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패션업계 M&A 팬데믹 ‘합병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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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3.20조회수 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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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을 휩쓴 코로나19는 패션업계의 얼굴도 통째로 바꿔 놓았다. 코로나19로 휘청이던 패션 시장도 M&A 팬데믹에 빠져들었다. 2020년 세계 명품업계에서는 사상 최대인 155억달러(약 17조1663억원) 규모의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와 티파니의 인수합병(M&A)을 비롯해 VF코퍼레이션이 21억달러로 슈프림 브랜드를 인수했고, 몽클레르가 14억달러를 들여 스톤아일랜드를 합병하는 등 대형 M&A가 많았다.

    특히 공룡끼리의 결혼이었던 LVMH의 인수합병은 천문학적 규모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당초 162억달러에 합의됐던 인수가격은 코로나19 변수 때문에 이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기 불황에 이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인한 패션사업체의 줄파산은 역설적으로 M&A 활성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가져왔다. 200년 역사의 로드앤드테일러 백화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니만마커스 백화점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미셸 오바마가 사랑했던 브랜드 J.Crew와 미국 소비문화의 상징인 JC Penny도 속절없이 파산절차에 들어가는 등 시중에 돌아다니는 여유 자금의 먹잇감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파산절차에 들어간 영국 아카디아그룹의 ‘탑샵’과 미국의 리테일러 ‘크리스토퍼앤뱅크스’ 등을 향한 인수 경쟁을 시발점으로 합병 정글의 생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패션업계에서도 코로나19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아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인수합병의 물결이 더욱 거세질 것을 보인다. 작년 이랜드는 로엠 · 미쏘 등 6개의 여성복 브랜드 사업부를 매물로 내놓고, SPA 브랜드 스파오의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연 매출 3000억원의 사업부를 매각하더라도 별도의 여성복 법인은 이랜드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글로벌 패션 · 뷰티 D2C 기업 에이피알(APR)도 합병 팬데믹에 합류했다. APR은 자회사 APR패션과의 합병을 통해 널디와 메디큐브 등 5개 브랜드를 통합 운영해 지배구조를 개선했다. APR처럼 효율적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브랜드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면, M&A 팬데믹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팬데믹 시대에 진행하는 M&A는 태평성대의 M&A와 비교해 ‘인수 타이밍’과 ‘인수가격 산정’ 등 두 가지 사항에 더 유의해야 한다. 확진자 숫자와 백신 안전성 등 코로나19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함에 따라 해외 이동이나 집객 제한 등의 변수가 사업체의 역량과 가치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현금이나 투자회수(Exit)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매도자는 운반이나 인적 이동에 제한이 없어 패션사업체의 영업능력이 극대화되는 시점을 잡아야 하며, 매수자는 그 반대의 시점에 M&A를 진행해야 한다.

    인수가격 산정은 더 불확실하다. 코로나19 변수에 따른 저평가 또는 고평가 위험이 상존한다. 주식교환을 통해 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주식 대신 현금을 선호하는 매도자라면 무용지물이다. 믿고 따를 선례나 기준이 없어 아쉽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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