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 + 두진양행 ‘상생 성공’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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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6.10조회수 9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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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이의 뒤에는 조력자가 있게 마련이다. 와인과 음식의 황홀한 조화를 표현하는 ‘마리아주(marriage)’라는 말이 있다. 유사한 베이스를 가졌지만 전혀 다른 형태의 와인과 음식이 만나 입 안에서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을 말한다. 패션계에서는 기업 혹은 브랜드와 생산업체나 유통 파트너의 상생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마리아주’에 빗댈 수 있지 않을까.

    패션 기업에서 최고의 마리아주를 선보이고 있는 상생 파트너는 어느 곳일까. 몇 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진캐주얼 조닝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스홀딩스코리아(대표 이재충)와 생산업체인 두진양행(대표 이욱희)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게스」는 우리나라 진캐주얼 시장의 톱으로 군림하고 있고, 두진양행 역시 데님 프로모션 업계의 톱이다. 이 두 회사가 이러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탄탄한 파트너십으로 동반 성장해 온 결과치다.

    데님이 특수 아이템이 아닌 패션의 메인 아이템이 된 지 오래, 유독 ‘청바지’ 시장만은 몇 년 전부터 고전 중이다. 「캘빈클라인」 「리바이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게스」 「버커루」 「타미진」은 지속적인 매출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상품’.


    물량 파워 1등 「게스」 비결은 두진양행
    웬만한 수입 상품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몸에 큰 문제없이 맞지만, 청바지만큼은 다르다. 한국인의 체형이 많이 서구화됐다지만 유독 청바지는 서양인과의 ‘기럭지’ 차이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또 청바지 생산과 워싱 또한 한국의 기술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기술력과 국내 소비자의 체형을 고려한 국내 생산 청바지에 대한 인기는 높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청바지를 만드는 업체들의 경쟁력은 상당하다. 「게스」와 「버커루」 「타미진」은 라이선스로 청바지를 제작한다.

    특히 「게스」는 두진양행이라는 든든한 지원군과의 연합으로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키웠고, 라이벌들과의 격차를 상당히 벌려놨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에서의 기획전이나 행사 요구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브랜드로 평판도 높다. 물론 동종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도 많다. 「게스」가 내놓은 수많은 기획상품 때문에 경쟁이 과열되고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으며, 소비자들의 가격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말들을 한다.

    그런 비판과 우려 제기에도 「게스」는 꿋꿋하고 탄탄하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직진출 한 2007년 첫해 매출 목표 270억원에서 230억원 초과한 매출 500억원을 올린 데 이어 직진출 4년 만에 언더웨어와 진을 합쳐 1600억원대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지난 2012년에는 진, 언더웨어, 슈즈로 2300억원, 진으로만 1700원의 규모를 이뤄냈다.





    「게스」 ‘1 벤더-토털 시스템’ 상호신뢰도 UP!
    게다가 가격대 낮은 기획상품 탓에 소비자들의 가격 신뢰도가 떨어지고,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동종업계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소비자들에게 있어 「게스」는 여전히 구매할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다. 특히 편안하면서도 동양인의 다리를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청바지는 기획가든 정가든 충분히 살 만하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퀄리티 좋고, 예쁜 청바지는 요즘 소비자들의 니즈에 딱 맞는 합리적인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게스」의 상품을 총괄하고 있는 이정필 제2 상품 본부장은 “「게스」는 재고운용을 본사에서 하지 않는다. 아울렛 벤더에게 100% 넘겨 그쪽에서 소진토록 한다. 이 때문에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기획상품은 기획용으로 따로 제작한 것이다. 정상 상품을 할인해 판매하지 않으며, 백화점 시즌오프 행사 때에도 최고 30%까지만 진행한다. 청바지류는 시즌오프 할인행사에도 거의 포함시키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의심을 가질 만한 ‘가격 꺾어팔기’는 절대 없다”며 「게스」의 기획상품에 대해 설명한다.

    상품 마크업을 제대로 가져가기 위해 사전에 아무리 철저하게 기획해도 상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되면 이전의 기획작업은 소용이 없다. 게스홀딩스코리아는 이 때문에 정상 상품 외에 행사용 혹은 스폿 시즌 상품으로 기획상품을 선호(?)한다. 시시때때로 필요한 상품을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가격에 내놓는 것이다. 여기에서 협력업체의 능력이 힘을 발휘한다.





    7년 인연, 매출 & 시스템 두 마리 토끼 잡아
    이 본부장은 “「게스」는 완사입으로 전개되는 브랜드다. 파트너들의 역량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아우터, 상의, 하의류 각각 한 업체와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브랜드 규모가 커지면서 상의와 아우터는 몇 업체가 추가됐지만 가장 많은 물량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직진출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생산이라는 것이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분야고, 반복해서 진행할수록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파트너 업체들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물가, 임가공비, 원부자재 가격 등 생산 원가는 꾸준히 오르지만 함부로 올릴 수 없는 것이 소비자가격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함께해온 파트너 업체와 연구해 상품 가격을 유지한다. 「게스」는 지속적으로 상품 오더를 주고, 업체는 퀄리티 높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한다. 물론 계속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받아올 수는 없다. 물가상승률을 계속 무시할 순 없기 때문. 5년 가까이 유지해 온 7만8000원이라는 기획상품 가격대를 지난해 8만9000원으로 올린 이유다.

    「게스」는 파트너 업체들에 많은 물량의 상품을 오더하고 좋은 가격으로 상품을 받아온다. 백화점의 기획전 요구에 유연하게 응대하면서 트렌드에 맞춘 스폿 상품을 빠르게,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까지 보장해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두진양행과 같은 협력업체 덕이다. 그렇다면 협력업체는 「게스」와의 파트너십으로 무엇을 얻을까.


