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기업의 태도를 산다' 비즈니스 생존 조건 된 '도덕성'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26.03.23 ∙ 조회수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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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기업의 태도를 산다' 비즈니스 생존 조건 된 '도덕성' 27-Image


브랜드 파워, 상품력, 유행, 가격…. 다양한 소비 결정 기준에 요즘은 한 가지 요소가 더해졌다. 바로 기업의 도덕성. 이제 소비자는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문제 없는 브랜드를 고른다. ‘품질이 좋으면 산다’ ‘예쁘니까 산다’ ‘가성비가 좋으니까 산다’란 시대는 저물고 있다. 소비자는 여전히 이런 요소를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마지막 선택에서 탈락시키지 않을 최소 조건으로 기업의 태도나 가치를 따지기 시작했다.


최근 유례없던 고발과 법적 공방, 징역형 등 실제 선고까지 이뤄지는 이유는 이 같은 선상에 있다. 예전 같았으면 곧 묻혔을 문제들도 요즘 기준에서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 되고 SNS나 커뮤니티, 유튜버 등을 통해 정보 접근성과 폭로 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실시간 공유된다. 


지난 2020년, 미디어커머스 기업 대표들의 유명세로 인해 주변 지인이나 과거 행적 등이 입방아에 오르며 한 차례 ‘CEO 리스크’가 크게 번졌던 때는 사과나 자숙만으로 잘 마무리 됐다. 당시 안다르는 창업자 신애련 전 대표와 그 가족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관 고리를 떼어냈고, 에이피알은 과거 전개 브랜드 관련 사고에 대한 김병훈 대표의 적극적인 해명 이후 후발 브랜드를 성공시키면서 꼬리표를 제거했다. 


중요한 리스크 필터로 작용하는 기업의 ‘모럴’ 


패션 시장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은 ‘젠틀몬스터 카피 사건’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대표 김한국)가 블루엘리펀트(대표 유인철·고경민)의 전 대표 최진우씨를 고소하고, 이후 최 전 대표가 구속까지 된 일이다. 패션 업계에서 디자인권이 등록되지 않은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것만으로 형사 처벌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2024년 12월부터 시작한 해당 법정 분쟁은 2025년 3월과 6월 두 차례의 가압류 신청과 10월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 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이어지다 올해 2월 첫 민사 재판을 받는 상황까지 번졌다. 지식재산처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는 타인의 상품 형태를 모방한 제품을 수입·판매한 혐의로 최 전 대표와 본부장 우모씨, 법인 자체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대중이 이번 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블루엘리펀트 측이 별도의 디자인 인력 없이 젠틀몬스터의 인기 상품 카피만으로 300억대 매출을 내고 있었다는 데에 있다. 상품 사진 촬영 후 해외 제조 업체에 발주하는 식으로 아이웨어 상품 50종과 파우치 1종을 모방해 제작했고 대부분이 95~99% 일치율의 ‘데드카피’ 수준으로 드러났다.


유례 없는 고발 사례, 구속 등 사법 문제로 확산


이 과정에서 아이아이컴바인드 역시 내부 폭로를 통해 ‘재량근로제’를 악용해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대중의 공분을 샀다. 김한국 대표가 직접 개선 의지를 밝히며 진압에 나섰으나, 자사 디자인 도둑질에는 참지 않으면서 내부 직원의 인력과 시간에는 인색하게 군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아이웨어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넘어 ‘런던베이글’에서 주 80시간 이상 근무 끝에 직원이 사망한 일과도 연관해 다뤄졌다. 성공한 스타 CEO들의 화려한 일상이 뒤에서 직원을 착취해 만든 결과라는 이미지를 줬기 때문이다. 성공을 선망하는 최근 소비자들은 그 성공이 정당하게 이뤄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더욱 엄격한 잣대로 그 성공을 저울질한다.


컬리는 김슬아 대표의 남편인 정승빈 넥스트키친 대표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작년 수습 직원 강제 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 대표는 지난 3월 초 검찰로부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구형받았다. 2025년 사상 첫 흑자를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를 타는 듯 했으나 여성 대표가 이끄는 여성친화 기업으로 잘 알려진 컬리의 이미지는 훼손 당했다. 


‘성공한 스타 CEO’ 선망 뒤엔 더 엄격한 잣대 있어


안다르는 또 한 번 창업자 가족으로 인해 이슈가 됐다. 신애련 창업자의 남편인 오대현 전 안다르 이사가 작년 11월 국보법 위반 실형을 받으면서 입방아에 오른 것. 안다르는 즉각 공식 입장을 내고 연관성을 일축했다. 주 소비층이 여성인 안다르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로 인해 더이상 피해를 입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지난 12월 하청업체 관계자를 특정 장소로 불러내 물리적 충돌을 빚은 혐의를 받은 조성환 ‘호카’ 총판 전 대표는 개인의 행동으로 기업에 피해를 입혔다. 조 대표를 곧장 해임했음에도 브랜드 본사 측은 계약을 해지하며 선을 그었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호카를 중심으로 재편한 해당 기업의 2026년 신규 사업 계획도 모두 수정해야 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 구루 중 한 명인 모 기업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됐다. 제도의 실효성과 새 정권의 방침을 환기시키는 경고성 조치라는 해석이 다수였고, 50년 간 신뢰도 높은 행보를 펼친 만큼 이미지에 크게 금이 가는 일은 없었으나 지난 몇 년간 조심스레 진행해 온 2세 경영 승계 과정을 더 엄격하게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을 마주하게 됐다. 


투자와도 직결, 경영인·직원 등 내부 단속부터 철저히


최근 일어나는 CEO 리스크에 대중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문제를 일으킨 기업과 대표들이 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일 잘하는 기업’이자 ‘돈 잘 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성공과 효율, 경제적인 능력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도 개인의 복지나 안전을 위협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기업과 대표자는 빌런과 다르지 않다. 소비하는 브랜드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좋아하는 이들은 빠른 손절을 선택한다. 


패션 기업도 이제는 외부 사회의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고, 경영인 스스로와 회사 내부를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적어도 직원이나 파트너사 인력이 ‘월급제 머슴’이 아니라 1차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관계를 돌봐야 한다. 구두 약속으로 진행하던 하청 업체나 파트너사와의 업무도 최근에는 꼼꼼한 계약서 작성부터 시작하고 본다. 무심코 한 행동이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신생 상장사의 경우는 검증되지 않은 젊은 대표자의 짧은 코멘트나 회사 내 행동까지 관리하고, 과거 SNS 흔적까지 들여다보는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사전에 적극 제거하고 있다. 여론에 따라 공들여 쌓은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넘어 경영권이 교체되거나 투자가 끊기는 실질적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 보여지는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더 큰 성장과 도약에 앞서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단속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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