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눈알가방 쟁점, 그 이후"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이재경
    |
    20.09.08조회수 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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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을 미덕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패션 아이템들끼리의 경쟁은 어느 범위까지 허용돼야 할까?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명품백 에르메스 버킨(birkin)백과 켈리(Kelly)백과 경쟁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을까?

    에르메스 가방에 눈알을 붙여서 소비자들을 즐겁게 했던 눈알 가방과 에르메스 가방 사이에 무려 5년을 끌어온 ‘눈알전쟁’은 에르메스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동일한 가방 형태 위에 자신이 창작한 도안(눈알)을 붙여 판매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물 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에르메스는 ‘플레이노모어’ 브랜드가 출시한 눈알 가방에 대해 제품 판매금지 · 폐기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기했는데, 1심은 에르메스의 손을 들어준 반면 2심은 눈알 가방이 승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어 눈알 가방 판매행위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에르메스의 국내 지출 광고비가 128억원, 국내 매출액이 3122억원에 이른다는 사실과 에르메스 디자인의 차별적 특징으로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특정의 상품 출처로서의 식별력을 갖춘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대법원 판결에서 패션 관계자들의 눈길을 잡는 내용이 엿보인다.

    즉 ‘두 제품들 사이에 재질 · 가격 · 주 고객층은 다르지만, 에르메스의 일부 모델은 눈알 가방의 무늬와 비슷해 전체적으로 관찰하면 유사해 보이고, 눈알이 부착되지 않은 후면과 측면에서 관찰하면 에르메스 가방과 구별이 어렵고, 눈알 가방의 인기는 에르메스와 유사한 특징 덕분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에르메스가 핸드백 공급량을 제한해 왔는데, 이와 유사한 눈알 가방의 판매 때문에 에르메스의 희소성이 줄어들고, 에르메스의 잠재적 수요자들이 에르메스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패션 분야에서 수요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타인의 아이템에 대한 일방적인 패러디는 허용되지 아니하며, 사전에 컬래버 등의 형태로 제휴 · 협업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눈알 가방 판결이 그동안 유명제품에 대한 무분별한 패러디와 모방 등을 일삼았던 패션계의 안일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는 됐지만, 한편으로는 패션 아이템의 개발 실무에 있어 표현의 영역을 좁히고, 기성 제품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친 점도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여겨진다. 부정경쟁방지법 적용의 명확한 적용범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profile

    •건국대 교수 / 변호사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패션협회 법률자문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국립극단 이사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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