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위한 그녀의 옷?’
nina|01.12.10 ∙ 조회수 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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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옷은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며,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다’ 요즘 메인 스트리트를 나가면 룩킹에서 이런 느낌이 연출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처럼 성(Sex) 젠더(gender), 섹슈얼리티 사이의 구분이 복잡한 방식으로 남성패션시장을 넘나들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제 ‘그를 위한 그녀의 팬티’를 만드는 데 열중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의「구찌」「조르지오 아르마니」「요지 야마모토」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서부터 국내 남성복 브랜드들의 컬렉션까지 이런 새로운 남성성의 코드를 멋들어진 의상으로 표현하는데 골몰해있는 흔적들이 역력하다.
아르마니 질샌더 겐조 옴므 등 수입 명품매장은 매출이 늘어 매장을 확대하는가 하면 「타임옴므」「빈폴옴므」 「지이크」「엠비오」「인터메조」「워모」「씨피컴퍼니」등 대부분의 캐릭터 브랜드들이 이런 추세 속에 탄력을 받고 있어 남성패션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최근 뜨겁게 사회적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패셔너블하고 감성적인 집단 ‘아니마’ ‘뉴맨’들의 커져가는 패션마켓 사이즈를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남성들의 수트 일색의 건조한 차림, 일반적인 캐주얼 룩킹은 아무 느낌을 주지 못한다. 패션에 깨어있고 스스로에 대한 감각을 추구하는 능동적인 소비자인 유니섹스한 남성과 그의 패션에 대한 응시를 다시 할 때다.
이런 현상을 단순한 ‘젠더리스’라고 보기에는 좀 지루한 감이 있다. 이미 4년 전부터 ‘젠더리스하다, 유니섹스하다’ 라는 말이 패션마켓에서 자주 거론됐으며 또 그 당시의 ‘젠더리스’는 단지 성의 규격화된 착장 방식에서 탈피하자라는 움직이었다. 지금 다시 언급되는 ‘젠더리스’는 유니섹스테마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착장 방식의 탈피는 기본으로 양쪽 성의 경계선(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성)을 넘나드는데 자유로워진다는 개념이다.
‘보보스룩’이 바탕
이의 바탕에는 최근의 패션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른 ‘보보스룩’이 깔려있다. ‘자유로운 보헤미안 기질과 부르주아적인 기질을 다분히 깔고있는 사람’. 이들을 대상으로 캐주얼부터 여성 남성복 모두가 내추럴하고 감성적인 자유로운 룩킹을 연출하는데서 지금은 한단계 진화해 ‘아니마, 아니무스’적인 착장 형식의 훔쳐보기가 극단에 이르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남성용 셔츠를 입고 매니쉬한 스타일을 입는 것이 일반화된 것에 비해 남성들의 패션이 캐주얼해지고 럭셔리&로맨틱해진 것은 작년 F/W시즌부터. 이런 흐름이 이번 F/W시즌과 내년 S/S시즌 폭발적으로 보여지고 있으며 여성복보다 재단 색채 직물의 범위가 오히려 더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는 남성들의 패션의 깊이가 여성성에 가까워졌다기 보다는 최근 ‘캐주얼’이라는 트렌드를 타고 ‘캐주얼을 어떻게 하면 더욱 멋있게 입을 것인가’에 골몰, 자연스레 여성의 착장을 넘나들고 있는 것. 여성복에서 보였던 장식이나 라인이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화려해지고 있는 남성 컬렉션을 증명하듯 요즘 여성복 업체 디자인실을 방문하면 디자이너들이 오히려 남성복 컬렉션 사진들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오히려 「막스제이콥스」「루이비통」등 남성복 컬렉션의 디자인들이 절제된 가운데 보여주는 액센트의 임팩트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표적인 스타일로 내년 S/S시즌을 겨냥한 남성복 파리 컬렉션에서는 과장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강조되면서 레이어링 스타일과 층층의 컬러대비로 신선한 감각을 보여줬다. 특히 소재는 린넨과 코튼 비중이 높아지며 내추럴한 감성을 자극했다. 식물패턴 회화나 콜라주 기법 등 상상력이 풍부한 다양한 패턴들도 대거 등장했다.
