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에디슬리먼, 패션계 '도널드 트럼프' 등극(?)
지난 9월28일 셀린느 패션쇼 이후 '에디슬리먼 VS 피비필로'의 팬들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파리 ‘앵발리드(Invalides-루이 14세가 전쟁 부상병을 위해 창설한 요양소)’를 나이트클럽으로 변신시켜 진행한 이 패션쇼는 ’파리 젊은이의 야간 신문’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였다.
이 패션쇼에 대해 이번에 새롭게 영입된 프랑스 국적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비호하는 그의 팬들과 전임자로 10년간 브랜드를 이끌며 미니멀리즘과 편안한 착장의 스포티 크룩으로 독립적인 전문직 여성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국 출신 디자이너 피비 필로의 서포터들 사이에서는 찬반양론이 거세다.
특히 피비 필로의 팬들은 50세의 스타 디자이너로 디올옴므와 생로랑을 이끌었던 에디 슬리먼이 지난 10년간 셀린느를 지배(?)하며 브랜드를 큰 성공으로 이끌었던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피비 필로의 아성을 무너뜨렸다며 성토를 멈추지 않았다.
‘브리티시 GQ’의 루 스토파드는 이번에 에디 슬리먼이 선보인 “’다 갈아엎는 전술’은 품위가 떨어지지 않는 옷을 입고자 하는 여성들(셀린느 기존 고객)에게는’최악’이었다”고 강하게 표현했다. 심지어는 슬리먼의 팬들도 이번 패션쇼에서 그가 필로의 유산을 완전히 지워 없애버렸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피비 필로 아성 무너뜨렸다?"
에디 슬리먼은 마치 그의 영입 전 70년의 브랜드 역사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의 ‘셀린느 01’패션쇼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인스타그램에 피비 필로 재임 때 미국 유명 작가이자 사회 활동가 조안 디디온을 모델로 촬영한 한 광고 캠페인의 모든 이미지를 삭제하기도 했다. 슬리먼은 최근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아티스틱 디렉터가 패션 메종에 새롭게 영입돼 들어올 때는 전임자를 따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1960년대 사용된 셀린느의 로고를 영감으로 액센트를 빼고 글자체를 바꾸면서 패션쇼 전부터 이슈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그의 첫 셀린느 컬렉션에서 에디슬리먼은 대부분 블랙 컬러가 주를 이루며 그 유명한 샤프한 실루엣까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록스타일을 부여, 영 파리지안에게 어필하는 룩을 선보였다. 패션쇼 프론트에는 그와 오랫동안 친분을 이어온 가수 레이디 가가와 2000년대 초반 에디 슬리먼이 만든 디올 옴므의 슬림 수트를 입기 위해 40kg을 감량했던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칼 라거펠드가 함께 자리했다.
남성복을 혁명적으로 진화시킨 그답게 새롭게 론칭한 남성복 셀린느 옴므를 위해 길이는 다소 길어졌지만 자신의 페티시한 슬림 팬츠와 피트된 재킷에 충실했다. 이번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이 패션쇼에서 에디 슬리먼 버전의 셀린느 우먼은 아주 슬림한 틴에이저가 블랙 미니드레스에 망사 장식의 베일을 쓰고 나이트 클럽에서 즐기는 새로운 이미지로 내내 장식됐다. 블랙 위주의 컬렉션에서 레드 드레스와 그린 비즈 장식만이 그 강렬함을 살려냈다. 그는 “특히 블랙의 다양한 효과에 많은 공을 들였다”라고 최근‘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적이고 성숙한 여성의 셀린느 시대 끝났다!”
주로 프랑스의 매체들이 슬리먼의 쿠틔르적인 작품에 대해 감탄을 보내는 동안 앵글로 색슨 (영/미권)계 매체는 미투(Me Too) 운동 1년 후에 선보인 이번 셀린느 컬렉션이 여성의 이미지를 후퇴시켰다며 비난하는 모양새다. ‘헐리우드 리포터’는 “에디 슬리먼은 패션계의 트럼프인가?”라며 화두를 던졌다. ‘가디언’은 “피비 필로는 여성의 파워를 그들의 성적인 어필과 동일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대단했다”고 전임자를 치켜세웠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조 엘리슨은 에디 슬리먼이 8억달러(약 8,96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지금의 셀린느를 만들어낸 피비 필로의 10년간 공적을 깎아 내버렸다고 비난했다. “셀린느 쇼는 매우 날씬하고 어린 틴에이저들, 특히나 거의 백인들을 찬양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즈’의 바네사 프리드만은 슬리먼이 지난 2년간 LA에서 칩거하며 그의 또 다른 열정인 사진에만 집중하다 보니 시대적인 감각이 끊긴 듯하다고 혹평했다. “2년전 에디 슬리먼이 패션계(생 로랑)를 떠났을 때와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며 “여성들은 진보했다. 그렇지만 그는 아니다”라고 그녀는 써내려 갔다.
피비 필로의 팬 중 한명은 작금의 상태(?)에 대해 가슴이 무너진다고 표현했다. “다시 깨달은 것이지만 내가 진심으로 셀린느를 매우 사랑했다는 것을 알았다. 엘레강스하면서 편안한 그것은 얼마나 나이가 들고 얼마나 키가 크던 상관없이 미래의 여성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 내가 본 셀린느 컬렉션은 몇십년 뒤로 후퇴한 느낌이다.”
열성팬 '슬리마니악' 향해 ‘에디가 에디를 하다’?
슬리먼의 영입을 못마땅해하던 이들은 “지적이고 성숙한, 야심있고 엘레강스하며 자긍심 넘치는 여성을 상징하고 정의했던 셀린느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오브 패션’의 팀 뱅크스는 “슬리먼이 그의 본성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의 열성 팬‘슬리마니악(Slimaniacs)’들은 셀린느 매장에 몰려들 것이며 과거 브랜드 영광의 시절이 어떠했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에디는 디올 옴므에서도 에디를 했고(에디 식의 작업을 했다는 의미) 생 로랑에서도 에디를 했으며 셀린느에서도 에디를 했다…”고 유명 블로거 줄리 제브로는 전했다. 여러 비평 가운데 ‘월스트리트 저널’의 크리스티나 빙클리의 평도 비슷한 연장선으로 “슬리먼이 생 로랑에서 처음 자신의 스타일을 선보였을 때도 사람들은 다 싫어했었다”고 회고했다.
셀린느를 보유한 LVMH그룹의 오너 일가는 당연히 “브랜드의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 패션 작가 미켈 스트릿은 “사람들이 슬리먼을 비난하지만 그가 브랜드에서 브랜드로 옮길 때마다 같이 움직이는 고객 카테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비판 가운데 아이돌의 리턴을 기다려온 ‘슬리마니악’들은 애둘러 그를 변호해보지만 훨씬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 사이에서 별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슬리먼 자신은 이러한 감정적인 반응들을 ‘통과 의례’로 본다. “우리는 선을 움직이기 위해 벽을 밀어버리지는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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