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이바 크루즈(Eva Kruse)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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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01조회수 1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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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 패션의 글로벌 리더







    <사진출처 : copenhagenfashionsummit.com>

    기후변화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의류 폐기물 등은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온 토픽이다. 유엔기후변화회의(COP)를 통해서 지난 1992년 이후 유엔은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을 만들고 있으며 이와 함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인류를 위한 주요 이슈로 떠오른 지금 산업계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적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패션산업은 패스트패션이 인기를 얻으면서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그리고 과잉폐기의 악순환의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패션(Sustainable Fashion)’을 원하는 목소리가 영제너레이션을 비롯한 소비자들은 물론 셀러브리티 액티비스트 그리고 심지어 패션산업계의 경영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이 패션산업에서 대화의 주요 토픽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여러 캠페인 그룹들의 공로도 있지만 특히 코펜하겐 패션서밋(Copenhagen Fashion Summit)의 영향력이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론칭 후 1300명의 게스트가 방문하고 세계적인 기업의 CEO와 디자이너들이 몰리는, 지속가능패션 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다.








    세계 최대 지속가능패션 이벤트 ‘코펜하겐 패션서밋’

    이를 주최하는 인물은 글로벌 패션 어젠다(Global Fashion Agenda)의 CEO이자 프레지던트인 에바 크루즈(Eva Kruse)다. 넘치는 사명의식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파트너로 연계하고 유럽정부의 정책 결정권자들과도 교류하면서 그는 지속가능패션 부문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에바입니다. 반갑습니다.” 코펜하겐에서 걸려온 전화 너머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따뜻했다. 가식이나 형식적인 분위기가 없다. 차라리 소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소 화려한 비주얼과 노딕 분위기의 세련된 스타일을 자랑하는 글로벌 캠페이너에게 막연히 기대했던 저돌적이고 강한 이미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상대방을 긴장시키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끄는 그의 매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듯하다. 그가 운영하는 코펜하겐 패션서밋에는 케링의 CEO/체어맨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Francois-Henri Pinault)를 비롯해서 국제상무성(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회장인 폴 폴맨(Paul Polman), NY 타임스의 패션에디터인 바네사 프리드만, 디자이너 캐서린 햄넷(Katharine Hamnett), 요트 탐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엘렌 맥아더(Ellen MacArthur)는 물론 덴마크의 메리 왕세자빈처럼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기꺼이 스피커로 나설 정도다.

    액티비스트 집안에서 성장… 지속가능패션 파이어니어

    그는 부드럽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그리고 지칠 줄 모른다. ‘지속가능패션’이 아직 낯설던 2009년에 코펜하겐 패션서밋을 론칭하고 지난 10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 덕분에 이제 패션산업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패스트패션의 대표적 기업인 인디텍스가 오는 2025년까지 자라(전체 그룹 매출의 70%를 차지)의 모든 상품을 지속가능소재로 전환할 것임을 밝힌 것이 한 예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을 통해 패션의 역사가 달라지고 있다.

    지속가능 패션을 향해 지난 10년 동안 어려움을 극복하며 흔들림 없이 코펜하겐 패션서밋을 열어온 크루즈의 의지와 추진력은 남다른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모는 항상 환경과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며 크루즈에게 ‘의견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성취할 수 있도록 신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은 침묵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안테나가 뻗어 있었다고 한다.

    “패션을 좋아하지만 내 관심은 옷과 트렌드 이상이다”




    <사진출처 : copenhagenfashionsummit.com>


    덴마크의 진보적인 비즈니스 스쿨로 알려진 카오스 파일럿(Kaospilot)을 졸업한 뒤 크루즈는 미디어 부문에서 일을 시작했다. 덴마크의 여러 방송사에서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일하던 크루즈는 패션잡지인 유로우먼(Eurowoman)의 편집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산업에 발을 들였다.

    편집장으로 일하는 한편 2005년 덴마크패션협회(Danish Fashion Institute, 2018년에 Global Fashion Agenda로 개칭)를 공동으로 조직해서 코펜하겐 패션위크를 론칭했다. 결과적으로 코펜하겐이 국제적 패션캐피털로 부상하면서 덴마크 패션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07년에는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모델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모델의 연령, 건강한 식이, 임금 등에 대한 사항을 규제하는 덴마크 패션윤리헌장(Danish Fashion Ethical Charter)을 제정했으며 이는 이후 국제적으로 모델들의 급여, 노동환경, 건강 상태 등을 체크하는 기준이 됐다.

