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패션업계 고질적 문제 택갈이, ‘눈 가리고 아웅’ 시대 끝나나?
패션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택갈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플랫폼 업계가 대응에 나서면서, 관행처럼 이어진 이 문제가 소비자 불신 해소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월요기획] 패션업계 고질적 문제 택갈이, ‘눈 가리고 아웅’ 시대 끝나나? 155-Image](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77024573056-인사이트 택갈이.jpg)
최근 패션업계에서 택갈이 이슈가 다시금 확산되며 소비자 신뢰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일부 브랜드와 쇼핑몰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불법 행위가 신뢰를 훼손하는 가운데 유통 과정 전반에서의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의도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플랫폼 업계와 정부 차원의 대응이 구체화되고 있다.
택갈이는 타사 제품의 라벨만 교체해 자체 제작 상품처럼 판매하는 것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대표적 행위로 꼽힌다. 주로 해외에서 생산된 저가 상품에 브랜드 라벨을 부착한 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보세 시장에서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일부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플랫폼의 역할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단순 유통 채널로 인식됐던 플랫폼이 거래 과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소비자들은 이를 ‘책임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상품 탐색, 결제, 리뷰 등 모든 경험이 통합적으로 이뤄지면서 브랜드보다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변화했다.
칼 빼든 무신사, 120만개 입점 상품 모니터링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좀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신사(대표 조만호 · 조남성)는 최근 택갈이 의혹이 제기된 입점 브랜드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문제가 확인될 경우 전면 퇴출을 포함한 강경 조치를 예고했다. 특히 AI 기반 상품 유사도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120만개 이상의 입점 상품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국내외 이커머스 상품 간 비교 · 검수까지 확대하는 등 사전에 택갈이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논란은 무신사가 최근 고객 문의를 통해 일부 입점 브랜드가 ‘자체 제작’으로 표기한 상품과 달리 저렴한 타사 제품의 라벨만 교체해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촉발됐다. 이에 무신사는 해당 브랜드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한 구두 브랜드의 경우 60만원대 가죽 구두에 대한 택갈이 의혹이 제기됐으며, 중국산 저가 상품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중개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수십만 개에 달하는 상품을 사전에 검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신사’ ‘W컨셉’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대부분의 플랫폼은 입점 업체가 등록한 정보를 기반으로 상품을 노출한다. 이 때문에 허위 정보나 택갈이 여부를 사전에 완벽하게 걸러내기 어렵고, 사후 대응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월요기획] 패션업계 고질적 문제 택갈이, ‘눈 가리고 아웅’ 시대 끝나나? 1763-Image](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77024700351-인사이트 택갈이 2.jpg)
W컨셉·에이블리, 판매 관리 손질… 대응 수위 높인다
그럼에도 주요 플랫폼들은 자체적인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블유컨셉코리아(대표 이지은)의 W컨셉은 플랫폼 운영 지침에서 택갈이를 부정 거래로 명시하고, 적발 시 즉시 판매 중단과 퇴점 조치를 병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권리침해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해 유사 디자인이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신고와 대응을 체계화했다.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 판매를 우선 중단한 뒤 입점사의 소명 절차를 거쳐 판단하는 구조다.
쇼핑몰 기반 플랫폼들도 관리 체계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대표 강석훈)의 에이블리는 상품 정보 정확성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판매 중단, 서비스 이용 제한, 퇴점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제재를 적용한다. 특히 상품 정보 표기 가이드 배포와 정기 점검 안내를 통해 사전 예방에 집중하고 있으며, 고객센터와 신고 채널을 통해 접수된 이슈에 대해 판매자 소명 절차를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문제 발생 시에는 100% 환불 등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 중이다.
카카오스타일(대표 서정훈)의 지그재그도 유사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자체 제작’ 상품 기준과 허위 등록 시 불이익을 사전 고지하고, 상품 품질 관리 정책을 통해 정보 정확성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동시에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과 신고 센터를 운영해 문제 상품 발생 시 즉각적인 판매 중단과 단계별 페널티를 적용하고 있으며, 소비자 보상도 병행하는 구조를 갖췄다.
공정위, 플랫폼 책임 확대 논의 ‘소비자 보호 정비’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응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조치가 사후 대응에 집중돼 있고, 입점 브랜드의 자율성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액 확대가 중요한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입점사 퇴출이나 제재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도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소비자 보호 체계 개선’ 연구에 착수하며 플랫폼 책임 범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이 단순 중개를 넘어 결제와 배송 등 거래 핵심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가 플랫폼을 단순 중개자가 아닌 거래의 주체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현행 제도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법 개정이나 가이드라인 정비를 통해 플랫폼의 책임 범위 확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택갈이 문제는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구조적인 문제”라며 “최근에는 플랫폼들이 단순 중개 역할을 넘어 입점사 관리와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변화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사후 대응 중심의 한계가 있는 만큼 업계 자정 노력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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