해외컬렉션, 화려한 남성상 부각
장폴 고티에 조르지오 아르마니 존 갈리아노 겐조 등의 해외 디자이너들의 맨즈 컬렉션도 두드러진다. 이들은 이미 과거부터 남성패션의 한계를 서서히 몰아냈던 디자이너들. 고티에는 오래 전부터 레이스 실크 성적매력을 풍기는 가죽의상 같은 여성적인 소재를 사용했으며 남성용 스커트를 시험해보기도 해 당시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캘빈클라인은 과거의 남성상을 강조한 터프한 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디자이너 로고와 이름을 붙이고 숨김없는 양성적 이미지를 추출한 광고와 상품으로 첫 시판주에 2십만벌의 진이 팔려나가는 등 기존 진의 독점적인 연상들을 탈피했기도.
이들에 이어 최근 구찌와 DKNY 겐조옴므 등은 산뜻한 핑크컬러를 메인 컬러로 구찌는 자수가 들어간 화려한 재킷과 셔츠를 선보였고 지아니 베르사체는 보석과 형광실을 이용한 플루오 자수 아이템을 대담하고 화려하게 제시하고 있다. 화사한 컬러 자수 프린트 슬림 라인 등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남성컬렉션에서 보여지는 공통된 특징. 특히 크롭트 팬츠 다리에 딱 달라붙은 시가렛 팬츠 허리부분에 주름을 넣어 부필리는 라이딩 바지 여성 수트에 등장하는 일자통바지 등이 많이 보여지고 있다.
국내 남성마켓에도 이는 피해갈 수 없는 트렌드. 작년 F/W시즌부터 대담해지고 럭셔리해진 남성복 브랜드들은 이번 시즌과 내년 시즌 그야말로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의 향연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남성 브랜드 마케터들이 “ 지금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 말할 정도.
지금은 너무 당연한 것(?)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사복 정장의 변화다. 기존의 딱딱한 실루엣에서 캐릭터성이 강한 정장들이 많이 보여지고 있으며 러플이나 소매깃 장식 아웃포켓 등에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강조하거나 허리선을 강조하는 라인이 특히 최근 많이 눈에 뜨이고 있다.
「어바웃」「솔리드옴므」「타임옴므」등의 남성캐릭터캐주얼은 이런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화해오고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들. 이들 브랜드는 런칭 시점부터 감도있는 남성을 타겟으로 상품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최근의 트렌드가 특별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매출에 탄력이 붙고 더불어 마켓 사이즈가 커져가는 것은 확실히 느끼고 있다라는 중론이다.
「어바웃」은 기본 컨셉을 ‘여성들의 심리를 자극하자’로 내걸고 남성용 상품으로 여성 고객들까지 겨냥하고 있다. 그만큼 상품들이 감성적이라는 것. 또 매장의 컬러부터 두달에 한번씩 바꾸고 있으며 이번 시즌에는 핑크를 메인 컬러로 바닥에도 핑크 스웨이드를 D.P하는 등 전체 인테리어를 했다. 상품도 핑크니트를 트렌드컬러로 블랙 다크 그레이까지 다양한 컬러 바리에이션을 하고 있다.
이번 F/W시즌은 ‘자아를 찾아가는 남성’을 테마로 허리핏이 들어간 슬림라인 위주로 상품을 선보였다. 현재 판매중인 판매가 1백 80만원의 모피아이템은 꾸준히 판매가 잘 되고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 「어바웃」는 내년 S/S시즌 컬러를 다운시키면서 캐주얼 룩킹을 늘릴 계획이다. 투톤 계열의 원단과 디테일을 우븐에서 푸는 등 소재의 차별화를 둔 캐릭터성이 강화된 데님류도 선보인다.
