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광철 l 국제패션디자인학교 교수 겸 에코그램 부사장 "K-팝은 되는데 K-패션은 왜 어려운가?"
![[칼럼] 신광철 l 국제패션디자인학교 교수 겸 에코그램 부사장](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77271697985-신광철_칼럼헤드.jpg)
K-팝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선두 주자가 됐다. BTS와 블랙핑크는 글로벌 차트의 상단을 점령했고, K-팝은 더 이상 로컬 콘텐츠가 아닌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했다.
지난 3월 21일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보라색 물결, BTS의 컴백 라이브 이벤트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글로벌 팬덤이 강력한 BTS는 신곡 ‘아리랑’ 공개와 함께 도심 한복판을 하나의 ‘무대’로 바꿔 놓았고, 외국인을 포함해 약 4만6000명의 팬과 콘텐츠가 동시에 확산됐다. 이번 콘텐츠 유통을 맡은 넷플릭스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라이브가 스트리밍됐으며, 1840만명이 시청했고, 자사의 BTS 관련 콘텐츠도 26억2000만회가 노출됐다고 한다.
음악은 공간을 점유하고, 팬덤은 이를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뜨린다. 콘텐츠·공간·팬덤이 하나로 결합되며, K-팝은 이렇게 ‘경험’을 설계한다. 사람들은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그렇지만 패션은 어떠한가? 여전히 많은 브랜드가 ‘제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좋은 옷을 만들고, 시즌을 준비하고, 판매 채널에 입점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스토리와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바로 이 차이가 글로벌 격차를 만들게 된다.
K-팝과 K-패션의 차이, 그 첫 번째는 콘텐츠화다. K-팝은 음악이 아니라 서사를 판다. 세계관, 캐릭터, 성장 이야기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설계된다. 팬들은 단순 청취자가 아니라 스토리의 일부가 된다. 반면 패션은 여전히 결과물 중심이다. 옷은 있지만 그 옷이 어떤 세계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품이 아니라 맥락(context)이다.
두 번째는 팬덤 구조다. K-POP의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확산하고, 의미를 해석하며, 브랜드를 함께 키운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의 고객은 대부분 구매에서 관계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 결국 팬덤이 없는 브랜드는 스스로 확장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플랫폼 활용이다. K-팝은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미디어 채널과 SNS를 통해 국경을 넘는다. 콘텐츠는 언어를 뛰어넘어 알고리즘을 타고 글로벌로 확산된다. 반면 패션은 여전히 유통과 물류의 한계 안에 묶여 있고 노출은 되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약하다. 이는 디지털과 커머스 사이의 연결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네 번째는 공간 활용 방식의 차이다. BTS의 광화문 공연 사례처럼 K-팝은 공간을 콘텐츠로 바꾼다. 도시 자체가 무대가 되고, 그 경험이 다시 온라인으로 확산된다. 하지만 패션은 여전히 매장을 판매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없는 공간은 기억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도 콘텐츠 산업이 돼야 한다.
공간을 전시로 바꾸고, 제품을 스토리의 일부로 만들며,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세계로 확장해야 한다. 결국 ‘옷을 어떻게 설명할까?’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시각으로 세상에 보여줘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K-팝은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소비하고, 기능이 아니라 의미에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K-패션도 마찬가지다. 옷을 넘어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 때 비로소 글로벌 시장에서 같은 언어로 말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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