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스니커즈 ‘엔더 스키마’

    조태정 객원기자
    |
    19.08.19조회수 11788
    Copy Link
    재해석 통한 새로운 창조




    <사진출처 : 엔더 스키마 제공>

    2010 F/W에 론칭한 ‘엔더 스키마(Hender Scheme)’는 일본의 모노즈쿠리*를 대표하는 신발 브랜드다. 프리미엄 가죽을 사용한 신발뿐만 아니라 가방 · 명함 지갑 · 스테이셔너리 등 가죽 소품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의 모노즈쿠리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만든 이 브랜드는 최고의 신발 · 최고의 가죽을 사용하는 사람이 만드는 브랜드를 목표로 10년째 ‘엔더 스키마’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엔더 스키마는 디자이너이자 경영자인 카시와자키 료와 함께 모노즈쿠리(프로덕트)팀 4명, 세일즈, 리테일, PR 담당 4개 팀으로 이뤄졌다. 오피스에 근무하는 멤버만 총 11명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두 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라이프스타일숍, 셀렉트숍에서 엔더 스키마의 컬렉션을 볼 수 있다.

    엔더 스키마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스니커즈를 오마주(존경하거나 찬사, 경배하는 것을 인용하는 것)한 신발 브랜드’다. 특히 베지터블 가죽 누메가와로 만든 오마주 라인이 유명하다. 이 오마주 라인은 사람들이 인지하는 기존의 아이코닉한 이미지에 재밌고 실험적인 정신을 더한 라인이다. 이 누메가와는 흔히 베지터블 가죽이라고도 하는데, 가죽 자체를 염색하지 않고 가죽 자체의 색상을 살린 소재다.

    *모노즈쿠리 :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라는 뜻으로 지금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일본 중소제조업의 특징을 통칭하는 용어


    브랜드 상징인 누메가와로 만든 핸드메이드 스니커즈
    대량 생산으로 제조했던 스니커즈를 일부러 시간을 들여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장인들과 함께 손으로 만든다. 아사쿠사 지역(부속 자재 · 원단 제조업체들이 많은 한국 성수동 같은 지역)에서 핸드 메이드 작업 방식을 살려 만든다.

    아디다스의 코어 상품이자 특징적인 부분을 아주 똑같은 디자인으로 누메가와를 써서 제작하는데, 전혀 다른 스니커즈로 태어난다. ‘아디다스 오리지날스 바이 헨더 스킴(Adidas Originals by Hender Scheme)’ 시리즈는 아디다스에서 정식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엔더 스키마에서 ‘2차 공식 창작물’이라는 조어를 만들었다.

    마치 오브제와도 같은 이 스니커즈는 누메가와 가죽을 쓰기 때문에 신을수록 점점 형태나 색상이 변해 시간이 지날수록 유니크하게 변한다. 신발은 신는 사람이 어떻게 신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신발이 된다.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서 만든 스키마 신발은 물건이 만들어지는 배경이나 공정에 있어서 표면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과정을 고려한다. 사용함에 따라 시간의 경과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스니커즈로 인정받으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출처 : 엔더 스키마 제공>

    오마주 라인, 패션쇼 등 글로벌서 두각
    카시와자키는 소재에 있어서, 특히 가죽 소재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 때부터 구두 샘플을 만드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두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실제 업무를 통해 구두 제작 방법을 배워 처음에는 친구를 위해 만들거나 무대용 구두를 만들었고, 3년 동안은 리페어숍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그 이후에 자신의 디자인을 반영한 신발을 만들고 싶어 브랜드를 론칭했다.

    2010년 F/W 시즌에 브랜드를 시작해서 2번째 시즌부터 오마주 라인을 선보였다. 두 번째 시즌부터는 해외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특히 엔더 스키마의 오마주 시리즈는 해외에서 파급 효과가 컸다. 점점 소문이 나면서 매년 해외 발주가 늘어났고, 2015년부터는 해외에서도 보고 싶어 하는 바이어들이 많아져 파리에서 첫 전시회를 개최했다.

    2016년에는 도쿄 에비스에 직영점 1호점을 오픈했다. 이때 사카이와 컬래버레이션한 가죽 부츠와 샌들을 발표해 패션쇼에도 나오면서 또 한번 화제가 됐고, 일본 국내외 해외 사업도 점점 자리를 잡았다.

