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클라인’이 복잡하다?
「캘빈클라인콜렉션」「캘빈클라인진」「CK언더웨어」「CK캘빈클라인」…가끔 ‘캘빈클라인’을 알고있는 국내 소비자들은 백화점 매장 혹은 잡지에 소개된 이 브랜드의 상품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세컨브랜드와 아이템별 확장된 브랜드네임이 다양한 해외 브랜드들이 모두 그러하지만 특히 ‘캘빈클라인’ 관련 브랜드들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실상을 알기가 어렵다.
통상 세컨라인을 한 업체가 전개하는 국내 수입브랜드들과 비교해 이들을 전개하는 국내 업체들은 모두 다르며 또한 계약을 맺은 해외 주체도 각각 다르다. 「캘빈클라인」 컬렉션 라인은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용주)이 운영 중이며 「캘빈클라인진」과「CK언더웨어」는 CK진코리아(대표 서병탁)에서 전개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국내시장에 소개되는 「ck캘빈클라인」은 IMK(대표 정병온)가 독점 수입권을 따냈으며 향수는 더 유통(대표 다니엘김)에서 전개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캘빈클라인 관련 브랜드를 수입 전개하는 데 있어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도 모두 다르다. 신세계측은 뉴욕의 캘빈클라인 본사(Calvin Klein Inc.)에서 컬렉션 라인을 수입하고 CK진코리아는 이탈리아 핀젠(Fingen)그룹에서 진 라인과 언더웨어를 수입한다. 핀젠사는 아시아 지역과 유럽의 데님 및 언더웨어 라이선스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캘빈클라인진」은 유럽에서 수입
또 IMK는 싱가폴 패션회사 클럽21의 자회사인 CK21홀딩사(CK 21 holdings Pte. Ltd)에서 「ck캘빈클라인」을 직수입으로 전개한다. 지난 2001년 이후 뉴욕의 캘빈클라인사에서 중단했던 「ck캘빈클라인」은 지난해 클럽21사에 라이선스권을 팔면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만 재런칭하게 된 것이다. 「ck캘빈클라인」은 미국 본사에서 전개했을 당시 국내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수입 전개하다가 IMF 이후 정리했던 브랜드. 이 브랜드는 일본에서 온 비즈니스트렌드사(On Business Trend Co.)에 의해 라이선스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싱가폴의 거부이자 큰손 크리스티나 옹(Mrs. Christina Ong)이 운영하는 CK21은 싱가폴 내에서 「DKNY」「엠포리오아르마니」 「질샌더」「디젤」 등의 브랜드에 대한 디스트리뷰터를 맡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의 「아르마니익스체인지」와 「ck캘빈클라인」 라이선스권을 가지고 있다. 또 이 회사는 「클럽21」「송&켈리」 등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런던내 호텔 및 식당을 소유하고 있고 뉴욕 중국 등에 공장 및 빌딩 등을 보유하고 있어 탄탄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향후 국내 시장 진출이 기대되는 회사다.
이렇게 하나의 브랜드를 라인별로 각각 다른 업체에서 운영하는 현상은 뉴욕의 캘빈클라인사(Calvin Klein Inc.)의 사업 방식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디자이너 캘빈클라인은 1967년 회사 설립 이래 컬렉션라인의 성공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주의의 권유로 청바지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미니멀한 수트와 드레스 전문 디자이너가 청바지 만들었을 때 소비자들의 첫 반응은 실용적인 청바지가 너무도 높은 가격에 몸에 맞지 않는다는 불평 뿐 이였다.