    그리고 2009년에 론칭한 코펜하겐 패션서밋이 세계 최대의 지속가능 패션 이벤트가 되면서 그는 국제적인 의류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의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2017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인권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덴마크왕실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속가능성 캠페인 주도… 佛 정부로부터 인권상도

    크루즈가 패션산업에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COP(유엔 기후변화 회의)를 보면서였다고 한다. 정치적인 어젠다를 지원하는 주요 산업들이 COP에 모인 것을 보면서 ‘왜 패션산업에서는 아무도 없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다고. 당시에도 크루즈는 패션산업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비롯해서 전체 서플라이체인 그리고 리테일 등 그 규모로 봤을 때 패션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중 하나다. 유엔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산업은 약 3000조원 규모로 세계적으로 750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스케일이 큰 만큼 패션산업은 공해 발생이 많은 사업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폐수의 20%가 패션산업에서 나옵니다. 농업에서 사용하는 농약의 22%는 면화 재배에 들어가고요. 해양 미세 플라스틱의 35%가 역시 패션산업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탄소발생량은 수송용 선박과 국제선 항공을 합한 것보다도 큽니다(글로벌 탄소 발생의 8%가 패션).” 크루즈는 정확한 데이터를 쏟아내면서 자신은 패션을 좋아하지만 그 관심은 ‘옷과 트렌드 이상’ 이라고 말한다.

    코펜하겐 패션서밋 = ‘패션의 다보스(Davos)’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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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copenhagenfashionsummit.com>


    2009년 당시에는 패션산업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화에서 누락돼 있었던 것은 물론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토론하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앞서가는 사고의 크루즈는 ‘패션에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는 서밋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패션산업은 거대하고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서밋을 개최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스피커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2009년 당시 패션산업계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매우 드물었습니다.”

    다행히 지속가능성 부문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던 H&M이나 케링(당시PPR), 리바이스 같은 대기업들이 있었고 이들이 운영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서들의 인사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 결국 이러한 대기업과 에듄(Edun) 같은 지속가능패션 브랜드를 비롯해서 글로벌 저널리스트들을 스피커로 초대해서 코펜하겐 패션서밋을 론칭할 수 있었다.

    글로벌 패션산업 3000조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COP15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같은 기간에 코펜하겐 패션서밋을 개최했다. 첫 회부터 유럽의 패션대기업인 C&A를 비롯해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큰 관심을 받게 되자 크루즈는 크게 고무됐다고 한다.

    그는 코펜하겐 패션서밋을 ‘패션이벤트’로 포지셔닝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이는 패션산업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화를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서밋이 매력적이고 패셔너블하고 즐거워야 하며 그 내용을 쉽게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밋을 최대한 멋지게 포장하기 위해서 그는 ‘패션요소’를 주입한다.

    서밋에 덴마크 왕실의 왕세자빈, 모델이나 배우, 가수 등의 셀러브리티가 스피커로 조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공들여 기획된 코펜하겐 패션서밋은 딱딱하고 지루한 CEO 서밋이 아니라 패셔너블하고 화려하며 방문자들에게 흥분을 제공하는 패션인 모두를 위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탄소 발생의 8%가 패션… 지구환경 위해 토론

    매년 5월에 이틀 일정으로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코펜하겐 패션서밋은 지난 10년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지속가능 패션행사로 자리잡았다. 서밋을 통해서 패션산업과 지구가 당면한 가장 절실한 환경적•사회적•도덕적인 사항들에 대한 디스커션 어젠다를 만들고 패션산업의 결정권자들이 모인다는 측면에서 ‘패션의 다보스(Davos, World Economic Forum)’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피커들의 연설과 토론 주제들을 보면 ‘패션의 다보스’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열린 창립 10주년의 코펜하겐 패션서밋에서는 78명의 스피커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리더십, 디자인, 생산, 정책과 투자에 대해서 연설했다. 그리고 패널토론의 주제는 ‘기후변화와 순환경제’부터 ‘창의적인 파워’와 ‘패션이 어떻게 과잉소비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을까’ 등으로 현재 패션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솔직하고 대담하게 짚고 있다.

    올해 서밋에는 1300명의 게스트가 방문한 가운데 첫날엔 연사들의 강연과 리포트 발표, 주제 발표, 패널들의 토론, 케이스 스터디 등이 제공됐으며 둘째 날엔 유스패션서밋(Youth Fashion Summit, 학생들을 위한 지속가능성 패션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주요 주제에 대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CFS는 패션서밋 일환이지 지속가능성 서밋 아니다”




