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미국-이란 전쟁, 산업 지형은 물론 구조까지 바꿀 수도
지난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에 이란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송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전략으로 대응했고, 이는 글로벌 사회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원유의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고 화물 선박의 항로 우회에 따른 물류 혼란 등으로 각종 산업은 물론 사람들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패션산업에도 전쟁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으며 그 여파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해외리포트] 미국-이란 전쟁, 산업 지형은 물론 구조까지 바꿀 수도 275-Image](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78113926440-1.jpg)
미국 – 이란 전쟁 여파로 패션산업은 해외소싱과 국제무역에 의존하는 섬유, 원단, 가공, 가먼트, 리테일 등 전체 밸류체인이 위기에 빠졌다. 항공화물 비용이 폭등해서 물류비용이 높아진 것은 물론 해상화물 수송기간이 연장되면서 운송이 늦어지고 석유계 섬유인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
패션 상품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일부 서플라이어들의 도산도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에 따른 패션산업 내 변화에 이어 이번 미국 – 이란 전쟁도 패션산업에 또 한 번의 파장과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서플라이체인 내 비용 폭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 배럴당 10만8212원이던 원유 가격은 이란 전쟁 발발 후 14만8500원을 넘겼으며 4월 초에는 16만3350원에 육박했다(4월3일, NYMEX: The New York mercantile Exchange). 이러한 원유 가격 인상으로 패션산업에서 생산 및 원자재 가격과 수송 가격 등이 올랐다. 패션산업의 서플라이체인은 서로 연계돼 있으며 에너지, 석유계 화학물질, 국제 해운 네트워크 등에 영향받는다. 이 중 어느 하나만 혼돈이 야기돼도 리플효과로 전체 밸류체인으로 번지게 된다.
실제로 미국 – 이란 전쟁 관련 2026년 남아시아 내 생산 비용은 10~20% 인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 생산의 경우 필요한 원자재의 물류와 수입 비용이 폭등하고 염료와 화학제품의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다. 4월 현재 신발 재료인 PU러버 가격 인상(50%)으로 신발 생산비용은 15%나 올라간 것으로 전해진다(Hertzman Global Intelligence, Indian Express).
영국 패션리테일러인 넥스트의 사이먼 울프스 CEO는 미국 – 이란 전쟁으로 인해 연료와 항공 운임 등에서 298억6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고, 전쟁이 3개월간 지속될 경우 6월에는 상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국적의 글로벌 패션리테일 그룹인 LPP는 운송 비용과 디스트리뷰션 비용의 인상은 올 회계연도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했다.
합성섬유 시장의 불안정 요인 증폭
원유 가격 인상은 섬유 비용을 올리는 주된 요인이 된다. 특히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스판덱스 등은 석유계 합성섬유로 모두 원유가 원재료이기 때문에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3월 기준 합성섬유 가격은 약 25% 인상된 것으로 전해진다(Global Textile Times). 이 중 폴리에스터는 글로벌 섬유 생산의 59%를 차지하는 가장 주요한 섬유로(cf. 면 생산 비중은 19%, 2024년, Textile Exchange) 패션산업에서 가장 일상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의류 제조사들이 상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면과 혼방하는 대표적인 소재일 뿐 아니라 스포츠웨어와 아웃도어 부문의 기능성 의류에 필수적인 소재다. 나이키의 경우 소재 중 63%가 폴리에스터를 사용한다.
원유 가격 10% 인상은 버진 폴리에스터 가격을 5~6% 올린다고 한다. 여기에 원자재 수급 문제가 겹치면서 폴리에스터 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섬유 생산 기지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는 폴리에스터(필라멘트사) 가격이 미국 – 이란 전쟁으로 3월 중에 매일 톤당 32만6300~43만원이나 오르는 등 음력 설 이후 40%나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폴리에스터 시장이 예상을 넘는 원자재 가격 변동을 보이면서 아시아권 폴리에스터 제조사들은 단기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그 폭은 국내와 일본의 경우 약 5~25%, 중국은 10~40% 선이다(opis.com).
