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우ㅣ하고엘앤에프 대표
온오프 론칭~M&A 종횡무진... 재무 + 감성 지닌 뉴 타입 CEO
-|21.08.02 ∙ 조회수 2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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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은 신진 디자이너가 충분히 성장하기 힘든 판이다. 유통구조 때문이다. 백화점과 온라인 모두에 한계가 있다. 잘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홀로 2000만원에 만든 ‘하고’를 내놨을 때 모두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시장의 사이클을 확인했고, 온 · 오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모순이 있는 말이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대충 감이 온다.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패션업계에서 이단아 CEO로 남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가고 있는 홍정우 하고엘앤에프 대표는 딱 이단어가 잘 어울린다.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으로 패션 정공법을 깨부수고 있는 그가 최근 화제다.
2017년 16년을 몸담았던 SK네트웍스를 떠나 온라인 펀딩 플랫폼 ‘하고(HAGO)’를 론칭한 그는 현재 M&A 전문 전략가로 몸소 변신했다.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과 손을 잡고, 국내 실력파 디자이너 브랜드에 전략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매개체로 활약하고 있다.
로켓런치를 시작으로 최근 보카바카, 르917, 마뗑킴까지 1년도 안되는 시간에 8개 회사에 투자에 성공했다. 단시간에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투자를 성사시킨 데에는 홍 대표의 지난 경륜과 재무적인 관점이 한 몫 했다.
그는 2000년 SK네트웍스에 재무팀으로 입사, 2003년부터 패션본부에 재직하며 2016년까지 수많은 패션 브랜드의 라이선싱 계약, 론칭, 사업 전략 부문을 담당했다. 2005년 DKNY의 단독 라이선싱을 시작으로 클럽모나코, 루츠, 엘리타하리, 리플레이, 오브제, 오즈세, 하니와이, 루즈앤라운지, 아메리칸이글, 스티브제이요니피까지 SK패션의 역사를 함께 한 그다.
SK패션서 16년 경험 바탕, 라이선싱 귀재로
그가 현재 능수능란한 멀티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요인은 재무와 기획을 함께 경험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 입사 시작부터 회사를 퇴사하는 순간까지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는 무궁무진하게 주어졌다. 재무, 인력, 이커머스, 마케팅, 라이선싱, M&A까지 패션 CEO로 갖춰야 할 모든 소양을 16년간 갈고 닦은 것이다.
“전 아직도 패션이랑 안 친해요. 오랜 시간 대기업에 몸담고, 수많은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왔지만 늘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고를 처음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시작할 때도 국내 유통 구조의 올드한 방식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 하나였죠. 성장은 다른 플랫폼보다는 더뎠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행보를 했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온라인 마켓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홍 대표가 온라인에 자신감을 느끼는 이유가 있다.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며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지만 새로운 유통 전략을 하반기부터 가동하기 때문.
그는 이번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국내 빅 메이저 오프라인 유통에 온라인 브랜드를 입점시킨다. 단순한 편집숍 개념과는 다른 이유가 100평 이상의 규모에 15개 브랜드가 5평씩 각자의 매장을 가지돼 공동으로 운영된다.
오프라인 × 온라인 신개념 공간 8월 열어
기존 백화점 매장 하나당 고정 인력이 3명 이상이 포함되는 데, 정석대로라면 이 신개념 매장에도 브랜드당 최소 2명씩이 투입되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하고는 공동운영 체계로 고정인력을 12명 정도로 반절 줄였고, 수수료 역시 오프라인 유통 중에서는 파격적이다.
이 매장은 정확한 공간 명칭 없이 각 브랜드가 돋보일 수 있도록 운영되며, 모든 매장에 ‘재고’가 없다. 15개 모든 브랜드가 매장에 샘플만 행어에 걸어 놓고, 구매는 하고가 새롭게 만드는 통합 관리 APP에서 진행되는 방식이다.
