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FASHION MARKET NOW] ‘레트로’ 향연 뉴밀레니엄 패션코드로!_I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특정한 시대별 복고 룩을 재현하는 것이 브랜드들의 커다란 맥으로 작용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5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대를 망라한 의상의 향연이다. 레트로가 한 시즌을 주도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로맨틱한 풍부터 락큰롤 스타일의 하드한 룩까지 서로 상반된 이미지의 룩킹들을 절묘히 조합시키면서 총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과거의 복고 룩이 단지 그 시대의 리바이벌이였던 것에 비해 ‘오리지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별로 다시 창조되고 재구성되는 것이 있을 뿐..’ 이라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말처럼 이제는 어떤 특정한 시대나 연도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재해석한 패러디 룩이 디자이너 나름의 크리에이티브한 감각과 맞물려 있다. 이런 패러디에 바탕을 둔 크리에이티브한 룩들이 이번 시즌, 2002년 패션의 키워드가 됐다.
시대별 의상을 서로 믹스 앤 매치시키고 이들을 또 최근의 트렌드까지 믹스시켜 패러디 룩으로까지 발전시키면서 각 브랜드마다 독특한 과거 패러디룩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펜디」 「제냐」 모즈룩 연출
패션에서 패러디 룩킹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은 키치 문화를 바탕으로 한 키치패션. ‘통속적인 취미에 영합하는 예술 작품’으로 의도적으로 유치하고 천박한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기성 예술의 엄숙주의를 조롱하고 야유하는 예술 형식인 키치 문화가 최근의 사회 문화적 코드인 ‘엽기’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패션에서는 과거를 패러디한 룩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룩은 특히 최근 암울한 경제현실과도 맞물리고 있으며 디지털 문화의 팽창 속에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두드러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 이상 과거를 리바이벌해 재해석해내기도 이제는 너무 지루하다는 것. 그때 그때 사회 문화적 코드를 담고 발전해 왔던 패션의 당연한 흐름이기도 하다.
수입 럭셔리군들부터 도메스틱 브랜드들까지 이번 시즌 과거의 기억이나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 패러디룩들에 대한 열광은 2001년을 마무리하는 시간 속에서 거의 폭발적이다. 「버버리」는 전통적인 영국의 이미지를 현대적 이미지와 믹스시킨 비주얼을 이번 F/W시즌 앞세웠고 「펜디」 「제냐」「프라다」에서도 비틀즈 풍의 모즈룩을 입힌 모델을 메인 이미지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크리스챤디올 ‘파괴와 유머’로
「펜디」는 생동하는 60년대에서 영감을 받아 60년대 스타일 아이콘인 페넬로페 트리와 트위기를 재현해내 현대적인 스타일로 다시 풀어내 기하학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함께 어필시켰다. 「크리스찬디올」은 18세기의 와일드하고 낙천적인 유목민의 생활을 모티브로 ‘파괴’와 ‘유머러스’를 키 포인트로 컬러풀하고 재미있게 연출했다.
이런 경향은 자연스레 국내 여성복, 남성복으로 이어져 이제 과거 룩을 재현해내지 않는 브랜드는 없을 정도다. 브랜드마다 일정한 시대의 룩을 트렌드로 보여주기보다는 각 브랜드의 컬러와 부합한 시대를 현재와 교집합시켜 소비자 각자의 테이스트에 맞는 선택의 폭을 넓혔다.
도메스틱군들 중에서 대표적인 케이스는 브랜드 런칭 시점부터 컨셉을 아예 ‘리폼 패러디 패션’으로 잡은 「바닐라비」「미스식스티」「피오루치」등 영캐릭터캐주얼 브랜드들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바닐라비」「피오루치」등은 ‘과거 패러디룩’을 단지 시즌 테마로서가 아니라 브랜드 성격으로 보여주고 있다.
‘리폼 패러디’ 「바닐라비」
「바닐라비」는 기존의 명품 위주의 어덜트한 브랜드에 대한 반발로 탄생된 브랜드로 컬쳐, 스타일, 테이스트 등이 모두 믹스돼 새로운 문화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했다. 타겟층도 내면의 지성과 자유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매력을 지닌 N세대지만 표현은 좀 더 키치스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브랜드 전개 의도.
역시 「바닐라비」는 이런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과거 60년대부터 80년대 룩킹을 메인 테마로 설정했다. 50년대 틴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스포츠 테마부터60년대 팝 문화를 표현하는 카나비 스트리트 댄디룩, 70년대 히피와 80년대 펑크를 믹스해 섹시한 룩까지 여러 시대를 포괄적으로 다뤄 현대적인 느낌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해냈다.
「피오루치」도 ‘참신’과 ‘자유’에 대한 발상을 기본으로 과거 시대를 기본으로 유머러스하고 도발적인 현대적 룩킹을 브랜드 오리지널 컨셉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 자체가 컨셉인 대표적 브랜드. 광고 비주얼에도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광경 속에 두 명의 천사를 클로즈업해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것들을 조합시켜 보는 이에게 아이러닉한 감성을 갖게 한다.
