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말고 제주?' 지금 패션 브랜드들이 제주로 몰리는 이유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
26.03.06 ∙ 조회수 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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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제주도가 패션 브랜드들의 핵심 전략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패션부터 SPA와 글로벌 브랜드까지 잇따라 출점하며 매출형 거점으로 안착하는 모습이다. 낮은 임차료와 뚜렷한 외국인 매출 비중은 아시아 시장 테스트베드로 경쟁력을 키웠다. 변동성 높은 관광지를 넘어, 제주는 이제 대체 불가한 실속 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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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기업들이 ‘전략 상권’으로 제주도를 주목하고 있다. 본래 몇 년 전부터 주요 기업들이 특화 매장과 대리점 개설을 늘려 왔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한 2023~2024년을 기점으로 그간 제주와 인연이 없던 영패션 브랜드들까지 속속 둥지를 틀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캐주얼 브랜드 ‘브라운브레스’ ‘커버낫’을 비롯해 ‘하고하우스’ ‘디스이즈네버댓’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영패션 브랜드들이 제주에 연달아 출점하며 상권의 ‘가능성’에 불을 지핀 것이다. 운영 2~3년 차에 접어든 현재, 초기 안테나숍 성격이 강했던 매장들은 외국인 관광객 비중 확대를 발판 삼아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는 실속형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에서 ‘핫하다’라고 평가받는 K-패션 브랜드들이 제주에 속속 진출하면서, 제주 출점을 아예 시도하지 않았거나 편집숍 또는 몰 입점 방식으로만 제주 시장을 공략하던 글로벌 브랜드들도 2025년을 기점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대형 평수의 교외형 매장을 열거나 제주 특화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며 전략 상권으로서 제주도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25년 한 해에만 ‘유니클로’ ‘올버즈’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브랜드 6개 이상의 점포가 새롭게 문을 열었으며, 국내 브랜드로는 ‘탑텐’ 제주 연북점과 ‘올리브영’ 제주 용담점이 신규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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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브랜드, 제주 상륙 잇따라



제주가 왜 지금 전략 상권으로서의 역할이 더 커졌을까. 제주는 서울 명동이나 성수, 한남 등 도심 상권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임차료로 아시아 시장의 반응을 좀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 상권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제주도는 해외 관광객 중 7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구성돼 있어 중화권을 비롯한 아시아권 소비자의 반응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최적의 ‘리테일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반응, 가격 민감도 등을 테스트하고 여기서 도출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해외 진출 전략과 상품 기획에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관광객 증가까지 더해지며 안정적인 매출 확보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육지와는 다른 소비 패턴도 제주 상권의 매력이다. 목적성 구매가 강한 서울 도심 상권과 달리 제주는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흐름 속에서 ‘우연히 브랜드를 발견하고 경험하는’ 소비 비중이 높다. 단순히 유행을 좇는 상권을 넘어 여행지의 추억과 함께 브랜드를 각인할 수 있다는 점이 패션 기업들의 출점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아시아권 반응 사전에 점검하는 ‘리테일 창구’로



한 브랜드 관계자는 “제주는 이제 단일 관광지를 넘어 전략적 상권으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입도객 증가와 크루즈 관광 확대 등 인프라 회복에 따라 글로벌 고객 접점으로서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민의 안정적인 소비 기반과 관광객의 체류형 소비가 결합된 구조 덕분에 효율적인 점포 운영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출 구조다. 과거에는 내·외국인 비중이 5 대 5 수준으로 팽팽했으나, 최근에는 해외 관광객 유입 가속화와 K-패션 인지도 상승이 맞물리며 외국인 매출 비중이 70~80%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구(舊) 제주 패션 거리는 국적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높았다.


신(新)제주점과 구제주점 두 개의 제주 매장을 운영하는 레이어(대표 신찬호)의 마리떼프랑소와저버는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70%를 상회하며, 월평균 1억6000만원 이상의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전략 매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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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떼, 외국인 비중 80%… 월매출 1억6000만


클래식 로고를 앞세운 스웻셔츠와 모자류가 글로벌 고객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브랜드 측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주요 플래그십 상권 내 추가 출점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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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륙한 하고하우스(대표 홍정우)의 하고하우스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하고하우스 제주점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80%에 달하며, 특히 SNS 인플루언서의 착용 컷을 지참해 매장을 찾는 해외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고하우스 관계자는 “제주 매장은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대형 유통망 접근성이 낮은 지역민에게 신선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투트랙 공간”이라며 “마뗑킴과 드파운드 등 입점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상권에 거는 기대도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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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 관광’ 탑텐, 상권별 거점 지배력 강화