    꾸준한 상호 감시와 존중, 믿음은 필수
    가장 먼저 매출의 확대다. 두진양행은 두산이 「게스」를 전개하던 2002년부터 상품을 제작해왔다. 「게스」가 직진출하기로 결정된 2006년, 두진의 매출은 90억원대. 이 중 20억원이 「게스」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리바이스」 생산으로 얻는 수익이었다. 2007년 「리바이스」가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면서 두진양행은 「게스」 상품 위주로 작업을 하게 됐다. 그리고 2012년 말 기준 두진양행의 매출은 400억원, 이 중 350억원이 「게스」를 통한 수익이다.

    매출의 확대와 함께 자연스럽게 기술력 향상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진다. 두진양행의 기술력은 2006년 이미 업계에서 알아주는 수준이었다. 폴 마르시아노 게스 회장과 평가단이 2006년 직진출을 앞두고 두진양행의 생산설비 시설 점검을 위해 직접 공장에 방문했을 때 “생산력과 가공능력, 품질 모두 세계 수준”이라며 극찬했을 정도.

    두진양행의 수장인 이욱희 사장의 모토는 ‘꾸준한 기술개발과 시스템 구축’이다. 이 사장은 1987년 데님 임가공 업체이던 두진양행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대표의 개인적 사정으로 회사가 매각되는 일이 반복되자 회사를 살리기 위해 1995년 직접 회사를 매입했다. 임가공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완사입 체제의 프로모션으로 변신했다.


    두진양행, 워싱공장 등 자체 경쟁력 강화
    두진양행에 입사하기 전인 1982년부터 반도패션의 「조다쉬」 데님 완사입을 맡고 있던 한미양행에서의 경험을 두진양행 시스템에 정착시킨 것. 그는 “모든 패션 브랜드가 그렇지만 데님은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영속성을 위해 꾸준히 새로운 것을 찾아서 도입해야 한다”고 뉴 시스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오랫동안 데님 생산업체로 활동하면서 탄탄한 생산체제를 갖췄지만 워싱에 대한 아쉬움이 있던 그는 선투자의 일환으로 2008년 경기도 연천에 2244㎡(약 680평) 규모의 워싱공장을 세웠다.

    「게스」와의 협력체제로 매출 증대는 물론 시스템 확충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기존 두진양행이 보유하고 있던 데님 패턴사와 샘플제작자, 데님 디자이너 등 뛰어난 인력들은 이런 토대 위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연마할 수 있었다. 대형 브랜드로 큰 「게스」가 다른 협력업체로 눈을 돌릴 수 없게 더욱 그 역량을 키워냈다.

    최근에는 「게스」와의 작업뿐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원단과 원자재의 벤더 역할을 겸하는 일을 추진 중이다. 빠르고 철두철미한 생산체제를 갖고 있음에도 소재에 대한 한계를 종종 느꼈다고. 직접 다양하고 퀄리티 높은 소재의 벤더로 활동하면서 좋은 소재를 확보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재 상하이에 원단 소싱 사무소를 운용하며 실질적인 벤더로서의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현재 업무 독촉보다 ‘미래와 시스템’ 토론
    이런 두진양행의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 발전에 대해 게스홀딩스코리아는 “「게스」가 두진양행에 특별히 뭔가 해주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이번 시즌 수량 얼마만큼을 뽑아야 하는지’ 혹은 ‘며칠까지 납품을 마칠 수 있지’와 같은 현재 업무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시스템 구축에 대한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게스」가 성장할 수 있는 확실한 미래 비전을 약속하면 두진양행은 스스로 더 높은 수준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발전했다고 공을 돌린다. 그리고 이에 부응해 게스차이나의 물량 역시 두진양행에 요청했고, 2013년 하반기부터는 게스재팬의 상품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수어지교(水魚之交 :물고기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듯, 서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친밀한 사이)와 같은 이 두 업체의 사이가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파트너로서 일을 하고 있을 뿐 두 회사가 같은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서로 이익을 내기 위한 밀당은 당연히 존재한다. 「게스」는 상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자체 데이터를 가동해 엄격한 가격상한선을 제안하기도 하고, 두진양행 역시 「게스」 외에 다른 브랜드의 상품을 제작해 자사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Win-Win, 한국 넘어 중국 일본으로 확장
    다만 「게스」는 협력업체를 추가하지 않고 꾸준히 믿음을 갖고 두진양행에 많은 물량을 오더하고, 두진양행 역시 「게스」의 상품 생산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체 사업을 진행한다. 또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믿음을 유지하는 등 팽팽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벌써 7년째다. 이 두 기업은 7년의 세월 동안 손발을 맞춰 왔다. 수많은 기업들이 원가 절감, 납품 가격 인상 등 순간의 이익을 위해 파트너를 교체하고 또 교체하는 동안 이 두 기업은 서로의 강점과 능력을 믿고 함께 걸었다. 게스홀딩스코리아는 브랜드 사업을, 두진양행은 상품 생산이라는 각자의 사업을 펼쳐왔지만 끈끈한 파트너십으로 각자의 시장에서 톱으로 우뚝 섰다.

    ‘잘하는 이들끼리 손을 잡았으니 잘되는 게 당연하지’라는 모난 시선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잘난 이들끼리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협업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게스홀딩스코리아는 두진양행을 단지 하청업체로 생각하지 않았고, 두진양행 역시 게스홀딩스코리아를 원청업체로만 여기지 않았다. 좀 더 좋은 상품, 좀 더 높은 매출, 각자의 더욱 뛰어난 역량을 위해 상생하는 길을 택한 이 두 기업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한다.

    **패션비즈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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