키치신드롬 「피오루치」
국내뿐 아니라 본국인 이태리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일괄적인 테마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피오루치」는 이태리에서 지난 30년간 ‘키치 신드롬’을 일으킨 브랜드기도 하다. 지난 시즌 80년대 펑크룩에 이어서 이번 시즌에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밀리터리룩부터 카우보이 룩까지 와일드한 룩들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 시즌 다시 전개되는 이태리 브랜드인 「미스식스티」도 ‘Multi-Personality’를 키워드로 지난 70~80년대 펑크, 락큰롤 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래머, 럭셔리, 빈티지, 엘레강스 등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조합돼 완성된 코디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 외 「온앤온」「시스템」「SJ」등의 베이직한 여성 영캐주얼부터 「X크로모섬 in X」「VOV」「올리드데올리브」등 영캐릭터군들의 전반적인 영캐주얼 무드가 대부분 이러한 룩킹과 감도를 지향하고 있으며 「데무」「텔레그라프」「미샤」등의 캐릭터군들까지 과거 복고에 대한 패러디와 향수를 자연스러운 브랜드의 테마로 받아들이고 있다.
「X」도발적 데님룩으로
특히 「X 크로모섬 in X」는 이번 F/W시즌 더욱더 과장되고 극단적이면서 도발적인 룩들을 데님팬츠 중심으로 선보였다. 여기에 꾸뜨르적인 느낌을 강조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부각킬 수 있는 룩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 총괄의 권오향 이사는 “패러디룩도 결국은 자아를 강하게 어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 캐릭터군들은 대체적으로 영캐주얼군과 달리 탈 60년대적인 조짐을 보이면서 70년대풍의 로맨틱한 무드를 당시의 똑 떨어지는 오드리헵번풍의 로맨틱과는 전혀 다르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냈다.
또 「타임옴므」 「어바우트」 「인터메조」등의 캐릭터성향이 강한 남성복부터 「폴로」「빈폴」등의 트래디셔널군들, 「게스」「닉스」등의 유니섹스 진캐주얼까지 ‘과거로 돌아가자’라는 기본 컨셉으로 다양하게 변형된 스타일들을 선보이고 있다.
「게스」 오리지널 컨셉 회귀
변형되고 재해석되고 규격화된 어떤 것들에 대한 익살과 조롱에서 벗어나 ‘오리지널 컨셉으로 돌아가자’라는 가장 근본적인 노스텔지어 패션붐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는 ‘진’을 중심으로 한 캐주얼브랜드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지난 50년대부터 미국인들에 의해 국내 소개된 진들은 80년대 중반 90년대 절정기를 거치면서 발전해왔다. 90년대 초반 「게스」 「페레진」「MFG」등의 패션진들에 대한 열풍이 최근 다시 노스텔지어 붐과 함께 리바이벌 되고 있다.
‘진’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에서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데님’이라는 소재에 여러 워싱법을 다양하게 줄 수 있어 낡고 오랜된 느낌부터 패셔너블한 느낌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다시 낡고 오래된 친숙한 느낌으로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빈티지 풍의 진과 코디되는 아이템들이 전반적인 트렌드 풍으로 자리 잡히고 있다.
틀에서 벗어나 터프하고 제멋대로인 빈티지 풍이 아니라 이번 시즌에는 소프트한 빈티지가 데님을 중심으로 다양한 워싱과 탈색을 통해 여러 아이템에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패션 진브랜드인「게스」를 비롯 지난 90년대 중반 도메스틱군중에서 인기를 누렸던 「닉스」「지브이」「베이직진」등도 노스탤지어 붐과 함께 최근 다시 주요 진 캐주얼 군으로 그룹핑되고 있다.
패러디 룩 속의 영국전통패션
비슷한 맥락에서 가장 전통적인 것에 기반을 둔 영국패션도 최근 눈에 띄는 패션중의 하나. 영국적인 전통에 기반을 둔 클래식한 모티브와 소재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보수적이고 약간은 엄격한 룩도 많이 보여지고 있다. 밀라노와 파리 뉴욕 등의 세계 유명 디자이너 컬렉션에서는 스코틀랜드의 타탄체크와 아가일(다이아몬드 형태의 무늬), 북아일랜드의 도네갈(흑백의 작은 체크) 등의 전통문양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또 한동안 지루해졌던 「버버리」는 최근 다시 탑 대열에 끼어들었으며 「아쿠아스큐텀」등의 영국전통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대표적인 모티브인 체크문양도 깅엄체크부터 타탄체크 글렌체크 하운주투스체크 버버리체크 등 다양해졌다.
「랄프로렌」과 「A6」도 가세
「랄프로렌」등 각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광고모티브도 영국의 전통적인 것들에 기반을 두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낸 이미지도 눈에 뜨이는 현상. 스포티브가 브랜드 컨셉인 「A6」마저 이번 시즌에는 영국의 근위병 느낌을 전하고 있다.
또한40년대 보여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패션의 무드로 지속되어온 밀리터리룩도 이번 F/W시즌 강하게 드러났다. 특히 이번시즌에는 군복 단추, 훈장과 벨트 등의 모티브의 차용에서부터 공군 육군 해군 기마병 등의 의상을 구체적으로 패러디한 경향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기존 스트리트에서 보여지던 캐주얼한 룩의 일부가 아니라 유니폼이 주는 근엄함과 럭셔리함을 살린 새로운 밀리터리룩으로 선보인 것. 알렉산더 맥퀸, 돌체 & 가바나, 안나수이, 까스텔바작 등의 컬렉션에서도 보여지는 등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시즌 자연스러운 룩킹과 감도로 다가 선 ‘레트로풍’은 과거의 근원적인 것들에 대한 고찰부터 패러디의 다양한 미학까지 폭넓게 바리에이션 돼 하나의 크리에이티브한 뉴 밀레니엄 패션코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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