    <사진출처 : copenhagenfashionsummit.com>

    이 외에 서밋 기간 중 ‘지속가능패션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50개사의 상품이 전시되고 솔루션제공사와 브랜드들 간의 600여개 미팅 등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서밋에서는 진보적인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들을 수 있고 새롭게 개발된 테크놀로지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 지속가능성으로 가는 아이디어를 찾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패션산업을 지속가능성에 대한 ‘말’에서 ‘행동’으로 움직이도록 이끌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참가하는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인터액티브한 공간의 기능도 있다. 지난 5월에 개최된 코펜하겐 패션서밋에는 48개국의 450개 브랜드와 조직들이 참가했으며 주요 스피커로는 덴마크의 메리 왕세자빈, 케링의 체어맨 / CEO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 PVH 사의 체어맨 / CEO인 에마누엘 키리코(Emmanuel Chirico), 국제상무성 회장인 폴 폴맨, 디자이너 캐서린 햄닛, 나이키의 지속가능성 부문 헤드인 노엘 킨더(Noel Kinder), 배우이자 액티비스트인 코니 닐슨(Connie Nielsen), 모델 겸 환경 액티비스트인 애리조나 뮤즈(Arizona Muse), 디자이너이자 콜드월(A-ColdWall)의 창립자인 새뮤얼 로스(Samuel Ross), H&M 그룹의 지속가능성 부문의 헤드인 아나 게다(Anna Gedda) 등이 참여했다.

    연설과 패널토론 • 워크숍 • 전시회 • 네트워킹 한자리에

    크루즈가 지적하는 패션산업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과제는 브랜드가 점점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 내고 소비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옷과 구두들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는 10년 전에 비해 60%나 더 많은 옷을 소유하며(wpr.org) 얼마 입지 않은 ‘멀쩡한’ 옷을 버리고 있다고 한다. 자료(Pulse of the Fashion Industry 2017, GFA/The Boston Consulting Group)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73%의 옷이 매립되고 있다. 영국에서만 18조7500억원어치의 성한 옷이 버려지고 있다(Vanish, 2018).

    ‘패션은 우리에게 없던 니즈를 만들어 내며 옷장에 옷이 가득 있어서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어도 트렌드가 있어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된다’고 크루즈는 패션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말한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양의 이미지들이 사람들에게 쏟아져 들어가고 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구매 욕구가 더 높아지게 된다. 아직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크루즈는 이에 대한 솔루션들이 제안될 것이라 믿는다.

    “패션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생산과 소비”




    <사진출처 : copenhagenfashionsummit.com>

    코펜하겐 패션서밋은 2016년부터 글로벌 패션 어젠다(GFA)가 운영하고 있다. GFA는 크루즈가 이끌고 있는 리더십 포럼으로서 패션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산업협력을 위한 조직이다. 다음 시즌 이상(Beyond Next Season)의 세상을 위해 패션의 생산, 마케팅, 소비 방식의 변화를 향해 산업계 리더들을 지원하고 가이드하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공•사기업 부문의 연계는 물론 패션산업 내 협력에 포커스를 두고 사고의 리더십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에이소스(ASOS), 베스트셀러(Bestseller Group), H&M, 케링, 리&펑(Li & Fung), 나이키, PVH, 어패럴 코얼리션(Sustainable Apparel Coalition), 타깃 등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어 패션산업 내의 좀 더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아직 40%의 인더스트리는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CEO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알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산업계를 위해 GFA는 자료를 제공한다. 그중 하나가 ‘CEO 어젠다’로서 패션산업의 모든 CEO가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으로서 알아야 할 우선순위에 대한 리포트다.

    GFA, CEO 어젠다부터 방대한 내용의 리포트까지 제공

    또한 매년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리포트를 발표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The Boston Consulting Group, Inc)과 어패럴 코얼리션과 함께 공동으로 작성하는 이 리포트(Pulse of the Fashion Industry)는 디테일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로 현재 패션산업에서의 지속가능성 현황은 물론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내용을 다룬다. 모든 자료는 globalfashionagenda.com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습니다. ‘내 옷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옷, 구두, 핸드백 등 패션상품)를 구매하는 것을 정당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크루즈는 개인(소비자)들이 변화를 성취하는 중심에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리포트(The Pulse of fashion Industry, GFA)에 따르면 서베이 대상 소비자의 75%가 지속가능성은 ‘극히’ 또는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1/3의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던 브랜드에서 환경적•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운영하는 브랜드로 이미 전환했으며, 1/2의 소비자는 앞으로 환경적 사회 친화적인 브랜드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한다. 크루즈는 이에 대해서 소비자는 (구매)파워를 가지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들의 의식이 높아질수록 산업계가 좀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계적 기업들 파트너로 산업계와 협력 ‘미래 준비’

    특히 Z세대(Gen Z/젠지, 일반적으로 1995 이후 출생한 소비자 그룹)에게는 지속가능성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한다. 자료(GreenMatch, 2018)에 따르면 Z세대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밀레니얼 세대에 비해) 약한 반면 지속가능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등 ‘가치’에 충성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Z세대는 지속가능 패션상품이 더 비싸도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데 그 비중이 72%에 이른다. 실제로 유럽의 틴에이저들에게는 ‘지속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이슈로 이를 바탕으로 패션상품이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식습관까지 바꾸는 것(축산과정에서 환경에 피해가 심한 소고기를 안 먹는 등)은 드문 일이 아니다.

