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과거를 기억 못하면 과거를 반복한다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1.10.07 ∙ 조회수 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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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와 월마트 등 미국 기업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다시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아프간 난민 2만명에게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등록된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으며, 유통업체 월마트도 1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벌어진 아비규환의 현장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매우 안타깝고 참담하다. 언제나 국익을 앞세워 분쟁지역에서 그들을 점령하고 지배하는 데 재주가 있는 미국이지만, 한편으로는 부패한 반민족 · 반시민 세력과 연대하고 협력하다 보니 종국엔 카불 같은 사태를 매번 반복하고서도 별 반성이 없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래도 미국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미국의 공과가 함께 존재할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나 월마트 같은 인류애를 펼치는 기업이나 시민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테러리스트 운운하며 아무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도 인류애의 따뜻한 손길을 먼저 내미는 그들의 성숙한 시민정신만은 부러운 게 사실이다. 오래전 우리도 그들의 인류애적인 도움을 받고 국난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던 과거가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도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대략 76가구 391명을 우리 정부 협력 시민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지금 한국에 체류 중인 434명의 아프간인에 대한 인도적 체류비자를 현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연장해 주기로 했다니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책임을 이행한 일이니 다행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일제 식민지 시절 나라를 잃고 연해주나 만주를 떠돌던 우리나라 항일 무장 독립 단체들 또한 지금의 아프간 난민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유해가 귀환된 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들 역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난민 생활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하늘 같은 은혜는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지만 자신이 받았던 손톱만큼이나 작은 상처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세계는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됐다는 것을 새삼 체험하게 됐다. 봉쇄하고, 무조건 막는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먼 나라 아프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담한 상황도 결국엔 이래저래 우리와도 직간접적으로 깊숙이 연결돼 있음을 알고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 보는 인류애와 함께 선진국으로 대접받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국제사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명예와 권리만 갖겠다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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