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웨어, 니즈 맞춤형으로 간다
소비자들은 요즘 어떤 속옷을 입을까? 이전에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예뻐 보이는 속옷에 몸을 맞춰 넣었다면, 지금은 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볼륨이 있는 속옷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브래지어의 와이어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노와이어 속옷에 대한 선호도 역시 점점 높아진다.
올여름에는 아예 패드, 와이어 등이 전혀 없는 홑겹 속옷인 브라렛의 인기가 SNS를 뜨겁게 달궜다. 「빅토리아시크릿」에서도 브라렛을 출시해, 새로운 속옷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인기 브랜드의 볼륨 자부심을 꺾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브라렛 열풍은 국내 소비자들도 새로운 속옷에 대한 도전 의지가 충분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속옷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난해엔 시스루, 올여름에는 오프숄더 열풍으로 여성 소비자들이 스타일에 맞는 속옷을 찾는 니즈도 부쩍 늘었다. 모든 브랜드 매장에 ‘어깨 끈을 떼고 입을 수 있는 속옷이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시스루 스타일을 연출하기 좋은 진한 색상의 브라 판매율도 높아졌다.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은 변하지만 아우터와 함께 연출할 수 있는 이너웨어를 찾는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C컵 이상 고객 늘어, 편한 속옷 선호 급증
빅 사이즈 브라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특징이다. 좋은사람들(대표 윤우환)의 전 브랜드는 올 상반기 C컵 이상 브래지어 판매율이 2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1% 늘어났다. 여성 고객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지난 2014년 대비 A컵은 5% 줄어든 반면 C컵 이상은 9% 증가했다. 1020층은 C컵 이상이 최대 15% 증가해 변화 폭이 가장 컸다. 곧 소비의 주역이 될 이들은 볼륨 대신 큰 가슴을 부담스럽지 않게 모아 주는 기능을 원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반응과 고객 설문 결과를 봐도 소비자들이 볼륨, 나에게 맞는 핏, 착용감, 소재, 몸매 보정 등 다양한 기능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너웨어 브랜드들은 점점 세분화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속옷 시장을 쪼개고 어디에 집중할지 고민하고 있다. 모든 브랜드가 기본적으로 어필해 온 볼륨업 대신 새로운 기능을 강조하기도 한다.
남영비비안(대표 남석우)의 「비비안」은 여성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정기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핏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브래지어 구입 시 주요 고려 요인 중 볼륨감을 중시한다는 응답이 2013년에는 20%에 달했지만 작년 하반기 조사에서는 약 12%로 줄어들었고, ‘내 몸에 잘 어울리는 핏’을 중시한다는 응답은 5.8%에서 17%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비안」 볼륨 대신 ‘베스트 핏’ 시장 연다
이에 「비비안」은 착용감과 가슴 모양 보정을 우선순위에 두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핏 좋은 브라임을 어필한다. 어떤 체형이든 가장 적합한 핏과 볼륨감을 연출해 준다는 의미다. 또 서구 체형에 가까운 연예인의 몸매뿐 아니라 모든 여성의 몸이 아름답고, 그것을 더 돋보이게 하는 브래지어를 찾자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강지영 「비비안」 디자인 1팀 팀장은 “예전에는 브래지어의 볼륨업을 중요시하던 여성들이 최근에는 착용감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그래서 사내 모델과 전문 모델을 모두 두고, 많게는 50명의 모델에게 피팅을 해 보며 몰드컵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브라를 A~F컵까지 컵마다 다르게 디자인한다. 보통 기성복으로 여기고 세세하게 설계하지 않는 큰 사이즈까지 신경 써서 만든다”고 말했다.
또 “브래지어에는 보이지 않는 부자재가 많이 들어가는데, 브랜드마다 사용하는 몰드의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고 상품 설계의 정교함도 다르다. 소비자가 똑똑해진 만큼 「비비안」은 디테일까지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일례로 이번 시즌부터 브라의 여밈 부분인 훅앤아이를 더욱 부드럽게 만든다. 고주파로 처리해 살짝 날카로울 수 있는 끝부분을 안쪽으로 접고, 부드러운 나일론 원단을 덧대 피부에 닿는 착용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원더브라」 티셔츠용 속옷, 스포츠 등 새 라인
엠코르셋(대표 문영우)의 「원더브라」는 볼륨업 대표 브랜드로 많은 소비자에게 알려진 만큼, 다음 단계로 브랜드 안에 다양한 라인업을 만들었다. 하반기부터 고객들에게 이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들마다 가슴 사이즈와 형태가 다르고 원하는 기능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충족하는 라인으로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백영선 오프라인쇼핑사업부 팀장은 “올해는 메가 트렌드인 애슬레저 열풍으로 소비자들이 타이트한 운동복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어 이에 맞는 브라가 필요하다는 것에 착안했다. 그래서 딱 붙는 옷을 입어도 봉제선이 드러나지 않는 누디 스타일의 ‘티셔츠 브라’와 운동하는 여성들을 위한 푸시업 스포츠 브라인 ‘원더브라 스포츠’ 라인을 매장에서 새롭게 선보였다”고 설명한다.
