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는 알고 살아가자

    dhlrh
    |
    21.11.05조회수 3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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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에도 파이어(FIRE)족이 상륙했다.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앞 글자를 딴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을 통해 40대 초반 전후에 은퇴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젊은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퍼졌다고 한다.

    해외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 회사의 파트너를 보면서 정말 치열하게 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했다. 왜 그렇게 치열하게 일을 해야만 하는지, 삶의 목표가 일을 통한 성취감밖에 없는지 매우 궁금했었다.

    어느 날 그와 계획하고 있는 미래의 삶에 대해 말했다. 나이 50까지만 일하고 은퇴해 아시아의 몇 개 나라에서 살아볼 계획을 설명했으며, 그가 좋아하는 요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꿈을 저녁식사 내내 얘기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힘든 일도 참아내는 삶,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는 나이 50에 은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40대 전후 나이에 파이어족이 생기고, 또 그런 꿈을 꾸는 젊은이가 많아진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생계유지를 위한 일의 개념이 현재는 삶 그 자체를 위한 생활의 개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통신환경의 발달로 인해 출퇴근 개념이 많이 없어지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일과 생활의 구분이 점점 엷어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파이어족은 연봉과 커리어를 포기하는 대신 시간을 얻고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시간이 많은 부자가 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자신만의 시간을 디자인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삶은 학교 졸업하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맞벌이하면서 육아와 회사일이나 집안일, 그리고 은퇴 후 손주를 돌봐야만 하는 등 지치고 힘든 생활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정해진 패턴에 따라 30년 공부하고, 30년 일하고, 30년 은퇴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

    40대 전후면 아마도 부모의 도움 없이 부부가 회사생활을 통해 벌고 모을 수 있는 은퇴자금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10억 미만이 대부분일 듯하다. 그중 집을 제외하면 5억 미만 정도를 여유자금으로 굴리면서 종잣돈 삼아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운용하거나 출퇴근이 없는 지식 노동자로서 독립된 일에서 생활비를 벌어 가며 살아야 한다.

    앞에서 말했지만 파이어족은 돈보다는 시간 부자의 여유를 갖고 싶어 하며, 삶의 목적이 더욱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봄이 가는지 가을이 오는지도 모르고 사는 삶이 아닌,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을 제대로 맞이하고 느끼며 사는 삶이다. 일 자체가 목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일은 삶의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닐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작가 밀란 쿤데라는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다 누릴 수는 없다. 무엇을 갖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롯이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


    ■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1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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