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광고회사 진입! 디블렌트 성공 스토리

    강지수 기자
    |
    22.09.30조회수 10710
    Copy Link



    이단아. 홍성은 디블렌트 대표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이 단어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뜻하는 이단아처럼 홍 대표는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한 광고 기획으로 광고 업계를 휩쓸었다.

    CJ · 제일기획과 같은 대기업 광고 제작사가 꽉 잡고 있던 광고 시장에서 디블렌트를 설립해, 10년만에 랭킹 ‘톱10’ 기업으로 만들었다. 작년 한 해 광고 취급액 기준 국내 광고회사 76개 중 10위를 차지했다. 대기업 계열사, 외국계 그룹사가 아닌 독립 광고회사로서는 디블렌트가 유일하다.

    삼성, 코카콜라, 캐논과 같은 국민 브랜드부터 혼마·널디·카카오프렌즈골프·올리브영· 미샤· 바닐라코와 같은 패션 · 뷰티 브랜드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하며 지난 3년 간 광고제 49관왕을 기록했다.

    특히 패션 카테고리에서는 널디와 ‘비 더 널드(BE THE NERD)’ 캠페인을 진행하며 관심을 모았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멋진 너드(NERD)의 모습을 담아 널디를 에이지리스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했다. 혼마골프어패럴과는 업계 최초로 지중해 골프장을 모티브로 한 가상 공간에서의 메타버스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홍성은 디블렌트 대표



    2012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광고 업계의 리더로 자리잡은 디블렌트는 ‘0’부터 시작하는 사고 방식으로 승부수를 봤다. 회사의 효율과 편리함에 기반한 기획 방식이 아닌, 파트너사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다. 그래서 디블렌트는 항상 0부터 시작한다.

    수없이 많은 마켓 리서치를 통해 브랜드의 상황을 파악한 후 어필 포인트를 찾는다. 그리고 이를 알맞은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기획한다. 이 같은 ‘브랜드 자체에 올인해 광고를 기획하는 사고방식’이 디블렌트의 DNA라고 할 수 있다.

    홍성은 대표를 만난 강남구에 위치한 신사옥은 이러한 디블렌트의 치열하고 야생적인 캐릭터를 여실히 보여준다. 회사 로고에는 늑대의 얼굴이 새겨졌으며, 사옥은 늑대의 소굴을 모티브로했다. 올블랙 컬러의 인테리어와 쿨한 느낌, 높은 천장이 주는 위압감으로 소굴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늑대와 같은 유능한 인재를 추구하는 홍 대표의 마인드와, 이를 외적으로도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아는 그의 디자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디블렌트 사옥



    Q. 광고 기획사 톱 10위를 차지할 정도로, 독립 광고 대행사 중 이례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디블렌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디블렌트는 철저히 파트너사의 니즈에 포커스하는 회사다. 그 기업 혹은 브랜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춰 0부터 빌드업을 한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어필할 수 있는지가 아닌 그 브랜드가 지금 무엇이 필요한 지 고민하고, 거기서부터 하나씩 쌓아 올린다.

    어떤 때는 마케팅이 아닌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면 그 부분을 피드백한다.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광고를 해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우리의 제안으로 브랜드 스타일 수를 바꾸거나 패키징을 새롭게 만든 경우,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가 바뀐 사례도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유연하지 않은 회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매출에 더욱 포커스하는 기업이 많아지다 보니 객관적인 피드백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회사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디블렌트의 사고 방식이 더욱 빛을 발했고, 파트너사가 근래 크게 늘었다.

    Q. 기획자 출신으로 시작해, 연매출 2500억원(취급고 기준)에 달하는 그룹의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팀이 많이 세분화됐지만 아직도 ‘캠페인 테마’를 정하는 데는 직접 관여하고 있다. 테마에 따라서 모든 활동의 결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메시지 즉 프론트 콘셉트의 기준을 정하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Q. 프론트 콘셉트를 정하는 노하우가 있는지?
    -마켓을 여러 각도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 온라인이나 특정 채널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루트로 관찰한다. 직접 만나는 사람들 아니면 카페에서 우연하게 들은 다른 사람의 대화와 같은 일상적인 인사이트를 중요하게 여긴다. 많은 인풋을 통해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드려한다.