「솔리드옴므」는 대표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로 우영미 사장이 직접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책임지고 있다. 우영미 사장은 “성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사람의 캐릭터가 중요하다”면서 남성패션마켓이 “자제를 많이 할 뿐이지 트렌드의 제안 방향 등 움직이는 속도가 굉장하다”라고 말한다. 「솔리드옴므」는 지난해부터 매출이 볼륨화되기 시작해 올해는 전년대비 30%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솔리드옴므」는 컬러까지 포함해 시즌당 2~3백 스타일을 출시하고 있으며 점차 캐주얼한 단품 아이템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다. 비비드한 컬러가 많이 보여진 F/W시즌에 비해 내년에는 뉴트럴 계열을 가미할 계획. 액세서리류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아이템으로 잡화라인도 늘려간다.
우영미 사장은 국내 마켓뿐 아니라 해외 마켓으로의 확장도 동시에 계획한다. ‘오히려 지금은 남성복을 통해 해외에 길을 뚫기가 쉽다’면서 내년 S/S시즌에는 파리컬렉션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제스」역시 5년 전 런칭 당시부터 비닐소재를 쓰는 등 마켓 내 신선함을 불어넣었던 캐릭터 브랜드. 「제스」는 광고 컨셉을 ‘친구 같은 사랑’을 테마로 다소 중성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DKNY」와 「폴스미스」역시 국내 남성패션을 한층 트렌디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수입 브랜드들. 「DKNY」는 캐주얼한 기본적인 라인에서 내년 S/S시즌 소재와 상품의 핏을 한층 내추럴하게 풀 계획이다. 「폴스미스」는 매장의 전체분위기를 핑크와 바이올렛 계열로 꾸며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폴스미스」는 올 S/S시즌 런칭을 시작으로 최근의 무드를 타고 현재 백화점 3군데서 꾸준한 매출 신장세를 이루고 있다. 내년 가을에는 「폴스미스」여성도 함께 런칭해 소비자 층을 넓힐 계획이다.
크로스 드레싱 확산
이처럼 대부분의 남성복들이 여성과 스타일은 달라도 모티브는 같아지는 추세. 이런 가운데 여성캐릭터 , 캐주얼 브랜드들도 남성의 소비자를 놓고 조금씩 고민하는 분위기다. 실루엣이 가늘고 좀더 파격적인 디자인을 원하는 남성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종종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획에 반영할만큼 구체적인 흐름은 아니다라는 중론.
오히려 여성복의 디테일이 늘고 있는 남성복과 달리 남성복에서 따온 디테일을 쓰는 등 매니쉬한 트렌드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 무드다. 성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구호」의 김영애 이사는 “「구호」가 무겁고 차고 직선적인 실루엣이 브랜드 특징인만큼 매니쉬함을 원하는 여성과 함께 여성성에 근접하길 원하는 남성까지 소비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사각의 정신적인 감성을 추구해오고 있는 「구호」는 더욱더 정신적인 것들을 강조하면서 브랜드 고급화를 꾀해 디자이너와 NB의 브릿지 라인 정도에 위치할 계획.
「X.」「보브」「미스식스티」등의 영캐릭터 캐주얼군들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캐주얼에 속해있지만 대부분 데님을 메인 아이템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색다른 아이템을 원하는 남성들도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들. 「A6」를 성공궤도에 이끌어놓고 최근 영캐주얼 「B.N.X」를 준비하고 있는 이경희 이사는 “ 상품 기획시 아예 성의 경계를 무시한다” 라고 말한다.
「닉스」「게스」등의 유니섹스 진 캐주얼들도 상품에서 더욱더 유니스러움을 강조할 계획. 진이라는 아이템 특성상 가장 성의 경계가 없는 군이기도 하다. 이들은 실제로 사이즈만 다를 뿐이지 스타일면에서는 여성 남성이 거의 흡사하고 디자인이 중복된 상품들이 대다수다. 이들 브랜드는 성의 경계를 넘어 더욱 더 테이스트와 트렌드에 접근한 룩킹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지난 11월 개최한「닉스」컬렉션에서는 남자 모델들이 입고 나온 데님 팬츠들의 실루엣이 훨씬 부드럽고 디테일이 섬세한 것들도 부분적으로 눈에 띄기도.
크로스 드레싱 코드가 이처럼 확산되면서 소비력까지 갖춘 20 30대 패셔너블한 남성이 패션 시장에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남성에게는 유행이 없는가’ 라는 말은 이제 정말 설득력이 없을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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