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글로벌서 ‘클렌저’ 마켓 점령... 한국식 세안 문화 퍼져

서유미 기자 (tjdbal@fashionbiz.co.kr)
26.06.05 ∙ 조회수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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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K-뷰티 시장이 2024년 146억달러(약 21조7920억원) 규모를 돌파한 가운데 성장의 질이 바뀌고 있다. 과거 중화권을 중심으로 메이크업 트렌드를 이끌던 ‘K-뷰티 1.0’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북미를 중심으로 한 K-스킨케어 루틴이 정착돼 ‘K-뷰티 2.0’을 견인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클렌저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데이터포캐스트(Market Data Forecast)에 따르면 클렌저 카테고리는 K-뷰티 전체 성장률(연평균 11.3%)을 웃돈 연평균 12.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 1~3분기 기준으로 미국은 K-뷰티 해외 온라인 매출의 51%를 차지하며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 시장이 됐다. 유로모니터(Euromonitor)가 이를 K-뷰티의 구조적 전환 흐름으로 설명했다. 이 흐름 속에서 클렌저는 단순한 보조 제품을 넘어 K-뷰티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올랐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더블 클렌징’이라는 한국식 세안 문화가 있다. 과거 서구권의 세안은 강력한 세정력에만 집중했으나, K-뷰티는 피부 장벽 보호와 저자극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더블 클렌징의 확산은 클렌저를 단순 틈새 아이템에서 스킨케어 루틴의 ‘필수 첫 단계’로 격상하게 했다. 울타뷰티(Ulta Beauty)는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 스킨케어 매출이 전년대비 38%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세포라 · 코스트코 · 월마트 등도 K-뷰티 취급 SKU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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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콘텐츠 절대적, 한 분기에 74만개 쏟아져


클렌저가 유독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숏폼 콘텐츠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틱톡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3분기에만 K-뷰티 관련 영상이 74만개 이상 쏟아졌으며, 이는 전 분기 대비 97%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틱톡 숍 내 K-뷰티 매출은 전년대비 132% 성장하며 플랫폼 전체 성장률(120%)을 웃돌았다. NielsenIQ에 따르면 K-뷰티 매출의 70%가 온라인에서 발생하며, 틱톡 숍은 브랜드 인지도와 구매 전환을 동시에 이끄는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



클렌저는 이 흐름의 최대 수혜 카테고리다. 오일의 유화 과정, 밤(Balm) 제형이 녹아내리는 모습, 효소 파우더가 거품으로 변하는 장면은 15초 내외 영상에서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틱톡에서 ‘Cica-Cleanse 리추얼’ 트렌드가 바이럴되며 병풀 추출물(Cica) 기반 진정 클렌저가 부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흐름을 가장 잘 활용한 브랜드는 더파운더즈(대표 이선형·이창주)의 ‘아누아(Anua)’다. 한국 전통 약초인 어성초(Heartleaf)를 북미 소비자의 모공·피지 고민과 연결해 새로운 K-허브 카테고리를 창출했다. 울타뷰티 론칭 당시 ‘더블 클렌징 듀오’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계산된 전략이었다. 아누아 측은 “클렌저는 즉각적인 효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신규 시장 진입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어성초 클렌징 오일(Heartleaf Cleansing Oil)은 브랜드 시딩을 시작으로 유저들의 자발적인 사용 후기와 루틴 공유가 확산되며 틱톡 단일 제품 기준 3억 뷰 이상을 기록했다. 아마존 기준 론칭 초기 대비 10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이 뒤따랐다. 시장별 접근도 세분화돼 있다. 북미에서는 클렌징 오일 반응이 압도적인 반면 유럽 · 중동에서는 석회수 환경과 기후 특성을 반영해 세정력과 피부 장벽 보호를 동시에 잡는 제형으로 라인업을 조정하고 있다. 


유럽 · 중동 · 북미 등 실질적인 ‘락인(Lock-in)’ 효과



산업적 관점에서 클렌저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의 핵심 ‘게이트웨이 SKU’다. 여기에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낮은 진입장벽이다. 20달러 내외의 가격은 단순히 저렴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가 세럼이나 크림은 피부에 맞지 않을 경우 부담이 크다. 반면 클렌저는 ‘설령 맞지 않아도 세정용으로 쓸 수 있다’라며 구매를 합리화하기가 쉽고, ‘어차피 씻어내는 제품’이라는 안전성 편향이 새 브랜드 시도의 심리적 문턱을 낮춘다. 업계가 이를 ‘일단 써 보게 만드는 진입 전략’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둘째, 높은 재구매 빈도다. 소모가 빠른 품목 특성상 재구매 주기가 짧아 고객 접점을 꾸준히 쌓기 쉽고, 반복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셋째, 강력한 라인 확장성이다. 클렌저에 만족한 고객은 동일 브랜드의 토너와 세럼으로 이어지는 ‘루틴 소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며 브랜드 전체의 LTV(고객 생애 가치)를 높인다. ‘지우는 제품’이 사실상 전체 스킨케어 라인의 판매 깔때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국 K-클렌저의 성공은 제품력을 넘어 서구권 소비자의 세안 습관 자체를 바꿨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번 내재화된 세안 루틴은 대체재가 침투하기 어려운 행동 고착(Behavioral Lock-in)을 만든다. 이는 향후 헤어와 보디케어까지 이어질 K-라이프스타일 확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유미 기자  tjdbal@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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