![[해외리포트] 미국-이란 전쟁, 산업 지형은 물론 구조까지 바꿀 수도 2364-Image](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78137384147-2.jpg)
물류 혼란과 선적 보틀넥
글로벌 원유와 상업 화물의 20%를 관리하는 주요한 해상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이란이 UAE와 바레인 등 주변 중동 국가들을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해상화물은 물론 항공화물의 흐름도 원활하지 못해 글로벌 물류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상운송은 지연됐고, 항공운송 비용은 폭등했다.
이러한 상황은 대륙 간 원자재와 완제품을 수송하는 섬유 및 의류 수출입 회사에 영향을 준다. 해운회사들이 중동을 피해 항로를 우회하면서 운송 기간이 10~14일 정도 길어지고 있으며, 중동의 영공은 폐쇄됐거나 위험도가 높아서 화물기들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또한 해운회사들이 위험 요소로 인해 운임료와 보험료를 올리면서 비용이 커지고 있다(컨테이너당 446만~743만원의 프리미엄). 항공화물 운영사인 DHL은 연료 비용과 운송 기간에 따른 추가 요금을 편성하는 등 항공운송 비용이 70%까지 인상됐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의 아시아권 가먼트 수출업자들은 항공편이 취소되고 항로가 막히자 선적이 불가능해지면서 공장과 공항에 납품하기 위한 상품이 쌓여 간다고 한다. 결국 유럽 브랜드들은 재고 부족과 새로운 시즌 컬렉션의 운송 지연으로 매출 하락과 할인 판매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패스트 패션 산업에 위협으로 다가와
저렴한 가격으로 트렌디한 스타일을 빠르게 제공하는 이커머스 및 패스트 패션은 이란 전쟁으로 도전에 직면했다.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낮은 가격에 맞춰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를 주로 사용하고 빠른 물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쉬인의 경우 중국 생산지에서 항공 소포로 글로벌 배송하거나 미국 및 유럽, 중동의 디스트리뷰션 센터로 항공 운송하므로 항공 화물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쉬인은 상품의 80%가 폴리에스터를 사용하고 있어서 폴리에스터 가격 인상이 직격탄이 됐다.
배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쉬인, 테무, 아마존 등은 최근 미국 – 이란 전쟁 관련 배송 기간을 재조정했다. 테무는 종전의 7~15일에서 6~20일로, 쉬인은 5~8일에서 8~10일로 연장했다. 아마존은 종전의 35일 이내 배송 기준에서 일부 상품은 35~45일로 늘리기도 했다(Bloomberg). 쉬인, 테무, 아마존의 일부 서플라이어들은 중동으로 선적하는 것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동 지역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부분적으로 운영 중이지만 사이버공격, 정전, 기간 시설 혼란 등으로 기능이 제약적이다. 특히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UAE와 바레인의 아마존 데이터 센터(AWS, Amazon Web Services)도 피해를 당했다.
