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무엇을 하고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

    dhlrh
    |
    22.02.15조회수 4119
    Copy Link



    요즘 스.우.파 출신 댄서들이 예능의 대세인지라 그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신바람이 난다. 그들의 춤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우러러 보이기도 하지만 제일 기분 좋게 하는 건 딱히 공부가 아니어도 그들처럼, 그들이 스스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서 그들의 꿈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그녀들이 최정상에 오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남들의 시선과 편견으로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지는 안 봐도, 안 들어도 상상이 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삶의 모습이 갖춰진다. 더 많은 다양한 꿈이 어우러지고 많은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과 삶에서 인정받고 보람과 성공이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험생을 둔, 또는 곧 수험생이 될 자녀를 둔 모든 부모는 수험생보다 더 긴장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걱정하고 기도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이제 세상은 달라졌고, 1등만 알아주던 시대는 지나갔다. 30대 초반에 고교 동창회를 나간 적이 있었다. 한 학급이 60명 전후이던 때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때 반에서 10등 안에 들었던 친구들은 대개 나처럼 대기업에서 대리 직급 언저리를 달고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그들이 좋아하거나 그들이 꿈꾸던 미래의 모습대로 다양한 직업과 삶의 무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한참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직장생활에 매우 지쳐 있던 나는 매일 아침 넥타이를 매면서 ‘내가 회사원이 되다니’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지금은 또 이런저런 이유로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취업하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본인은 물론 부모도 기뻐한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뿐,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기쁨은 곧 무뎌지고 대기업 기준 열 단계 이상의 승진 단계마다 밀리지 않고 진급하려면 다시 시작되는 무한경쟁의 삶을 살아 내야만 한다. 만약 평사원에서 대표이사가 되기를 꿈꾼다면 확률적으로 회사 생활이 가장 리스크가 많은 직업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백 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회사 생활이고, 또한 비빌 언덕이 돼주니 그만큼 고마운 존재도 없을 것이다. 모든 직장인은 대개 그런 마음가짐으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프로페셔널이 돼간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는 누구나 똑같은 꿈을 꿀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우리 사회가 움직여서도 안 된다.

    다시 태어나면 백댄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회적 시선과 부모님의 바람대로 인생의 스케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서 그랬는지 그 반대로 크게 틀에 갇히지 않고 창의로운 직업으로 백댄서와 같은 예능인의 삶을 살아봤으면 했다.

    물론 그 직업이라고 힘든 일이 없겠냐마는 아마도 지금과 다른 삶이 되지 않았을까 그려 본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일 것이다.


    ■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패션비즈를 정기구독 하시면
    매월 다양한 패션비즈니스 현장 정보와, 패션비즈의 지난 과월호를 PDF파일로 다운로드받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패션비즈 정기구독 Mobile버전 보기
    ■ 패션비즈 정기구독 PC버전 보기





    Related News

    • 알쓸패잡
    News Image
    [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패션AI, 부머인가? or 두머인가?'
    24.01.19
    News Image
    [알쓸패잡] 이윤 l 브랜드워커파트너스 공동대표 '리더를 위한 전략적 성공 기술(2)'
    24.01.19
    News Image
    [알쓸패잡] 문명선 l 밀알재단 기빙플러스 마케팅위원장
    탄소의 재발견? LGD 등 순환경제 시대
    23.10.26
    조회수 1109
    News Image
    [알쓸패잡] 선원규 l 썬더그린 대표
    생성형AI기술 혁신과 패션유통산업의 기회
    23.10.26
    More News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