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브라 · 베리시 등 '온라인 타고 볼륨 업'··· 이너웨어, 핵심 전장으로

이너웨어 마켓은 국내 패션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카테고리였다. 제작 공정이 까다롭고 착용감에 대한 기준이 워낙 민감해 선뜻 발을 들이기 어려운 ‘기술적 불모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이너웨어 마켓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패션 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핵심 전장으로 급부상했다.
2025년 기준 국내 이너웨어 시장 규모는 약 2조1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5년간 매년 0.5~1% 정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내실을 다져왔다. 이러한 성장을 견인한 것은 ‘속옷의 정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속옷은 단순히 겉옷 안에 받쳐 입는 기능성 소모품이었으나, 최근에는 브라톱을 아우터로 활용하거나 겉옷과 레이어드하는 등 이너웨어가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속옷과 겉옷의 경계가 옅어지는 착장의 변화가 시장의 판을 키운 셈이다.
시장이 뜨거워진 배경에는 이른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흐름 속에 와이어 등으로 몸을 조이는 불편한 속옷 대신 심리스(Seamless)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편안한 속옷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이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이 바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신흥 강자들이다.
베리시 등 1000억 내외 차세대 리더 탄생

‘감탄’ ‘베리시’ ‘컴포트랩’ ‘마른파이브’ 같은 브랜드들은 온라인에서 탄생해 ‘심리스’라는 키워드를 선점하며 단기간에 시장의 리더로 올라섰다. 온라인을 시작으로 수백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전통 이너웨어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연매출 1000억원 규모로 올라선 감탄브라는 전통 이너웨어 기업 그리티(대표 문영우)가 2021년 공식 론칭한 브랜드로, 기업 자체가 보유한 제조 기술력에 온라인 투자를 더해 탄생했다.
연매출 800억원 규모로 올라선 딥다이브(대표 이성은)의 베리시는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 플래그십스토어 3개점까지 확장했다. 이너웨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어패럴 라인까지 확장하며 토털 패션 브랜드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베리시의 기본 이너웨어와 어울리는 어패럴을 제안하는 감각적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2014년 시작해 온라인 이너 시장을 개척한 컴포트랩(대표 최선미)의 컴포트랩도 올해 화사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했으며 연매출 400억원 규모로 점프하는 게 목표다. 초창기 연매출 7억원에서 시작해 현재는 300억원을 훌쩍 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컴포트랩은 체형별 기능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슴수술 브라와 자세교정 기능 브라 등 다양한 체형과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이너웨어 카테고리를 전문화하고 있다.
마른파이브 등 라이징 브랜드도 고속 성장
여기에 플라이엑스 같은 라이징 스타들이 등장하는 등 업계에서 변화의 물결이 빨라지고 있다. 제품 세분화와 브랜드만의 기능 & 브랜딩을 보여주며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변모했다.
온라인 주자들과 신규 라이징 스타들의 성공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자, 업계 전체적으로 이너웨어의 비즈니스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먼저 전통 강자들이 반격에 나섰다. 1950년대를 전후로 시작된 비비안과 BYC 등 1세대 기업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며 젊은 세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비안(대표 손영섭)은 작년 이너웨어의 쓰임을 일상으로 확장한 콘셉트의 신규 브랜드 ‘샌디즈’를 론칭했고, 그리티는 현재 전개 중인 온라인 베이스의 ‘감탄브라’의 서브 브랜드 개념으로 ‘오얏’을 선보였다. 특히 오얏은 감탄브라의 순수하고 내추럴한 방향은 살리면서도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라톱과 같은 상품을 핵심 아이템으로 내세운다.
안다르 등 애슬레저 브랜드도 공격적 확장
여기에 이종 산업 간의 경계 침범도 치열하다. 안다르와 젝시믹스 등 애슬레저 브랜드는 운동복 제작 노하우를 살려 언더웨어 라인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며, 거대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이미 남녀 이너웨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티르티르 오너였던 이유빈 대표가 이너웨어 브랜드 ‘마른파이브’를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드는 등 자본력을 갖춘 외부 인사들의 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이너웨어 시장은 온라인화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진입 장벽이 낮아진 동시에 ‘개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패션의 영역으로 완전히 편입됐다. 단순히 편한 옷을 넘어 자신의 감도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 이너웨어 시장에서 과연 어떤 브랜드가 2조원대 시장의 최종 승기를 잡을지 패션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너웨어 기업 관계자는 “현재 신규 주자들이 들어와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너웨어 온라인 마켓 사이즈 자체도 확장되고 있어 온라인 브랜드들의 매출 성장은 계속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오프라인 마켓의 파이를 점차 대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