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미래 혁신기업으로 변신
    온 · 오프 리테일러 + 옴니채널 + 신사업 장착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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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4.06조회수 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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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No.2 의류 리테일러(No.1 프라이마크, IBIS World 자료)인 ‘넥스트(Next)’는 150여년 역사를 가진 하이 스트리트 리테일러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아캐디아(Arcadia)그룹과 데벤햄스(Debenhams) 같은 오랜 역사를 가진 의류 리테일러들이 도산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넥스트는 지난해(2022년 1월 마감) 이익이 프리 팬데믹 대비 10%나 성장하는 등 파워풀하게 회복하고 있다.

    넥스트가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한 것은 물론 포스트 팬데믹에 미래지향적인 패션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일찍 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리 팬데믹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이미 54%에 달했으며 2020년에는 71%를 차지했을 정도로 강력한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한다. 500개 체인 규모의 넥스트는 영국 내 오프라인 매장으로 시작한 대형 리테일러 중 이커머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유일무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넥스트가 가진 이커머스 인프라를 활용해서 웹사이트상에서 1300개 타사 브랜드의 상품을 위탁 판매하고 여러 파트너 브랜드에 온라인 판매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결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라인 내 상품과 브랜드를 확대하고 더욱 광범위한 고객에게 어필하고자 한다. 리테일러를 넘어서 에이소스(ASOS.com)나 잘란도(zalando.com)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상품레인지와 다양한 브랜드를 제공하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로 변신하고 있다.

    2010년대 온라인 주도 비즈니스로 일찍 전환

    전문가들은 넥스트를 두고 항상 시류에 앞선다고 평가한다. 늘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을 빠르게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대에 이미 온라인 주도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는데, 이는 팬데믹을 지나면서 다른 전통 리테일러와 차별화하고 이들을 능가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커머스가 지난 10년간 빠르게 성장하면서 2010년에 전체 매출 중 33%를 차지하던 온라인 매출은 2020년에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이커머스를 지원하고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서 그동안 확고한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특히 물류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 회계연도(2021년 1월 마감)에 그 규모는 25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넥스트가 오프라인 베이스 리테일러보다는 에이소스나 부후(boohoo.com) 같은 온라인 전문 리테일러들과 더 공통점이 많다’고 말한다.



    카탈로그 판매 ‘메일오더’가 온라인 성공 발판

    1982년 의류 리테일러로 출발한 이후 넥스트는 1988년에 메일오더 회사(Grattan Plc)를 인수한 후 넥스트에 메일오더(Next Directory, 1989년)를 추가했다. 시즌별로 350페이지가 넘는 카탈로그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성공적인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경기 하락이나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었다. 메일오더는 넥스트 문화의 일부였고 이를 지원하는 물류관리시스템의 역사가 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프라 시스템은 온라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바탕이 됐다. 특히 많은 하이스트리트 리테일러가 온라인 판매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반품 관리인 데 넥스트는 온라인 판매를 론칭한 1999년에 이미 10여년의 (메일오더) 반품관리 경험을 갖고 있었다. 현재 반품된 상품이 다시 판매되고 딜리버리되기까지 1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고객은 500만명에 달한다.



    포스트 팬데믹… 거스를 수 없는 온라인의 물결

    팬데믹 시대에 온라인 매출은 구세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동안 록다운으로 인해 영국 내 전체 매장이 20주가량 휴점한 가운데서도 넥스트의 매출은 5조8550억원을 기록해서 전년대비 겨우 17% 하락했을 뿐이다. 여기에는 매출의 71%를 차지하는 이커머스의 호조가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온라인화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이코노믹스(Retail Economics)에 의하면 영국 내 온라인 의류매출은 2022년 52% 비중으로 전망되며 역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48%)을 추월할 것으로 본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예측에 비해 3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다른 리테일러에 비해 매우 발달된 넥스트의 옴니채널 방식의 시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매장과 메일오더를 통해 ‘하나의 브랜드 두 가지 방법의 쇼핑’ 이라는 전략을 소개했다. 1999년에는 온라인채널을 추가하면서 ‘하나의 브랜드, 세 가지 방법의 쇼핑’으로 진전했으며, 현재는 여러 채널을 서로 오가면서 구매하고 딜리버리 · 픽업 · 반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크로스채널 오더 · 픽업 · 반품 시스템화