「ck캘빈클라인」은 싱가폴에서
이에 청바지 라인 사업을 시작한 캘빈클라인은 ‘퓨리턴’사에 청바지 라이선스권을 넘기고 판매 수량에 따라 로열티를 받는 방식을 채택했다. 70년대인 그 당시만해도 라인선스 사업이 그리 흔했던 것은 아니였다. 이 후 캘빈클라인은 남성복 언더웨어 향수 등 모든 분야로 사업을 넓히는데 있어 각 분야에서 뛰어난 협력업체를 찾고 브랜드 라인선스를 파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했으며 현재까지도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캘빈클라인은 어려서부터 큰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으며 하나씩 이 일을 수행해가는 그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사업가에 가까운 셈이다. 캘빈클라인과 회사 설립에서부터 PVH(필립스 반 호이센 Phillips Van Heusen)에 회사를 팔기까지 오랜 기간 사업 파트너였던 배리 슈와츠는 새로운 라인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자신의 그룹에서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가기보다는 사업 파트너를 찾아 라이선스권을 파는 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현재 뉴욕 캘빈클라인사에서는 컬렉션 라인과 브랜드 홍보 마케팅과 라이선스 소유 회사를 관리하는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캘빈클라인은 그의 여성복 컬렉션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였지만 청바지나 이너웨어 남성복까지 모든 부분의 사업을 총괄하기에는 회사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 그의 유명세와 브랜드 네임을 걸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금력이 있는 회사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으며 캘빈클라인도 라이선스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떨쳐버릴 수도 없었던 것.
컬렉션라인만 본사 직접 운영
하지만 캘빈클라인은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요구되는 ‘컬렉션 라인’은 오랫동안 직접 디자인과 제조를 담당해왔다. 현재는 「조르지오아르마니」 블랙라벨을 생산했던 베스띠멘타라는 이탈리아 회사에 생산만을 맡긴 상태. 캘빈클라인는 그나마 지금까지 컬렉션 라벨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가치를 지키는데는 노력해왔다. 캘빈클라인은 지난 2002년 PVH사로 회사를 팔아 넘기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마지막으로 수행하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컬렉션에서 피날레에 등장했던 사람은 그가 아닌 캘빈클라인의 수석 디자이너였지만 컬렉션라인 만큼은 뉴욕본사에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조르지오아르마니의 경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을 때 「아르마니익스체인지」를 미국에 판 것을 제외하고 「조르지오아르마니」「아르마니꼴레지오니」「엠포리오아르마니」「아르마니진」 등 모든 브랜드를 한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신세계측에서 컬렉션라인에서 브릿지 라인까지 모두 전개하고 있다. 아르마니는 「아르마니익스체인지」 하나의 브랜드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 있는 것을 안타가워하고 있어 다시 사들이려는 노력도 했었을 정도로 브랜드 관리가 철저하다.
이렇게 유럽 디자이너 브랜드가 오랜 명성과 전통을 자랑하며 철저하게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하는 반면 미국 브랜드는 상업적으로 브랜드 라이선스권을 쪼개어 팔아 이익을 남기는 형태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브랜드 밸류’를 높이는 것이 힘든 것이 문제점이다. 또 국내 업체들간에도 전혀 다른 라인을 전개하면 상관없지만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을 전개하게 되면 아무래도 약간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SI IMK 등이 국내 수입 주체
실제 미국 내에서 「캘빈클라인진」과 「CK언더웨어」 라이선스권을 소유하고 있는 와나코사는 무차별적으로 할인점에 청바지를 공급하고 본사와의 동의없이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면서 캘빈클라인사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ck캘빈클라인」이나 「DKNY」등의 미국 브랜드들은 라이선스권을 팔아 사업을 전개하면서 아시아 지역 중국 등의 공장에서 오버 생산되는 의류가 보세로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국내 시장에서 「캘빈클라인진」과 브릿지 라인 「ck캘빈클라인」은 둘 다 캐주얼 라인으로 공통된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각각의 조닝에서 자리매김을 해나갈 예정이다. SI는 고급라인인 컬렉션라벨을 수입하기 때문에 이들과 겹치는 부분은 없다.「캘빈클라인진」은 데님과 스웨터 등이 주력아이템으로 10만원 후반대의 가격대에 세련된 데님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스웨터는 20만원초반의 약간 높은 가격대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k캘빈클라인」은 브릿지라인으로 약간 높은 가격대의 캐주얼웨어로 전문직 종사자나 커리어 우먼 등의 차별된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 다른 점. 이 회사들은 모두 하나의 브랜드에 얽혀있지만 전혀 다른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으며 마켓 내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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