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근재 l 바이스벌사 대표 "패션 AI 다음 단계는 ‘생성’ 아니라 ‘운영’이다"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
26.04.30 ∙ 조회수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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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근재  l 바이스벌사 대표


한동안 패션업계에서 AI는 주로 ‘보여주는 기술’로 소비됐다. 하지만 최근 AI의 흐름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AI가 아니다. 패션 산업의 진짜 변화는 트렌드 조사부터 리서치, 디자인 기획, 제조, 물류, CRM, 콘텐츠 제작, 마케팅, 판매까지 이어지는 전체 흐름을 연결하고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예전의 AI가 ‘예쁜 결과물 하나를 만드는 도구’였다면, 앞으로의 AI는 ‘패션 회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운영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요즘 AI 회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팀 에이전트’다. 한 개의 거대한 AI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역할별로 나뉜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에이전트는 트렌드 리서처처럼 움직인다. 이 AI는 SNS 반응, 검색량, 셀럽 착장, 경쟁 브랜드 출시, 판매 속도 데이터 등을 읽고 ‘지금 무엇이 뜨는가’뿐만 아니라 ‘왜 반응하는가’도 정리한다. 단순히 ‘발레코어가 유행’이라는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연령대가 어떤 가격대에서 어떤 실루엣과 색감에 반응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에이전트는 디자인 기획자처럼 움직인다. 앞선 트렌드 신호를 바탕으로 ‘우리 브랜드라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제안한다. 


미니멀 브랜드인지, 하이엔드 컨템퍼러리인지, 가성비 캐주얼인지에 따라 같은 트렌드도 전혀 다른 상품 기획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러플 블라우스가 맞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 분위기를 차용한 절제된 셔츠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세 번째 에이전트는 생산과 소싱을 본다. 예쁜 아이디어라도 원단 리드타임이 길거나 최소 발주 수량이 맞지 않으면 상품화하기 어렵다. 만약 AI가 공장별 불량률, 납기 안정성, 원단 단가, 이전 시즌 반품률 등을 함께 보고 ‘이 디자인은 지금 생산하면 마진 구조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라거나 ‘이 소재보다 대체 가능한 원단이 있다’라고 알려준다면, 디자인은 강력한 실무적인 힘을 갖게 된다.


많은 브랜드가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될 영역은 콘텐츠와 마케팅일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양’보다 ‘연결’이다. 어떤 상품이 어떤 톤의 이미지에서 잘 팔렸는지, 어떤 후킹 문구가 클릭을 만들었는지, 어떤 영상 스타일이 구매 전환으로 이어졌는지를 계속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콘텐츠는 더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해진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개념이 데이터 기반의 온톨로지(Ontology)다. 이는 회사 안의 모든 정보를 같은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상품, 원단, 시즌, 공급처, 캠페인, 고객, 주문, 반품, 콘텐츠, 판매 성과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조화하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패션 AI 경쟁력은 누가 더 화려한 이미지를 뽑느냐보다 누가 더 빠르게 시장 신호를 읽고, 그것을 브랜드에 맞는 상품으로 번역하고, 생산 리스크를 줄이고, 콘텐츠와 판매를 연결하고, 고객 반응을 다음 기획에 반영하는가다. 이제 패션 AI의 경쟁력은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니라, 한 회사의 흐름 전체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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