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섭ㅣ한영장학재단 이사장 & 윤세환ㅣ성균관대학교 교수... ‘한국의 마리메꼬’ 탄생 위한 투자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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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2.15조회수 7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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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과 학교가 미래 인재 발굴이나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상호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성과까지 내기란 쉽지 않다. 많은 패션 기업들이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서 산학협력을 진행하다가도 몇 년 만에 중단하는 이유는 기업 측과 학교 측의 생각 차이가 ‘현실과 이상의 차이’만큼 간극이 크고, 한두 번에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길고 지루한 투자를 10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영나염(대표 박현섭)이 운영하는 ‘한영장학재단(이사장 박현섭)’이다. 2011년 설립된 한영장학재단은 초대 박종근 이사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현해 만든 곳으로 매년 공모전을 진행해 가능성 있는 학생을 선정하고, 장학금을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1686명의 학생이 재단의 후원을 받았다. 한영은 재단의 목적인 인재 지원과 섬유 학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공모전과 장학금 사업을 펼쳐오다 최근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과 교수진을 지원하는 데 이어 미래를 위한 교육 자료를 남기는 출판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박현섭 한영장학재단 이사장과 윤세환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디자인학과 교수를 통해 성공적인 산학협력을 위한 이들의 전략을 들어봤다.




    박현섭 이사장(이하 박):한영장학재단은 산업적으로든 학술적으로든 ‘결과’와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산학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한두 해 만에 나온 결과는 아니다. 산학협력은 당장의 성과보다는 길게 보고 가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의견을 좁히는 기간을 거치면서 기업에도 학생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공모전 등을 진행할 때 기업이 산업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결과물을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지원은 교육적인 측면이 강하다. 인재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산업적인 니즈가 있을 때는 교수진과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작업이 ‘프로젝트’형으로 결과를 낼 수 있게 다른 방식으로 후원한다.

    윤세환 교수(이하 윤):성균관대학교는 한영장학재단 공모전 2회부터 함께하고 있다. 오랫동안 산학협력을 이어올 수 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모전이나 프로젝트 등의 수혜자는 학생이 돼야 한다’는 부분에서 한영나염과 교수진의 생각이 같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회사에서 큰 규모의 공모전을 10년씩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영공모전은 실질적인 면과 규모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편이다. 아마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공모작품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영장학재단은 학생들의 ‘작품성’이 우선되는 공모전과 ‘상품성’을 강조한 프로젝트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후원을 하고 있다. 공모전이 학생이 가진 예술적 역량을 모두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면 프로젝트는 소비자의 니즈도 반영된 상업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실무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

    박:매년 1000~1700점의 작품이 공모전에 출품된다. 재단에서 뿌듯한 점은 실제로 공모전에 입상한 학생들이 관련 사업으로 뛰어들어 승승장구할 때다. 한영나염과 한영장학재단의 꿈은 한국에서도 ‘마리메꼬’나 ‘리버티’ ‘쏘쏘’ 같은 텍스타일 전문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실제 작품을 만드는 데 10만~100만원 가량 드는데, 2년 전부터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공모전을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준비했다.

    지난해 그 성과를 봤다. 이미지(디자인)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변환해 2020년 9회 차 공모전을 인터넷으로 진행했는데, 언택트 시대에도 잘 맞고 학생들도 부담 없이 작품을 만들어 제출할 수 있게 되자 응모량도 늘었다. 올해까지 온라인 공모전을 테스트해 본 후 2022년부터는 국제 공모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윤:국내 염색산업이 과거 대비 많이 줄었다. 현재 섬유산업은 매력적인 직군은 아니지만 개인의 역량에 따라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잭팟’ 같은 면도 있다. 개인적으로 창업하기 가장 쉬운 분야가 ‘텍스타일’ 분야라고 자부한다.

    디자인만 있다면 어떤 상품에도 적용 가능하며, 유니크한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나 패션을 한다면 텍스타일 패턴에 대한 공부는 필수라고 본다. 대표적으로 홍익대 학생이 졸업 후 창업한 ‘키티버니포니’나 강렬한 텍스타일 패턴을 활용한 로브로 주목받은 ‘로브로브’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학생들이 이런 작업을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영 공모전은 매우 공정하고, 출품비를 최소화해 학생들의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박:국내 텍스타일 산업에 대한 저변을 넓히기 위해 출판지원사업도 시작했다. 올해 첫 번째로 선보인 ‘Textile Printing Design Imagenation & Innovation(텍스타일 프린팅 디자인 - 상상과 혁신)’이 그 시작이다.

    국내 텍스타일 분야 서적은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을뿐더러 오래된 외국 서적을 엉터리로 번역해 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정경연 교수, 윤세환 교수 정수경 실장 등 뜻이 맞는 사람들이 참여해 제대로 된 책을 만들게 돼 뿌듯하다.

    두 번째 출간도 벌써 내용은 정했다. ‘디자인 교육’에 관한 것이다. 차근차근 카테고리를 좁혀가며 패션 시장의 각 분야를 전문서적으로 남길 수 있도록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윤:학생들에게 공모전과 프로젝트가 있다면, 교수진에게는 논문지원도 있다. 지난해 2편이 한영의 지원을 통해 완성됐고, 올해도 2편이 예정돼 있다. 또 장애인 미술지원 분야도 추가 확장해 점차 산학협력의 범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박:창업주이신 고 박종근 회장은 ‘인재에 대한 투자만이 섬유산업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2대 이사장으로 그 뜻을 이어가면서 섬유인재 발굴과 성장·성공을 위해 정진할 예정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약 1600명의 학생에게 6억5000만원을 후원한 한영장학재단은 공모전과 프로젝트를 넘어서 전문서적 출판과 논문지원 등 출판지원사업과 함께 장애인 미술지원 등 텍스타일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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