    현재 넥스트는 매장 · 전화 · 웹사이트 · 앱 등을 통해서 오더할 수 있고, 온라인 오더를 매장에서 무료로 픽업하거나 반품할 수 있다. 온라인 오더의 매장 픽업 및 반품의 매력은 고객들이 배송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오더한 상품을 바로 입어보고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반품이나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내 500개 매장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클릭&픽은 현재 고객이 매우 선호하는데, 온라인 고객의 절반 이상이 매장에서 오더를 픽업하며 80% 이상이 매장에서 반품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온라인 오더 후 1시간 내에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스토어스톡체커(store stock checker) 시스템을 통해서 어느 매장에 자신이 원하는 사이즈와 컬러의 상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매장에서는 오더를 받은 후 1시간 내에 상품을 준비해서 고객에게 문자로 알려준다.

    오프라인 비용 줄이기, 매년 20% 축소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넥스트 매장 매출은 매년 20%씩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넥스트는 매장 매출이 낮아지는 만큼 오프라인 리테일 운영 비용을 낮추고 온라인 세상에 맞는 매장 운영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우선 매장 수와 매장 직원 수를 줄임으로써 임차료와 인건비의 비용을 낮춘다.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매장을 줄이고 있는데 2021 회계연도에 임대 기간이 만료된 80개 매장 중에서 18개(23%)를 철수했다. 매장 직원도 2018∼2020년 사이에 3100명을 감원했다.

    매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을 지원한다. 온라인 오더의 매장 내 반품이 많은 만큼 매장에서 반품 상품에 대한 기본 포장 등의 업무를 운영한다.



    뷰티 매장과 대형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새로운 시대에 맞는 매장의 포맷과 운영방식으로 선보이기 위해 콘셉트스토어 방식으로 매장 내에 새로운 방식으로 상품을 구성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뷰티 매장과 대형 플래그십 매장이다.

    지난해 10월 런던 근교에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뷰티 브랜드와 홈상품을 제공하는 ‘넥스트 뷰티 & 홈(Next Beauty and Home)’ 콘셉트 매장을 오픈했고 이후 두 개 매장을 다른 지역에 추가했다. 또한 2018년 9월에는 런던의 옥스퍼드스트리트에 3716㎡(1124평)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해서 처음으로 매장 내에 타사 브랜드의 위탁 매장을 믹스하는 포맷을 테스트한 후 이를 좀 더 확장해서 백화점 형식의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넥스트의 패션은 물론 홈·뷰티 상품을 대형 매장에 모두 모아놓는 방식으로 4월에 런던 근교인 왓포드(Watford)에 8734㎡(2642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하고 오는 11월에는 맨체스터에 6040㎡(1827평) 규모의 백화점 형식의 2호 매장을 열 예정이다.



    10년 계획 등 비전보다는 ‘돈’ 따라가는 경영

    조만간 발표 예정인 2021년의 이익은 1조3260억원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2019년 대비 10% 성장한 것이다. 또한 올해에는 4.4% 성장한 1조3870억원으로 예측한다. 이처럼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것을 반영해서 넥스트의 주가는 2021년 한 해 동안 최고치를 지속적으로 경신했다.

    넥스트는 ‘전략, 비전, 향후 10개년 계획’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한다. 넥스트의 행보는 자체 기본 운영 원칙을 따르게 되는데 이는 재정적 컨트롤을 중시하면서 ‘돈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운영 방침 중 또 하나의 특이한 것은 ‘실패하려면 빨리 하자’라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개발하는데 이를 롤아웃하기 전에 반드시 테스트를 거친다. 테스트로 운영해서 실패하면 바로 접고 성공하는 것은 최대한 개발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현재 넥스트는 자사 브랜드 상품 외에도 나이키, 리바이스, 랄프로렌, 클리닉 등 여성 · 남성 · 아동 · 홈 · 뷰티 부문에서 1300개 타사 브랜드를 온라인상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는 2008년 50개 브랜드를 시작으로 2014년에 전략적으로 규모를 확장한 데 이어 록다운 이후에는 가장 전면에 두는 전략으로 떠올랐다.