    에이스호텔 · 아디다스 등 컬래버 활발
    이 전후로 많은 브랜드로부터 연락이 왔다. 에이스호텔, 일본의 오래된 가구 메이커인 카리모쿠와도 같이 장르를 뛰어넘어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런 경우 서로 시간을 충분히 갖고 서로의 장점과 특징을 파악한 후에 만들어 나간다. 최근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남발되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기술이 있고 얼마만큼 서로에게 보완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고 진행되어야 한다. 이들은 컬래버레이션의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공을 들이고 시간을 투자해 신중하게 진행한다고 말한다.

    ‘엔더 스키마’ 성별 뛰어넘는 디자인 지향
    대학생 때 심리학을 전공한 카시와자키는 브랜드 이름을 심리학 용어 ‘젠더 스키마(Gender Schema)’라는 합성어에서 ‘Gender’의 머릿글자 ‘G’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G의 다음 알파벳인 ‘H’를 썼다. 논리적인 개념으로 ‘사회적인 의미에서 성별을 뛰어 넘는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H는 실제 발음 나지 않는 음으로 씀).

    사회적 성(Gender) 차이에 대한 개념 속에서 디자인은 남녀의 성 차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디자인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모든 디자인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 양쪽의 사이즈를 모두 전개한다. 밑창에 박은 못의 수가 여성 사이즈인지 남성 사이즈인지를 나타낸다는 유니크한 표현 방법도 재밌다.

    하지만 모든 디자인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남녀 골격의 차이와 근육이 붙는 곳 등 생리적인 부분에서 성별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형태를 만들거나 컷팅 작업을 하면서 여성과 남성 디자인에 약간의 차이를 둔다. 세련됨을 추구하면서도 그래프트적인 요소와 밸런스를 생각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사진출처 : 엔더 스키마 제공>

    묵묵히 느리게 걷는 변함없는 브랜드
    카시와자키는 “우리는 화이트도 블랙도 아닌 그레이를 지향한다”라고 말한다. 즉 유행이나 기존의 습관이나 판에 박힌 방식에도 좌우되지 않고 큰 마켓의 흐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또 그는 “암흑의 세계에서 얼마만큼 만족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암흑의 세계’는 정답도 없고 누군가 답을 가르쳐 주는 부분도 아니다. 오마주 라인이야말로 기존에 있는 상품이지만 재해석을 통해 새롭게 창조한다는 부분에서 가치가 있다.

    트렌드에 좌우되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관을 지켜 나가면서 리테일에 집중하는 브랜드가 바로 엔드 스키마다. 셀렉트숍들의 바이어들은 엔더 스키마의 세계관을 첫 전시회 때부터 알아봐 주었고, 지금도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 브랜드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일본의 모노즈쿠리를 지키고 장인의 기술을 보전하는 브랜드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엔더 스키마 제공>

    직원 평균 연령 30세, 장인 정신 동의
    현재 33세의 카시와자키씨와 평균 연령 30세 전 · 후반의 사원들로 구성된 이 회사는 누구보다 젊은 회사다. 장인이 되고 싶어 모노즈쿠리를 하는 젊은이들, 엔더 스키마를 좋아해서 이 회사에 모였다.

    디지털화된 세상에 쉽게 버리고 쉽게 없어지는 많은 정보들 속에 ‘얼마만큼 시간을 들여서 신중히 궁리할 것인가’라는, 물건에는 혼이 들어 있다고 여기는 일본 속담도 있다. 일본은 물건을 소중히 생각하고 오랫동안 쓰며, 또 소중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몇 번이든 수리해서 그 물건을 입고 신는 문화가 있다.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애정을 품
    고 다시 고쳐서 쓰는 엔더 스키마의 팬들도 있기 때문에 모노즈쿠리도 지속적인 전개가 가능하다.

    젊은 장인 카시와자키는 앞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상품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투자해서 더 정성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다. 엔더 스키마의 핸드 메이드 스타일은 볼수록 가치가 빛난다. 묵묵히 자신들의 길을 느리게 걷는 변함없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욱 더 매력적이다.


















    ■ 패션비즈 2019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