    크루즈는 Z세대인 자신의 17세 딸이 대부분의 옷을 중고로 구입하는 것을 예로 든다. 요사이 빈티지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나 얼마 전 파페치가 리세일 플랫폼을 만든 것도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세대는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미래이기도 하니까요. 그들의 지구이기도 하고요.” 크루즈는 이러한 소비자를 위해 지속가능적 소비를 제안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Z세대, 브랜드 보다 지속가능 등 ‘가치’에 충성심


    지난 8월 24일 G7 서밋을 하루 앞두고 크루즈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초대로 패션팩트(The Fashion Pact)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패션팩트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으로 케링의 체어맨이자 CEO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가 주도하는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이니셔티브로 GFA(크루즈가 이끄는)와 연합으로 진행하며 32개 주요 글로벌 패션 및 텍스타일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G7 서밋에서 패션팩트는 어떻게 패션산업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논하고 이를 위한 주요 사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32개의 주요 패션 기업들은 케링, 나이키, 갭, 샤넬, 프라다, 버버리, H&M, 인디텍스, 리&펑, PVH(캘빈 클라인과 토미 힐피거 등 소유), 스텔라 매카트니, 푸마, 갤러리 라파예트 등으로 총 150개 브랜드를 대표한다.

    이처럼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고를 행동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험을 가진 기업들과 연계함으로써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어디다 벤치마크를 꽂아야 하는지, 누구에게 압력을 줘야 하는지, 어떻게 정책을 푸시해야 하는지’ 등은 캠페인 운영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계를 위해서 크루즈는 대형기업부터 디자이너 브랜드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와 섹터의 기업은 물론 지역적으로도 유럽, 미주, 아시아 등지의 기업들을 설득한다. 그는 한국 패션회사들에 대해서 궁금해하면서 국내 브랜드도 파트너로 포함하면 좋겠다고 밝힌다.

    패션 통해 세상 바꾼다… 韓 패션도 파트너 ‘희망’

    코펜하겐 패션서밋은 올해로 론칭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크루즈는 가장 큰 변화는 스피커를 찾는 것이 쉬워진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시작했을 때(2009년)는 서밋에 와서 얘기해 줄 만한 회사를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가서 그들의 얘기를 게스트와 공유해 줄 만한 회사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회사들이 줄을 설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지속가능성의 이슈가 메인 스트림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 : Global Fashion Agenda 제공 >

    게스트들의 구성도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회사들이 CSR 부서의 인원들을 서밋에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CEO, 프레지던트, 체어맨 같은 최고 경영자들을 비롯해서 CRS 디렉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그 범주가 넓어졌다. 그래서 입장 티켓이 불티나게 팔린다. 판매 시작 후 며칠 만에 매진되고 웨이팅리스트에는 800명의 이름이 오른다고 한다.

    나이키의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인 노엘 킨더(Noel Kinder)는 10년 전만 해도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현재처럼 상품에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고 밝힌다. H&M 그룹의 지속가능성 부문 헤드인 아나 게다(Anna Gedda) 역시 10년간의 변화에 대해서 “2009년에는 법적인 최저임금을 얘기했지만 현재는 공정한 생활임금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한다. 현재 패션 브랜드들은 고객들에게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은 추적가능성, 동물보호, 탄소배출 등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이를 매장에서도 묻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 성공적인 패션사업 위한 필수사항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크루즈는 이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시간이 10년도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매우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패션을 통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패션산업은 환경위기를 되돌리는 데 커다란 잠재력을 가집니다. 워낙 규모가 클 뿐 아니라 패션은 커뮤니케이션 툴이기 때문입니다.”

    크루즈는 패션을 통해 쿨한 방법으로 이러한 이슈를 짚어볼 수 있으며 더욱 광범위한 오디언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루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 패션이기 때문이다. 이제 지속가능성은 ‘박애정신’의 일부가 아니라 성공적인 패션사업을 위한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성에 대한 관심은 미디어를 넘어서 비즈니스 트렌드까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회사들은 깨어나서 변하지 않으면 놓치게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그리고 멀리 움직이는 회사들이 가장 수익성 좋은 미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크루즈는 ‘지속가능성은 산업에서의 미래’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 이상의 세상’으로 패션산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19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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