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패션, 직물사업 포기
    ‘골든텍스’, 역사 속으로… 구미공장 가동 중단

    이광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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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3.11조회수 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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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 패션이 오는 6월 경북 구미의 직물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1월 사업종료와 함께 원단 생산에서 손을 뗀다는 소식이다.

    1954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제일모직공업(2015년 삼성물산으로 합병,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됨)을 설립해 1956년부터 국산 양복지 ‘골든텍스(GOLDENTEX, 그 당시는 골덴텍스로 명명)’를 만들며, 최고급 국산 순모복지를 만들던 구미 직물 공장이 66년간 쌓아온 최고급 패션 소재의 명성을 로그아웃하게 되는 상황이다.

    원단을 만드는 구미 직물 제조 공장은 지난 2014년부터 삼성SDI 구미사업장 일부 부지를 임차해 직물 사업을 운영해 왔다.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누적 적자가 88억원에 달하고, 공장 가동률도 50%대에 불과해 직물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직물사업을 접는 대신 SSF샵 등 온라인몰과 해외패션 브랜드 투자를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시대 흐름에 맞춰 제조보다 완제품 유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소재 생산 중단, 완제품 유통에 집중

    삼성의 이번 직물사업 철수에 따라 국내 최고급 퀄리티의 패션 소재로 불린 ‘골든텍스’가 더 이상 ‘Made in KOREA’의 태그(tag)를 걸고 공급될 수 없게 될 수 있다. 모직물의 원조 격인 영국으로 이탈리아 원단과 경쟁하며 수출이 가능했던 ‘골든텍스’의 고급 퀄리티 소모 방모직물 원단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 제일모직 ‘골든텍스’의 시작은 이후 경남모직 한국모방 대한모방 라전모방 등 모방 기업들이 참여하게 된 계기로 작용해 국내 섬유산업의 고급화 시대 개막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양복지 원단의 국산화와 함께 이탈리아 원단에 버금가는 국산 모직물로 선보였던 당시의 골든텍스는 세계 3번째 순모 120수 복지원단을 만들어 낸 모직물 부문의 최고급 패션 소재였다.

    제일모직에서 만든 고급 모직물은 학생복 ‘엘리트’와 ‘아이비클럽’ 여성 기성복 ‘라보떼’ 등 당시 이 회사에서 전개했던 브랜드의 차별화된 최고급 소재로 제공됐다. 이후 템테이션  프레스티지  슐레인 등 고급 양복원단을 생산해 왔으며, 남성 정장 브랜드 ‘갤럭시’와 ‘로가디스’도 구미 공장에서 만든 원단을 활용했다.

    故 이병철 회장의 수입 모직물 국산화 염원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제일제당에 이어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세 번째로 세운 기업이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마카오 수입 원단으로 만든 양복 한 벌 가격이 직장인 월급 3개월치와 맞먹는 현실을 직시하고 섬유 국산화를 선언했다. 국내 최정상급 모직물 생산은 물론 영국을 비롯해 해외 수출로 막대한 외화벌이를 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 삼성물산의 섬유수출 금액은 우리나라 섬유수출 비중의 8%인 10억달러를 넘어 전국 최고의 섬유수출상사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 당시 삼성물산의 섬유경공업 부문은 800여명의 조직으로 운영될 만큼 거대했다.

    섬유관리, 섬유 1 · 2 · 3사업부를 두고 소재정보실과 섬유마케팅팀을 별도 운영하면서 소재와 패션정보수집과 소재기획에서 월등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수많은 경쟁자가 사라진 가운데 IMF를 이겨내고 안정된 생산기반과 개발 노하우를 갖춘 제일모직은 다시금 의류업체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고, 숙녀복지와 편사 파트를 원단컨버터형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과 함께 체질 개선을 단행하기도 했다.




    “소재가 앞서면 디자인이 돋보인다”

    제일모직의 원단은 고급 패션소재의 기준이자 고기술제품과 안정된 품질로 인정받았으며, 하이트위스트 합연방적기술을 적용한 ‘울트라코아(Ultra Core)’ 시리즈로 에스코아(ESS CORE), 라이트코아(Light Core) 등 150수와 170수 등 극세번수 소재와 수많은 히트 소재를 개발해 냈다. 하지만 이번 직물사업 철수는 창업 1세대가 이룩해 놓은 과업을 그룹경영 3세대에 들어 시대적 유물로 밀려나는 모습으로 비추어져 과거 제일모직이 갖는 역사적 상징성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의 느낌으로, 감성의 컬러로 – 소재가 앞서면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소재의 혁신이 패션의 혁신을 창조합니다. 예술혼이 숨 쉬는 명품복지. 패션이 시작되는 곳, 골덴텍스(GOLDENTEX).” 그 당시 골든텍스의 광고 카피다. 선대의 업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의지가 부족한 점과 함께 패션소재 개발의 최선봉에서 자존심과 사명감으로 지탱해 온 국내 섬유생산 현장이 존속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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