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프텍스 · BAC · 신규TF…
    ‘찐텐’ 블랙야크, 진정성으로 승부

    곽선미 기자
    |
    21.09.13조회수 1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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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중 현업에서 가장 혁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블랙야크’다. 49년 역사 동안 등산과 캠핑 등 아웃도어 한 우물만을 파 업계 선두에 선 것은 물론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며 꾸준히 R&D를 진행해 디지털 · 친환경 시대를 위한 행보도 한 발짝 일찍 시작했다.

    여기에 MZ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툴도 뺄 수 없다. 이런 블랙야크의 행보는 ‘진정성’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진정성은 비와이엔블랙야크(회장 강태선)의 맨파워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직접 히말라야를 등반할 정도로 아웃도어에 진심인 1세대 강태선 회장부터 새로운 피를 수혈한 강준석 전무 여기에 공명해 직접 뛰어들어 업무를 수행하는 ‘찐텐(진심으로 즐기는 긍정적인 긴장감)’ 직원들까지…. 존재 자체로 브랜드와 역사를 같이하는 강태선 회장은 블랙야크가 가지는 리얼리티와 진실성의 중심에 서 있다. 실제로 등반과 산을 사랑하는 인물이자 평생을 아웃도어 상품 개발과 브랜드 운영은 물론 한국의 아웃도어 문화 발전에 공헌한 인물이다.




    강태선-강준석, 부자 넘어 혁신의 중심에 서다

    여기에 2세인 강준석 블랙야크 기획본부 전무는 참신한 미래 동력을 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5년 ‘나우(nau)’ 인수를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나우의 철학을 비와이엔블랙야크에 이식했고, 2021년 현재 MZ세대의 관심사이기도 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블랙야크가 앞서나가는 결과를 마련했다.

    올해로 74세인 강 회장은 비와이엔블랙야크 내에서 새로운 것을 가장 좋아하고 또 빠르게 받아들이는 인물 중 하나다. 실무진도 갸우뚱할 만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직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충분한 설득이 이어진다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 아웃도어 기업과 블랙야크 내 직원마저 불확실한 성공 가능성 때문에 투자를 꺼리던 커뮤니티 플랫폼 개발을 승인한 것도, 블랙야크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아이유-카이 조합의 모델 영입을 찬성하고, 적극적인 SNS 소통을 장려한 것도 강 회장과 강 전무다.

    히말라야 ~ 쓰레기장 내달리는 ‘찐텐’ 팀원

    비와이엔블랙야크는 2015년 즈음부터 당장 눈앞의 성공보다는 지속하며 이어가는 것으로 전략의 중심을 이동했다. 그 전략은 1세대와 2세대의 신구 조합과 흔들리지 않는 기업 철학에 동의하는 직원들의 열정적인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현재 블랙야크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대표 팀은 크게 3개다. 2013년부터 운영해 온 BAC 관련 △익스트림팀, 2020년 초 신설한 △뉴라이프텍스 TF팀, 최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개발에 나선 △신규 TF팀 등이다.

    최근 블랙야크만의 ‘아웃도어 바이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BAC(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관련 ‘익스트림팀’은 지난 2011년 ‘엄홍길재단’ 산악 지원 업무 담당자에서 블랙야크로 입사한 김정배 사업부장을 중심으로 2013년 구축됐다. BAC 앱은 2013년 페이스북에서 착안해 만든 인증 프로그램 중심의 커뮤니티다.




    익스트림팀, 오랜 과제였던 2030세대 유입 성공

    사실 타 아웃도어 기업도 이 같은 커뮤니티형 플랫폼에 대한 계획은 있었으나 당시 아웃도어 소비층이 중년층에 집중돼 있고, 젊은 층이 유입된다는 확신이 없어 투자를 망설이거나 포기한 사업 아이템이었다.

    김 부장이 낸 아이디어는 사내 실무자들 사이에서 실행에 대한 찬반이 오갔으나, 유연한 사고를 가진 강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BAC 앱을 다운로드해 가입한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인증 프로그램을 만들고, 산 정상석에서 찍은 본인 사진을 업로드하면 블랙야크가 인정한 전문 ‘셰르파’가 확인 후 인증한다.

    오른 산의 높이만큼 포인트를 부여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참여율을 높였다. 최근에는 하산 시 등산로의 쓰레기를 주워 담은 봉투를 가져오면 포인트로 환산해 주는 클린 마운틴 365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BAC 앱 활동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간 연대감이 브랜드의 충성도와 구매력으로 환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앱 통해 ‘연대감 → 충성도 → 구매력’ 선순환

    BAC 앱은 4060세대 리얼 등산인들의 커뮤니티로 시작한 커뮤니티형 플랫폼이다. 코로나19로 2030세대 등산인이 늘어나면서 론칭 8년 만인 2020년 초 14만명을 돌파하고 2020년 말 19만명, 2021년 현재 약 23만명으로 회원이 증가했다.

    이 앱은 현재 블랙야크의 성장동력이 됐다. 블랙야크와 멀었던 2030세대 소비자를 커뮤니티 안으로 흡수해 브랜드와 소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과거에 쉽게 할 수 없던 △신규 라인 론칭 △빠른 소비자 피드백 △젊은 층과의 적극 소통이 가능해졌다. 심지어 BAC 회원은 블랙야크의 주요한 매출원으로 등극했다.

