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정상길 l KFMI 대표
경험에 기반을 둔 패션 브랜딩(4)

지난 3회에 걸쳐 패션 브랜드의 매장 위기와 대응 방향을 얘기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브랜드 진화 방향으로 소비자의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 즉 경험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전략의 필요성을 사례와 함께 강조했다. 이번 호는 마지막 편으로 지금까지 언급한 것을 정리하면서 구체적인 전략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의 쇠퇴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의 기회라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오프라인 중심의 패션 브랜드는 코로나19가 가속한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채널이다. 모두가 오프라인 브랜드의 현재 위기를 말하지만, 사실은 오프라인 브랜드의 과거 방식이 위기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전략안 가운데 하나는 브랜드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디지털 트렌스포매이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술로는 장기적으로 옴니채널로 진화함과 동시에 단기적으로 고객 경험에 맞춰 오프라인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오프라인 매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으로 최신 기술을 도입해 고객에게 다채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경험 중심의 브랜드로 혁신하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도입해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인디텍스 그룹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인디텍스는 과감히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면서 채널 전략의 혁신을 단행했다. 특히 인디텍스의 여러 브랜드 가운데 자라의 변신은 단연 돋보였다.

자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해 고객에게 색다르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채널전략의 차별화를 도모했다. 예컨대 온라인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반적인 소비를 대상으로 비대면의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오프라인은 고급스럽고 특별한 경험의 프리미엄 소비를 위해 대면 매장으로 운영한다.

특히 자라의 오프라인 매장은 IT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디지털 구매경험 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고객이 자라 매장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관심 있는 디자인 스타일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화면에 해당 상품이 표시된다. 사이즈를 고르면 쇼핑목록에 추가된다.

‘입어보기’를 선택하면 피팅룸의 대기시간을 알려주고 차례가 오면 앱에 알림이 표시되며, 피팅룸에 들어서면 원하는 상품이 준비돼 있다. 착장해 보고 나서 구매할 경우 매장 수령과 배송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라 클릭앤 콜렉트 매장의 경우 피팅룸 거울에 상품추천 시스템이 있어 준비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다른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코디에 어울리는 다른 품목 혹은 액세서리를 제안해준다. 자라는 이렇게 IT 기반으로 매장 내 구매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고객경험 전략을 꾀하고 있다.

사실 자라 같은 기술 기반의 고객 구매경험 혁신은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자본투자 여력이 없는 브랜드는 다른 고객경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한 방향은 본질적으로, 경험을 기반으로 한 브랜딩은 고객과 접촉하는 브랜드의 모든 접점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제품검색, 선택, 구매, 착용, 교환 및 반품, AS 등 고객의 경험 여정 전체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체험요소를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고객과 의도적으로 관계를 맺어 전략적으로 상호작용하게끔 만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사의 브랜드 콘셉트를 고객여정에 녹여 고객경험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브랜드가 향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패션 브랜드의 경험화는 쇠퇴하고 있는 오프라인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의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


■ 정상길 KFMI 대표 profile

•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마케팅전공)
• 한국마케팅학술연구소 선임연구원(마케팅조사기관)
• ㈜상아제약 마케팅부 「제놀」 Brand Manager
• ㈜태창 인아우트사업부 팀장,
• 캘빈클라인, 미치코런던, 베네통 MD 팀장
• ㈜애드케이 마케팅팀 팀장 (금강제화 계열 광고사)
• ㈜태창 신유통사업부 본부장
• 충남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겸임교수
• 현재 KFMI 대표(패션마케팅 컨설팅)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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