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관점에서 본 구조조정과 신규 사업
선원규 l 꼬끼오 CFO
‘모 패션 대기업이 있다. 지난 약 30년 동안 25개 브랜드를 론칭했었다. 그런데 현재 운영되는 브랜드는 5개 정도다. 20여개 브랜드는 철수를 했다. 보통 브랜드 하나 론칭하는 데 50억~100억이 든다면 1000억~2000억의 돈을 날린 것이다.
투자에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도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겠다고 계획을 세운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위 이야기는 현재까지 패션업계의 관행이었다. 수많은 브랜드의 론칭과 수많은 브랜드의 철수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투자 의사결정의 반복적인 실패의 원인은 ‘투자’라는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못해서 생긴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투자란 무엇일까? ‘투자는 자산에 대한 투자다.’ 우리는 자금을 조달해서 자산을 구매하거나 비용으로 지출한다.
자산은 남는 것이고 비용은 사라지는 것이다. 사업이란 자산을 운용하고 비용을 지출하면서 이익을 통해 자산을 추가적으로 늘려가는 것이다. 적자가 나면 자산이 축소되는 것이다. 이익도 결국 자산의 증식이 목적이다. 기업의 가치란 자산의 가치다. 자산은 크게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이 있다.
유형자산은 부동산, 시설집기, 상품재고 등 형태가 있는 자산이고 무형자산은 형태가 없는 자산인데 관건이 되는 것은 무형자산이다. 무형자산을 흔히 브랜드 가치라고 하고 상장 기업의 경우(시가총액-순자산)는 브랜드 가치로 계산한다. 대표적인 브랜드 사업인 패션 사업은 무형자산인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기본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먼저 ‘구조조정’은 신중하고 지혜롭게 해야 한다. 보통 구조조정을 직원을 자르거나 브랜드를 철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쉽게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브랜드를 철수한다면 그동안 쌓은 자산을 모두 버리는 것이므로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다. 정기적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방법은 이를 통해 자산을 보호하고 자산을 현재보다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신규사업 론칭도 마찬가지다. 쉽게 신규사업 의사결정을 한다. 만약 신규사업을 론칭해 10년 뒤에 접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자본으로 차라리 다른 좋은 회사 주식을 사거나 부동산을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신규사업 론칭은 아이를 낳는 것과 같이 생명을 가진 존재를 잉태하는 의사결정이므로 적어도 3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 생존 전략을 갖고 시작을 해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되돌이키기 힘든 것이 신규 사업 론칭이므로 트렌드나 유행을 따르는 론칭 작업은 지양해야 한다. 가다가 중단하면 가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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