    Q. 디블렌트가 추구하는 좋은 광고는 무엇인가?
    -알맞은 고객을 타깃팅하고, 그 고객이 필요한 부분을 쉽고 공감할 수 있게 어필하는 것이다. 퍼포먼스보다 고객과의 접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디블렌트에서는 어트랙티브 마케팅(Attractive marketing)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어트랙티브 마케팅을 위해선 마케팅 흐름이나 트렌드를 쫓기 보다 제품 안에서 메시지를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목을 끄는 광고도 좋지만, 그런 광고가 제품과의 연관성이 떨어지면 브랜딩과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 물건을 사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들에게 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어떻게 이야기할 지 고민하고, 핵심을 결정하는 데 집중한다.



    XYZ크림을 바른 식빵을 토스트기에 구워 수분감을 증명한 광고 캠페인



    디블렌트는 수분크림을 바른 식빵을 토스트기에 구워 하나도 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XYZ크림이나, 처음으로 생리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 라엘 생리대 CF 등 회자 되는 여러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 홍 대표가 손에 꼽는 케이스는 통합모험관리 플랫폼 ‘굿리치’의 캠페인이다.

    굿리치는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을 조회하고, 보험금 청구, 보험분석 신청 기능까지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디블렌트는 굿리치의 편리함과 필요성을 CF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 영상과 더불어 SNS를 통해 굿리치를 체험해볼 수 있게 바이럴 해 보험 마케팅으로서 전무후무한 사례를 남겼다.

    6주 동안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굿리치 어플리케이션 광고 캠페인



    출시 6주만에 5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타 경쟁사와 압도적인 차이를 벌렸다. 게다가 당시 경쟁사 또한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한 상태였는데, 굿리치가 선제적으로 적극적인 광고 활동을 펴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이처럼 광고 기획에는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비주얼과 디자인, 데이터 그리고 마켓의 상황을 빠르게 캐치하는 것까지 종합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보통 광고 기획에서 중요한 요소를 아이디어와 데이터, 디자인 세 가지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는데 홍 대표는 이 세가지 역량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Q. 디블렌트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10년 전 대형 광고 회사들은 TV와 같은 전통 매체 광고에 치중했고 온라인 광고는 외주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의 메시지가 채널마다 상이하게 전달됐다.

    나는 이 부분이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한 회사에서 여러 채널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직접 전통 매체와 디지털까지 아우른 회사를 설립했다. 파트너사의 니즈에 맞춰 TV CF부터 디지털 캠페인까지 브랜드 광고의 전 부분을 유기적으로 설계했다. 지금은 이런 회사가 많아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전무했다.

    내가 문제점을 보완한 회사를 원해 디블렌트를 직접 설립했던 것처럼, 우리는 항상 더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비판적으로 사고한다. 최상의 광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Q. 대기업이 꽉 잡고 있는 광고 시장에서 어떻게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나?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여러 채널에 일괄적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나와 생각이 같은 해외 파트너사를 시작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Q. 광고 기획의 매력은 무엇인가?
    -큰 규모의 광고는 대체적으로 PT를 통해 사업권을 따내야 한다. 아무리 잘 해도 1등을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대신 1등을 하면 사업권을 통째로 가져갈 수 있다. 스포츠와 같다. 이러한 경쟁의 순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Q. 본인에게 광고는 어떤 의미인가?
    -광고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아이템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그 사람에게 알려주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내가 그 사람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팬이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Q. 광고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교 전공으로 경영을 공부했고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레스토랑 컨설팅을 도와줬다. 당시 마케팅과 광고에 흥미가 생겨 졸업 후 광고기획사에 입사했다. 원래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성격이라 사람들의 페인포인트와 니즈를 잘 파악해야 하는 광고 기획 업무에 적성이 잘 맞았다.



