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규ㅣ지미벡 대표 겸 디자이너

    hyo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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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6.20조회수 1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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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伊 감성 슈즈 & 백 「지미벡」


    「지
    미벡(JIMIBEK)」.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젤마노(Jelmano)라는 이름의 디자이너가 론칭한 남성 슈즈와 가방 브랜드다. 「지미벡」이라는 브랜드명은 한자어로 조합됐다. 더군다나 공자의 사상을 담고 있는 중국 고전 ‘중용’의 12장 ‘지미(知味)’ 편에서 차용한 말이다. ‘지미백(知味伯)’은 맛을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윤대규 디자이너의 프로토 타입을 반영해 만든 브랜드명이다.

    윤 디자이너는 “맛이라는 것은 객관과 주관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모든 사람에겐 각자의 입맛이 있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맛집이 있잖아요? 맛은 개별적인 동시에 공통적인 특성이 있어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제 브랜드 철학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브랜드의 엠블럼에도 사용되며 상품 곳곳에 장식으로 들어간 육각형 디테일에 담긴 의미도 흥미롭다. 2차원의 육각형에 선을 3개만 더하면 3차원의 정육면체가 나타난다.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육각형 메탈은 ‘중용’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드러낸다.

    서울대학교에서 생명과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Accenture)에서 애널리스트로 4년 동안 활동한 그에게 일생일대의 변곡점이 생겼는데 바로 변리사 2차 시험에 낙방한 것이다. 32세에 그는 ‘진짜 하고 싶은 꿈’을 찾아 패션의 메카인 이탈리아로 훌쩍 유학을 떠났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입문해 언어 장벽으로 고생도 심했지만 특유의 근성으로 남성복 패턴재단사 자격증과 패션 디자인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실무 경험도 쌓았다.



    글로벌 톱 브랜드와 생산 라인 공유
    지난 1월 ‘이탈리아 패션 인 서울(La M
    oda Italiana a Seoul)’ 트레이드쇼 참가를 위해 한국에 온 윤 디자이너는 “국내 유통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로 들어왔는데, 이탈리아의 실정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사입이 아닌 위탁이 주를 이루다 보니 이를 관리해 줄 법인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한국 법인인 지미벡코리아(대표 윤대규)를 설립한 그는 “현재 한국 내 「지미벡」이 입점해 있는 숍은 소매와 바잉이 모두 이뤄지는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국내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클래식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에지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그는 이탈리아에서 ‘부르니토’라고 불리는 파티나(Patina) 가죽을 사용해 슈즈와 가방을 만든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금속에 자연스러운 문양이 생기는 것처럼 오래 사용할수록 멋을 더하는 이 가죽을 위해 윤 디자이너는 직접 이탈리아 산타크로체와 피렌체의 가죽 공장들에 발품 팔아 재료를 공수한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탈리아에서 생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이탈리아 내에서도 좋은 공장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설명했다. 「지미벡」은 「에르메스」 「크리스찬루부탱」 「톰포드」 등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생산 라인을 공유한다.

    어모털족 타깃, 위치 추적 기능까지 OK
    윤 디자이너는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브랜드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지난해 파리 출장 중 클러치백을 분실한 경험에서 위치 추적 기능이 있는 슈즈와 백을 구상해 왔다. 현재 한국의 IT 업체와 개발 단계에 있으며 두 시즌 안에 상품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슈즈의 경우 마모된 밑창을 교체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환경보호에도 관심이 있는 윤 디자이너의 가치관이 반영됐다. 리사이클이 가능한 고무만을 밑창으로 사용하는 것.

    또 소비자들이 슈즈를 피팅해 볼 때 해당 상품과 매칭할 수 있는 양말을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여기서 착안해 앞으로는 슈즈와 가방 등 남성 액세서리뿐 아니라 양말, 넥타이, 재킷 등 토털 패션 브랜드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향후에는 남성복에서 여성복까지 라인을 확장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지미벡」 슈즈의 소비자 중 최고 연장자는 72세의 어르신이라고 한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쿠션감으로 편안한 착화감을 제공해 나이를 잊은 5060 남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멋있는 삶을 사는 실버 댄디 트렌드인 어모털(amortal)족을 겨냥해 위치 추적 기능이 더해진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밀라노 쇼룸 입점으로 韓 · 伊서 인지도↑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는 윤 디자이너의 행보는 분주하다. 「지미벡」은 한국의 제화업체인 다미제화와 디자인 MOU를 맺고 콜래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통망으로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비스포크숍 ‘몬테바르끼’와 남성 테일러숍 ‘포튼가먼트’에 파일럿 형식으로 입점해 있다.

    윤 디자이너는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이 훨씬 잘되고 해외 바이어들과의 접근성도 용이해 밀라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전개를 위해 좋은 패션 디스트리뷰터를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디자인부터 생산 관리, 재무, 법무까지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하고 있는 그는 “밀라노에서 안착하기까지 2~3시즌 동안 보릿고개를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한편 「지미벡」은 오는 6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남성복 전시회 ‘피티우오모(PITTI UOMO)’에 참가해 밀라노 메이저 쇼룸에 입점할 예정이다.



    **패션비즈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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