국내 SPA 브랜드들의 행보도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신성통상(회장 염태순)의 탑텐은 2025년 6월 제주시 오라이동에 첫 지역 특화 매장 제주 연북점을 오픈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990㎡(약 300평) 규모의 대형 단층 매장으로, 성인복부터 키즈와 애슬레저 라인까지 전 카테고리를 한데 구성해 전 연령층 수요를 흡수하는 원스톱 쇼핑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탑텐의 강점은 철저한 상권 분석에 기반한 매장별 ‘핀셋 운영’이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45% 이상인 제주 탑동점은 관광 특화 매장으로, 도민 비중이 94%에 육박하는 제주 연산점은 생활 밀착형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상 소비 거점인 ‘제주 연북점’(도민 75%)과 복합형 전략을 구사하는 ‘서귀포점’(도민 55%, 관광객 45%) 등 매장별 고객 믹스 역시 최적화했다. 탑텐은 2026년 상반기까지 제주시 내 대형점 2곳을 추가 출점하고, 서귀포점은 대형 매장으로 이전 오픈해 상권별 거점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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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스파오, 연도별 매출 20% 성장세 ‘견고’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글로벌 반응과 실질 매출을 동시에 잡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주 중앙로점과 신제주점을 운영 중인 스파오는 연도별 20%대의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해당 매장들은 단순한 매출 창구를 넘어 외국인 고객의 구매 성향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장 반응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스파오 관계자는 “제주 여행객은 소비에 적극적인 데다 렌터카를 이용해 직접 매장을 찾는 목적형 고객 비중이 높다”라며 “이를 통해 높은 객단가를 기반으로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상권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고객 구성은 주중(외국인 60%)과 주말(내국인 70%)로 뚜렷하게 나뉘는 양상을 보이며, 중국 연휴 시즌에는 외국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기상 변화가 잦은 겨울철에는 관광객들의 즉흥적인 구매가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스파오의 캐릭터 ‘우디’와 ‘제주 감귤’을 결합한 제주 매장 한정 ‘투어 티셔츠’ 등 로컬 특화 아이템이 입소문을 타며 관광객들의 다량 구매를 이끌고 있다. 다양한 그래픽 협업 상품도 글로벌 고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매출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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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제주 도남점 · 서귀포점 연달아 오픈


이처럼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안정적으로 제주 상권에 입지를 굳히는 한편 글로벌 브랜드들은 단독 대형 매장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을 동시에 흡수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대표 쿠와하라 타카오, 최우제)의 유니클로는 지난해 제주 도남점과 서귀포점 두 개의 로드사이드 매장을 연이어 오픈했다. 기존 제주 이도점 1개 점포 체제였던 유니클로는 대형 매장을 연속 출점하며 제주를 찾는 해외 고객까지 적극 흡수하고 있다.


이번 매장들은 교외형 단독 점포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한층 강화했다.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전경과 높은 천장, 통창 구조를 적용해 개방감을 살렸고, 매장 주변에는 제주산 현무암을 활용한 바닥과 돌담을 조성해 지역 친화적 요소를 더했다.


또한 지역 연계 콘텐츠의 일환으로 제주 로컬 브랜드와 협업한 ‘유티미(UTme!)’ 티셔츠를 선보였다. 제주 수제 푸딩 브랜드 ‘우무(UMU)’, 시트러스 전문 브랜드 ‘귤메달’, 오름 경관으로 유명한 ‘동화마을’, 제주 향토 브랜드 ‘한라산 소주’와 협업한 총 8종의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이에프쥐(대표 박제우)의 글로벌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도 지난해 첫 제주 매장을 열었다. 앞서 제주 탑동의 폐목욕탕을 활용한 팝업스토어로 시장 반응을 점검한 뒤 2025년 정식 매장으로 제주에 안착했다. 올버즈 최초로 카페와 결합한 매장으로서 쇼핑과 휴식은 물론 전시, 클래스, 브랜드 큐레이션 콘텐츠 등 다양한 경험을 함께 제공한다. 폐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제작한 텀블러를 비롯해 티셔츠와 모자 등 제주 매장에서만 선보이는 한정 굿즈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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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큰 상권? 대체 불가한 실속 상권으로


파타고니아코리아(대표 브레멘볼프강슈멜츠)의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지난해 제주 지역 최초 직영 매장을 오픈했다. 파타고니아는 브랜드 철학을 담아 매장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반영했다. 표선면 가시리에서 채굴한 돌로 제작한 카운터를 배치해 제주의 자연사를 담아냈고, 디스플레이 박스는 감귤 농장에서 폐기한 귤박스를 재가공해 제작했다. 3층에는 제주 지역 환경단체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활동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는 단순히 ‘한정 아이템’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던 단계를 넘어섰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관광객 유입이 다시 본격화되며, 이는 곧장 매출로 연결되고 있다. 제주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았다. 상권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패션 기업들에 제주는 대체하기 어려운 실속 상권으로 굳어지고 있다.


Box. 제주도 외국인 관광객 9년 만에 최고치 기록


무비자 확대와 해외 여행객 유입으로 지난해 항공 및 크루즈 운항이 증편되면서, 제주를 찾는 발길은 다시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가세하며 제주 주요 상권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제주 전체 관광객 수는 1384만696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은 224만4169명으로 전체의 16.2%를 차지하며, 2016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업계가 제주 상권을 주목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2025년을 기점으로 타깃층이 한층 ‘뾰족해졌다’라는 점에 있다. 외국인, 그중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2025년 1~10월 확정 집계에 따르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41만7789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72.6%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중국의 뒤를 이어서는 대만(9.5%), 일본(3.6%), 미국(2.3%), 홍콩(2.0%), 싱가포르(1.6%) 순으로 나타났다. 집중도 역시 놀라운 수준이다. 2025년 10월 기준 한국을 찾은 전체 중국인 관광객 47만2477명 중 28.3%(13만3881명)가 제주를 방문했다. 방한 중국인 10명 중 3명이 제주를 선택한 셈이다.


제주는 전통적으로 중국인 비중이 높은 상권이지만, 최근 중 · 일 외교 갈등 심화에 따른 이른바 ‘한일령’ 여파로 일본행 수요 일부가 제주로 선회하면서 그 비중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주는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대체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통상 동절기는 제주 관광의 비수기로 분류되는데, 여행업계에 따르면 제주 ~ 중국 노선은 지난 1월 기준 주 16회까지 증편 운항하고 있다. 항공 노선 확대가 최소 수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중국발 항공편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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