    웅장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디블렌트 사옥



    올해 설립 10년차를 맞아 국내 광고회사 톱10에 이름을 올린 디블렌트는 2021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2020년 대비 2021년 회사 규모는 약 3배 성장했고(그룹 전사 취급고 매출 2500억원), 2020년 별도 설립한 자회사 퀘이커즈(게임 광고 기획사)와 브랜드 비즈니스 등 사업 영역을 추가적으로 확장 중이다.

    퀘이커즈는 디블렌트의 DNA를 바탕으로, 게임을 즐기고 잘 아는 게임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더해 색다른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은 즐거운 문화다’라는 캠페인을 창의적인 영상으로 풀어냈다.

    브랜드 비즈니스도 F&B에서 시작해 패션까지 확장 중이다. 지난 2020년, 여러 브랜드의 마케팅을 진행해 온 노하우를 담아 브랜드 비즈니스에 시동을 걸었다. 번 사이가 연결 돼 내용물이 흘러내리지 않는 ‘UFO버거’와 중성적이면서 위트 있는 여성복 브랜드 '더액츄얼리'가 대표적이다.

    손에 내용물이 묻지 않도록 번 사이를 연결한 '유에프오' 버거



    UFO버거는 서울 일대를 중심으로 10개점까지 확장했고, 더액츄얼리는 온라인과 백화점 팝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최근 홍성은 대표는 브랜드에 이어 골프 플랫폼까지, 사람들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는 또다른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Q. 광고 기획에서 나아가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여러 산업의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페인포인트를 캐치할 수 있었다. 분명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그에 맞는 솔루션이 없다고 판단돼 우리가 직접 해보기로 했다. 자체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고자 한다.

    Q. 햄버거 ‘UFO버거’와 여성복 ‘더액츄얼리’는 어떻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가?
    -UFO버거는 ‘흘리지 않는 버거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햄버거는 맛있지만 흘리기 쉽고 손에 재료가 잘 묻을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 불편함을 제거한 게 UFO 버거다. 번을 UFO 모양처럼 원 형태로 제작해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번을 개발했다.

    여성복 브랜드 더액츄얼리는 보다 중성적인 이미지가 필요한 커리어우먼을 타깃으로 한 컨템퍼러리 브랜드다. 중성적이고 무게는 있되, 그 안에 살짝 위트를 가미한 옷을 제안한다. 커리어우먼이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너무 무겁지는 않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서울 여자의 로망’이라는 타이틀로 브랜드의 무드를 보여주고 있다.

    커리어우먼을 위한 여성복 브랜드 더액츄얼리



    Q. 새로운 골프 플랫폼 론칭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철저히 Z세대를 타깃으로 한 플랫폼이다. 지금껏 골프를 쳐 온 기성세대에 맞쳐진 골프 문화를 Z세대에 맞춰 재정립한다. 예를 들어 지금 야간 골프를 치면 골프 클럽에서 식사를 할 수 없어 다른 간편식을 준비해야 한다. 또 필드에서 사진을 마음껏 찍고 싶어도 다음 팀과의 시간차가 적어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이번 플랫폼은 새로운 골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지 못하는 골프 클럽의 페인 포인트를 짚어내 이를 해결한 솔루션을 제안한다. Z세대에 철저히 초점을 맞춘 제품과 서비스, 여기에 해외 브랜드의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믹스해 선보인다.

    Q. 이외에도 계획 중이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광고인들을 양성할 수 있는 아카데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광고는 학문이 아닌데 대학교에서 광고를 학문적으로 다루는 게 아쉽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결과를 만들어낼 줄 아는 광고인들이 멘토가 되고 티칭을 하는 아카데미를 구상 중이다.

    회사의 심볼인 늑대는 지지 않는 싸움을 위해 무리를 이루고, 무리에 대한 애정이 강한 동물이다.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기저 안에서 후학 양성에 신경을 쓰려 한다.

    디블렌트 출신 기획자들이 어느 곳에서든 늑대와 같은 날카로움을 갖고 공동체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인재들로 활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패션비즈=강지수 기자]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