![[해외리포트] 미국-이란 전쟁, 산업 지형은 물론 구조까지 바꿀 수도 3943-Image](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78137402920-3.jpg)
럭셔리 시장에 직접적 타격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럭셔리 쇼핑의 메카인 두바이가 이란으로부터 드론의 공격을 받자 관광객들은 이 지역 방문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두바이의 대형 쇼핑몰인 두바이몰(Dubai Mall: 1200개 매장, 200개 이상의 럭셔리 매장)과 에미레이트몰(Mall of the Emirates: 640개 매장, 80개 럭셔리 매장)에서는 매출이 60% 이상 하락하는 등 중동의 럭셔리 시장이 위태롭다(FT).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의 글로벌 매출 중 5~9%는 중동에서 나오는데 관광객 감소로 3월 중 중동의 럭셔리 매출은 약 2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의 럭셔리 매출 하락이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현재 유일하게 매출이 늘어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럭셔리 소비가 주춤한 가운데 중동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럭셔리 브랜드들이 믿고 의지하는 시장이다. 특히 올해 럭셔리가 겨우 회복세를 보이면서 5.5%의 글로벌 성장을 기대하는 상황에 중동 시장의 매출 하락은 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높아진 비용은 대체로 생산자와 리테일러들이 흡수하고 있지만,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패션 리테일러인 ‘넥스트’는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추가 비용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달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이나 7월 중 약 1~2% 가격 인상에 이어 하반기에는 5~10%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니엘 에버 H&M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계속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줄 것으로 본다”고 가격 인상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싱의 다각화 전략 부상
미국 – 이란 전쟁을 겪으면서 패션산업은 소싱의 다각화로 움직이고 있다. 서구 브랜드들은 아시아권 소싱 의존도를 낮추고 주요 시장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접국 소싱)을 늘리고 있다. 로컬화된 서플라이체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지정학적 위기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에서 탈출할 수는 없다. 대형 볼륨의 상품은 저렴하게 아시아에서 조달하고 트렌디한 시즌 컬렉션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H&M, 인디텍스, 프라이마크는 다각화된 소싱과 융통성 있는 물류를 도입했다. 앞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 시장을 위한 니어쇼어링 지역은 주로 튀르키예․북아프리카(모로코)․동유럽 등이며, 북미 시장은 멕시코다. 인디텍스는 니어쇼어링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예다. 인디텍스는 생산의 60%를 인접국인 포르투갈․모로코․튀르키예 등지에서 운영하는데, 이번 중동 사태에서도 인디텍스는 니어쇼어링을 통해 주요 환적 지연, 물류 보틀넥, 항공 운임 폭등 등을 피할 수 있었다. 80% 이상을 아시아권에서 조달하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큰 이점이 된 것이다.
나이키는 현재 북미 시장 공급을 위한 멕시코 생산허브를 적극 검토 중이며, 아디다스는 여러 국가에서 생산하는 소싱의 분산화 시스템으로 서플라이체인을 재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통해서 하나의 지정학적 사건이 전체 서플라이체인을 마비시키는 것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해외리포트] 미국-이란 전쟁, 산업 지형은 물론 구조까지 바꿀 수도 5856-Image](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78137418744-4.jpg)
인벤토리 트렌드의 변화
그동안 패션산업에서는 무재고/저재고 관리모델(lean inventory model: 낭비와 잉여 재고를 줄여서 실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재고 수준)이 지침서였다. 상품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판매 상황에 따라 추가 생산하는 JIT(Just-in-Time) 시스템이 일종의 기준이 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에 이르는 지정학적 충돌을 겪으면서 낮은 재고보유량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기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란 전쟁에서 보듯 선적 항로가 우회하면서 상품이 몇 주 늦게 운송될 경우 매장에 상품이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테일러들은 JIC(Just-in-Case)의 안전재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리테일 부문의 서플라이체인 리더의 87%는 운송 기간의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재고를 2026년에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Kase Survey: How retail Supply Chain Leaders Are Rebuilding for 2026).
현재 H&M은 시간과 재고의 완충 전략을 통해 위기에 대처한다. 일반적으로 비상시 항로 변경으로 연장되는 기간인 10~14일 미리 선적하는 것이다. 또한 자본이 더 들더라도 추가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에 대비해 H&M의 재고 품목 비중은 12~14%로 알려졌다.
지정학적 요인의 리스크에 대비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러 –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관세 제도, 미국 – 이란 전쟁 등의 사회적·정치적 사건들은 패션산업에 도전으로 작용했다. 특히 국가 간 충돌 같은 지정학적 요인은 패션산업에서 구조적인 위험 요소로 떠오르면서 패션산업이 과거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서플라이체인과 운영 시스템을 재구성하게 만들었다.
이란 전쟁을 통해 패션산업은 비용 주도적인 최적화 시스템에서 위기 주도적인 시스템으로 서플라이체인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그동안 패션산업 내 최고의 가치가 효율성과 속도였으나 이제는 예측하지 못한 위기 상황에서 회복 탄력성으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낮은 비용, 한결같은 퀄리티, 빠른 배송만이 미덕이 아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방탄성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