 발발한 불매운동으로 인해 사업의 주체인 한국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서 목표로 했던 글로벌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사임 결정이 알려지고 나서 업계에서는 일본 기업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에 반발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일본 기업 속에서 어떤 식으로 일해야 하는지 매우 잘 아는 사람이라, 사실 그런 점이 어렵지는 않거든요. 가장 컸던 것은 불매로 인해 글로벌 진출에 제동이 걸린 일이었어요. 미국 사업을 접게 되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25년 노하우 살려 ‘브랜드 하우스’ 시동

    더 자유롭고 공정한 위치에서 원하는 목표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다는 김훈도 대표. 그가 만든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그동안 했던 수많은 생각과 고민, 지향점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GBGH, ‘GOOD BRAND GOOD HOUSE’. 좋은 브랜드를 많이 담는 빅 하우스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직접 지은 회사명이다.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생기고 사라지는 시대에 ‘좋은 브랜드’라는 기준은 다양할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기준은 소비자가 인정하고 공감하며, 시간과 함께 브랜드의 가치가 쌓이는 브랜드겠죠. 브랜드를 론칭하고 성장시켰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GBGH에서 새롭고 좋은 브랜드를 발굴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도록 빌드업하는 일에 주력할 겁니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일부에서는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요즘, 아쉽게도 패션 쪽에서는 아직 그런 트렌드를 이끄는 한국 브랜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제 충분히 그런 일이 가능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하고, 그런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도전한다.

    무신사와 협업, 같은 비전 향해 의기 투합

    무신사가 신생기업 GBGH에 곧바로 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이와 같다. ‘가능성 높은 한국 브랜드를 발굴해 육성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비전과 목표가 일치해 서로의 노하우와 콘텐츠를 공유하는 ‘특별한 파트너십’을 맺기로 한 것. GBGH의 브랜드도 무신사와 협업하겠지만, ‘브랜드 빌더’로서 김 대표의 경험을 무신사와 신생 브랜드에 공유하며 협업 관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탄생한 고성장 브랜드는 그 기회를 오프라인으로 넓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보여요. 아이템의 다양화와 함께 라인을 확장하고 기획과 생산 시스템의 정비로 브랜딩을 강화할 수 있다면 오프라인에서의 성공은 물론 지속가능한 빅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어 “잘하는 브랜드 많죠. 그 ‘잘한다’는 평가의 기준은 경영자의 관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겁니다. 짧은 시간에 브랜드를 띄우고 성장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지속성장에 적합한 브랜딩을 잘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제 스타일은 브랜딩에 주력하는 편이에요. 저의 노하우가 우리 신생 브랜드는 물론 함께 협업하는 브랜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무신사와 손을 잡게 됐습니다”라며 파트너십을 맺은 목적을 설명했다.




    브랜드 빌더 겸임 색다른 비즈니스 전개

    현재 GBGH는 13명의 직원이 바쁘게 신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7월 말까지 20명이 더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데상트코리아에서 김 대표와 오랫동안 마케팅 총괄과 ‘엄브로’ 브랜드 디렉터,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손발을 맞춰온 임경민 상무와 전예솔 상무, 이가영 팀장이 각각 마케팅 디렉터, 프로덕트 디렉터, 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 합류한 상태다. 온라인과 스포츠 경험이 있는 기획자나 온라인 전문 인력 등도 속속 추가되고 있다.

    패션시장에 ‘열정페이’가 난무하던 시절에도 데상트코리아는 앞선 기업문화로 유명했다.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새로운 조직 문화,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 왔다. 실제로 그것을 경험한 데상트코리아 출신 인재들이 패션업계 다방면에 진출해 활약하면서, 그들로 인해 다른 패션회사들의 일하는 방식도 점차 변화하는 등 영향력이 컸다.

    그렇다면 이번 신생 회사에서는 어떤 기업문화를 생각하고 있을까. “요즘은 다양함이 존중받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조직문화에 개개인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다양성을 회사가 섬세하게 살피고 키워야 하거든요. GBGH는 그런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기업 문화를 지향합니다. 물론 결과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필수죠.”

    개인-회사 성장 위해 5~10년 내 코스닥 상장

    이를 위해 GBGH는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 아직 패션업계에 흔치 않은 스톡옵션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엔터나 IT업계처럼 개인의 업무 성과를 미래 가치로 연결해 회사의 성장이 개인에게도 확실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좋은 인재가 있으면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그런 인재의 힘을 믿습니다. 저의 역할은 좋은 인재를 발굴해 성장을 돕고, 그들이 뭔가 만들어낼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는 거죠. 앞으로 좋은 인재들과 함께 GBGH가 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되는 또 하나의 최고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라며 좋은 인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업 철학을 강조했다.

    그동안 김 대표는 상품력과 전문성에 대한 고집,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신속한 업무 처리,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 등으로 패션시장 내에서도 존경받는 인물로 자리했다. 정통 퍼포먼스 톱 스포츠 브랜드를 이끄는 동안 둘렀던 카리스마를 한 꺼풀 벗고, 신사업의 설렘과 열정을 가득 채운 그의 손에서 어떤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할지 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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