    블랙야크 전체 매출 중 2019년 9%, 2020년 14.9%, 2021년 현재 약 20%가 BAC 회원의 구매로 발생한다. 이들은 매출뿐 아니라 주요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등산 #산행 관련 해시태그로 #블랙야크 #블랙야크100대명산 키워드가 뜨도록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BAC 회원, 블랙야크 전체 매출의 20% 차지

    덕분에 그동안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리점주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 기획에 주력했던 블랙야크는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상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반도 얻게 됐다. BAC 라인을 시작으로 BCC(블랙야크 클라이밍 크루) 라인, 테크웨어 라인인 DNS까지 젊은 층을 공략한 독립 상품군을 구축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블랙야크를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도 실천하는 친환경 브랜드로 우뚝 서게 조력한 ‘뉴라이프텍스 TF팀’이다. 강준석 전무가 기획해 운영된 이 팀은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7월 초 환경부가 주관해 선정하는 ‘이달의 한국판 뉴딜’에 선정되며 두각을 드러냈으며 지난 2020년 초 신설됐다.

    기존 강 회장이 오랫동안 진두지휘하던 R&D팀에서 분리해 아예 친환경 소재 개발만을 위한 팀으로 새롭게 만든 것. ‘한국판 뉴딜’ ‘국내 최초 폐플라스틱 재생 소재 개발’ 등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알려졌지만, 이 팀은 소재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기획 단계부터 치열한 과정을 거쳐왔다.




    뉴라이프텍스팀, 쓰레기 분리수거장부터 투입

    뉴라이프텍스팀은 국내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최종 상품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페트병 재생 소재는 정재된 플라스틱을 국내에서는 거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에서 수입해 원사나 원단으로 가공하는 것에 그쳤었다. 블랙야크는 국내에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잘 분리해 배출하는 플라스틱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한 것.

    ‘도대체 왜 잘 분리해 배출한 플라스틱이 재생되는 비중은 낮을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팀원들은 직접 플라스틱 수거 차량, 쓰레기 분리 현장, 재생 소재를 만드는 공장에 발을 담갔다. 소비자들이 잘 분리해 버린 플라스틱을 수거할 때부터 문제였다.

    수거 차량은 분리된 것과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한데 모아 수거해 쓰레기장에서 별도로 다시 한번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 뉴라이프텍스팀은 이것에 착안해 아예 수거부터 제대로 나눠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와 방안을 찾고, 폐페트병 재생 섬유 양산 시스템을 갖춘 전문기업과 손을 잡았다.

    베일에 싸인 ‘신규 TF팀’, 새로운 라이프 공략

    불과 3개월만인 2020년 5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 섬유 K-rPET(케이알피이티)가 탄생했다. 이 섬유로 반팔 티셔츠 한 장을 만들면 500ml 페트병 15~16개를 재활용하는 것과 같았다. 뉴라이프텍스팀은 약 3개월의 개발 단계를 더 거쳐 이 섬유를 활용해 다양한 기능성을 더한 자체 소재 ‘플러스틱’을 만들었다.

    작년 티셔츠 개발로 관심을 끈 뉴라이프텍스팀은 올해 이 소재를 바지, 플리스, 아우터류 등으로 본격 확대한다. 작년에는 2019년 대비 약 180%까지 친환경 상품을 늘렸는데, 2023년까지 화학소재를 사용하던 상품 대부분을 플러스틱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에게도 이 같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려 공유하고, 실천하는 분위기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블랙야크와 폐페트병 수거 협력 중인 지자체는 강원도 강릉과 춘천, 서울시 8개 구다. 앞으로 지역을 넓히는 것은 물론 올 초 진행했던 스타벅스와 GS편의점 등과의 협업처럼 페트병이나 투명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사업체와 수거 협력도 확장할 예정이다.

    지속된 매출 하락세 반전할 팬덤 구축 완료

    익스트림팀과 뉴라이프텍스팀이 블랙야크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공략하고 있다면, 비밀리에 운영 중인 ‘신규 TF팀’은 미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블랙야크가 올해 개설해 대외비로 운영 중인 이 팀은 블랙야크키즈나 힐크릭처럼 새로운 판, 새로운 고객, 새로운 목적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다만 ‘블랙야크는 기존에 있던 것을 그대로 내지 않는다.

    새로운 니즈에 맞는 개발 단계는 필수’라는 내부 철칙에 따라 새로운 아이템 개발부터 진행 중이라고 가볍게 언질을 줬다. 개발 단계를 지나 테스트 이후에 확신이 서면 업계에 소개하고, 소비자의 피드백도 받을 계획이다. 사실 블랙야크의 이 같은 활동은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등산 마니아나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아니고서야 알기 힘든 활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BAC과 뉴라이프텍스팀의 업무가 당장 블랙야크에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블랙야크는 2013년 5805억으로 매출 정점을 찍은 후 작년에는 3348억원으로 매출이 하락했다. 그러나 한 가지, 이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변화했다는 확실한 결과는 있다.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2030세대 유입을 BAC 앱을 통해 이뤄냈고, 미래 중심 소비층이 될 Z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친환경 전략은 어느 브랜드보다 앞서 있다. 기존 탄탄한 중년 충성 소비자의 뒤를 이어 브랜드의 팬덤을 구축해 줄 새로운 소비자가 계속 유입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블랙야크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 진출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친환경 실행력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고, 국내에서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성공했으니 다음 스텝을 밟기로 한 것이다. 물론 지속가능한 패션, 친환경 소재 및 공정을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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