미국 에버레인 등 이미 주요 패션리더 국가에서 하고 있는 방식을 가장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푼다. 홍 대표는 “오랜 시간 오프라인 유통과 일해봤기 때문에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온라인 브랜드는 이미 과포화 상태고, 매출 한계에 부딪힌 게 현실이다. 새로운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영리하게 오프라인에 입성해야 한다. 우리는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가 부담 없이, 더 다양한 활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번 오프라인 매장을 인큐베이션 베드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베드로 활용
그가 오프라인 구현에 자신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프라인 유통의 변칙과 생리’ 개념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기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넘어와서 매출에 허덕이는 곳이 많은 현실 속에 가장 스마트한 대안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고객 구매 스타일, 고객 타깃이 온라인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홍 대표의 강력한 의견이다.
“온라인 인기 브랜드가 오프라인에서 부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겉보기에만 좋은 매장만 들어가고 싶어하는 온라인 브랜드의 특징,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것이 어떤 건지 모르기 때문이죠. 오프라인은 매니저가 매장 매출을 좌지우지 합니다. 돈을 투자해서라도 좋은 1등급 매니저를 데려오고, 서울 내 매장보다는 알짜배기 지방점포를 통해 확실한 포트폴리오를 쌓아야만 롱런 할 수 있습니다.”
실무를 익히고 이에 대한 전략을 짤 수 있는 온라인 플레이어가 현재 시장에는 거의 전무하다. 온라인, 오프라인 두 유통에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굳은 살이 배겨온 그가 본인의 능력을 광폭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 그의 첫 작품 온라인 플랫폼 ‘하고’ 역시 천천히 안정적인 성장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하고, 300% 이상 매월 성장 아보네 견인
하고는 론칭 이래 매월 300%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만든 가방 브랜드 ‘아보네’의 활약도 매우 크다. 펀딩백으로 진행한 하고백에서 자신감을 얻어 론칭한 아보네는 심플하면서 에지한 스타일로 론칭 1년이 넘은 지금 연매출 100억원을 목표한다. 이에 자신감을 얻어 주얼리 ‘로아주’, 좀더 캐주얼한 스타일의 ‘코일리’까지 총 4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로아주는 론칭 8개월 만에 300% 매출 상승을 기록하며 패션 주얼리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심플한 실버 주얼리가 테마가 됐는데 2030세대 여심을 충분히 공략했다는 평을 받는다. 하고는 최근 캐주얼 감성 브랜드를 자체 기획하고 있으며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업무부터, 기획 브랜들 론칭, 최근 잇따른 디자이너 브랜드 투자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홍 대표. 하지만 그와 함께 일하고자 하는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 덕에 그는 하루에 비타민을 한 주먹씩 챙겨 먹으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실무와 재무, 모든 분야에 능통한 그의 실력과 브랜드를 향한 진정성은 성공적인 M&A로 연결되는 중이다.
대세 리플레인 ~ 마뗑킴 투자 행보 이어져
작년 ‘로켓런치’를 전개하는 우진원 대표의 스페이스스테이션을 시작으로, 올해 리플레인, 분더캄머, 늘(히든포레스트마켓)에 투자를 성공했고, 강력한 팬덤 브랜드로 현대 판교에서 5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마뗑킴 역시 하고의 식구가 됐다.
이후 보카바카, 르917 등에 추가로 투자를 진행했으며 최근 메이저급 디자이너 브랜드 여러 개와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 중이다. 특히 마뗑킴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과 인스타그램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에서 하고와 손을 잡은 뒤 대중성까지 확보하게 됐다.
김다인 마뗑킴 대표는 “아무래도 홀로 경영, 디자인을 모두 하다보니 애로가 많았는데 하고를 만난 이후 경영, 재무적인 측면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후기를 전했다. 온라인 브랜드로서 한계를 느꼈던 부분을 하고와 대명화학이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 디자이너 마켓은 너무 자아도취에 빠져 있어요. 100억원이 넘는 브랜드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말이죠. 저는 온 · 오프 두 마켓에서 생기는 괴리감을 과감하게 깨고 싶어요. 거침없이 보일 수 있겠지만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일을 해야 하는 의미를 찾아서 쉼 없이 달려왔어요. 앞으로 주어진 시간 역시 가치 있게 쓸 거예요. 그리고 푹 쉬겠습니다. (하하)”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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