그는 “매장 매니저들이 전하는 소비자의 의견을 상품 개발에 최대한 반영한다. 오프라인 전용인 ‘퍼펙트 볼륨’과 ‘풀 커버리지’의 기능을 합친 상품은 볼륨업과 옆구리 살 보정을 동시에 원하는 니즈가 크다는 매니저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획된 상품이다. 덕분에 가장 잘 판매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한다.
매장 매니저 의견 반영 상품, 베스트셀러 돼
또 A~C컵까지만 나오던 사이즈를 재작년부터 D컵까지 늘렸다. 큰 사이즈에 대한 니즈는 볼륨업을 최대 강점으로 하는 「원더브라」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현장에서 C컵과 D컵인 고객들이 「원더브라」의 푸시업 기능을 원한다는 것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들을 상품에 즉각 반영한 결과는 고무적이다. 브라와 팬티만으로 이뤄진 브랜드 단일 매출로 최정상인 700억원대 매출을 올해 자신한다.
엠코르셋 내 외형 규모 2위 브랜드인 「플레이텍스」는 편안한 착용감을 가장 강조하는 브랜드다. 올해 전년 대비 39% 신장한 2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상승세를 볼 때 내년에는 35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해 단독매장을 고려하고 있다. 백 팀장은 “착용감에 대한 니즈가 확실히 커져 엠코르셋도 볼륨업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사람들(대표 윤우환)은 고객 니즈에 즉각 대응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전사가 나서서 구축했다. 브라와 속옷을 맞춰 입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고려해 브라 1개와 팬티 3개로 구성된 ‘코디네이션 속옷’을 기획했다. 올여름에는 오프숄더 패션이 유행하자 단 15일 만에 기획 생산을 끝내고 휴가철에 상품을 내놨다. 당시 윤우환 대표는 “6개월 전 기획은 무의미하다. 시장이 원할 때 즉시 제공하는 것을 한번 해 보자. 물류가 안 되면 비행기로 가져오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예스」 2주 만에 기획 ~ 생산 가능 시스템을
보통 6개월이 걸리는 개발에서 생산까지의 과정을 2주 만에 커버하느라 밤을 새우는 등 무리가 따랐지만,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에도 해 볼까요? 한 달이면 될 것 같아요”라며 직원들이 윤 대표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나온 오프숄더용 브라는 출시되자마자 물량이 쭉쭉 빠져 3주 만에 80~90%가 판매됐다. 앞으로도 즉시 기획하고 생산하는 시스템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윤 대표는 “이너웨어 산업을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생각한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1순위에 두고 소비자들에게 어떤 상품으로 다가갈지 결정한다. 거기에 맞춰 상품 기획과 디자인이 나와야 한다. 상품을 만들고 디자인한 후 어떻게 마케팅할지 논의하던 기존 방식과는 반대다. 이 밖에 생산처럼 하드웨어적인 것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산 • 학 협력을 맺어 효율
을 찾는다”고 말했다.
좋은사람들은 소프트웨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문화부터 바꿨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사내 호칭을 모두 ‘GP(Good people)’로 통일하고 팀워크를 높일 수 있는 칭찬 제도, 사내 벤처경진대회 등을 운영하는 ‘가치관 경영’을 5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패셔너블 「코데즈컴바인이너웨어」 커플 공략
코앤컴(대표 송영탁)의 「코데즈컴바인이너웨어」는 커플 세트와 선물용으로 마니아층을 만들고 있다. 이 브랜드의 주 소비층인 25세 전후 소비자가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코데즈컴바인이너웨어’로 검색하면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속옷 사진보다 받은 선물을 담은 종이가방 사진을 올린 것이 많은 점을 알 수 있다. 타 브랜드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숫자다. 브랜드의 격이 떨어져 보이지 않고 가격대도 부담스럽지 않아 소비자들이 선물용으로 딱 적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모던하고 감각적인 디자인도 호응을 얻어 전체 상품 중 커플 세트 아이템이 95% 이상일 정도로 커플용 아이템이 많은 것도 한 이유가 된다. 성년의 날과 발렌타인데이 등 각종 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인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각종 기념일에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커플 세트로 지난 9월 출시된 ‘눈(eye) 포인트 도트' 이너웨어는 일주일 만에 5만장 이상 리오더에 들어가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브라 1개와 팬티 여러 장으로 구성된 ‘눈 포인트 도트’ 세트를 1만개 리오더해 상품 피스가 총 5만장이다. 세련된 블랙 앤 화이트 컬러에 도트 패턴, 눈 모양의 자수가 포인트가 되고, 면스판 원단으로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상품이다.
임종빈 코앤컴 이너웨어사업부 수석부장은 “이번에 좋은 반응을 얻은 ‘눈 포인트 도트’ 상품처럼 「코데즈컴바인이너웨어」는 패셔너블한 디자인과 색감이 강점이다. 하지만 예쁜 디자인만 보고 속옷을 사는 소비자는 이제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상품 기능성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원단, 소재, 부자재 등 신경 쓴 부분을 숍 카드에 명시해 알리고 있다”며 “주력인 커플 세트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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