    파트너 브랜드에 이커머스 솔루션 제공

    레이블(타사 브랜드 위탁 판매 포맷) 운영을 통해서 넥스트는 이미 구축된 이커머스의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했다. 팬데믹 동안에 넥스트는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신사업을 론칭했다. 바로 ‘토털 플랫폼’이다. 넥스트가 가진 온라인 인프라를 활용해서 파트너들에게 온라인 판매 관련 방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온라인 오퍼를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채널을 추가하기 위한 일환으로 론칭했다.

    다른 브랜드 및 리테일러의 상품을 넥스트나 또는 브랜드나 리테일러의 독립 웹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이커머스 과정을 모두 지원하게 된다. 온라인 마케팅부터 창고 및 물류, 반품관리, 콜센터 서비스, 고객의 신용과 해외사이트 관리에 이르기까지 파트너의 이커머스 전체를 커버한다. 2020년 차일즈플레이(Childsplay)를 시작으로 현재 총 6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운영 중이다.

    유럽 최대의 패션마켓 플레이스인 잘란도가 제공하는 ZMS(Zalando Marketing Service 이커머스 마케팅 솔루션)나 ZFS(Zalando Fulfilment Service 잘란도 물류관리 솔루션) 등과 유사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넥스트는 파트너 브랜드의 지분을 25∼51% 소유한다는 점이다. 즉 일종의 벤처캐피털리스트처럼 파트너 브랜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2021년 넥스트는 토털 플랫폼 채널을 통해서 81억원의 온라인 매출을 기대한다.





    상품의 다양성은 성공과 경쟁력이 키 포인트

    포스트 팬데믹에 오프라인 매출이 내려가는 것은 이제 뉴노멀이며 뉴머니가 있는 곳인 온라인으로 전이해야만 한다고 보는 것이 넥스트의 관점이다. 온라인과 경쟁하기 위해서 넥스트는 ‘최대한 많은 상품을 오퍼하는 것’에 포커스를 둔다. 오프라인이 밀리는 이유는 가격과 딜리버리 등이 아니라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넥스트는 패션, 홈, 뷰티 부문에서 자사 상품을 늘리는 한편 타사 브랜드를 대거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넥스트 상품의 아이템 수는 약 6배나 증가했다.

    넥스트는 자사 브랜드 중 란제리, 스포츠웨어, 아동 신발 등의 온라인 오퍼를 크게 늘렸다. 지난 2월 넥스트는 영국의 스킨케어 제조업자와 파트너로 인하우스 뷰티 브랜드인 우와(Woah)를 신규 론칭했는데 이는 팬데믹 동안 뷰티매출이 증가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그 외에도 라이선싱을 통해서 상품을 확대한다. 지난 2021년에는 테드베이커(Ted by Ted Baker, 아동복), 민트벨벳(Mint Velvet, 아동복), 줄스(Joules, 남성복), 로라애슐리(Laura Ashley and Flower, 여성복) 등 6개의 브랜드 상품을 라이선스로 생산해서 넥스트 웹사이트에서 독점 판매했다. 파트너 브랜드의 파워와 넥스트의 소싱 및 퀄리티 컨트롤의 전문성을 결합한 신사업이다. 2021년 수익 97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옴니채널 넘어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로 간다

    넥스트는 고객에게는 No.1 선택의 의류 및 홈상품 데스티네이션이 되고자 하며 타사 브랜드(파트너)에는 가장 수익성이 좋은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한다. 또한 브랜드 상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 브랜드에 투자 및 인수를 한다.

    라이프스타일과 구매 습관을 완전히 바꿔 놓은 팬데믹을 통해서 수많은 전통 리테일러가 실패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넥스트는 타격이 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혁신의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장기적으로 넥스트의 변화와 전환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확실히 예측하기 어렵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향해서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넥스트는 의류 리테일러가 진화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4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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