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근재 l 바이스벌사 대표 "가상피팅은 왜 ‘기술’ 아닌 ‘감정’의 문제가 되었나?"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
26.03.05 ∙ 조회수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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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근재 l 바이스벌사 대표


패션 커머스의 진화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해 왔다. “온라인에서 옷을 어떻게 입혀 볼 것인가?” 질문에 대한 과거의 답은 명확했다. 더 정교한 3D 아바타, 더 정확한 체형 데이터, 더 현실에 가까운 물리 엔진. 기술은 ‘실제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인공지능(AI)이 패션 산업 전면에 등장한 지금, 이 질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상피팅(Virtual Try-on)은 정확도를 경쟁하는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을 선점하는 경험이 되고 있다.


과거의 가상피팅은 ‘아바타’ 중심이었다. 평균적인 체형과 이상화된 모델 등 나와는 거리가 있는 존재를 통해 옷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최근의 가상피팅은 ‘나’ 중심이다. 나의 얼굴․체형․분위기를 기준으로 옷을 입혀 본다. 이 변화는 단순한 UX 개선이 아니라 구매 여정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에 가깝다.


물론 현재의 가상피팅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소재의 미세한 질감, 실제 착용했을 때의 무게감, 움직임에 따른 주름까지 100% 재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사실은 이 한계가 구매의사 결정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매장에서 입어 본 경험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아도 소비자는 이미 ‘이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지’에 대한 충분한 감각적 판단을 내린다. 


구매는 논리의 결과가 아니라 감성의 선택이다. 가상피팅은 온라인 쇼핑을 ‘이미지를 비교하는 행위’에서 ‘나를 상상하는 경험’으로 바꾼다. 소비자는 다양한 스타일링을 가상으로 시도하며, 매장에 가지 않았음에도 스스로를 그 옷 안에 배치한다. 이 순간, 제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된 감성적 대상이 된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이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구글은 가상피팅을 검색과 쇼핑 UX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영국과 인도 시장에서 가상피팅 기능을 정식 오픈하며, 검색–비교–구매의 흐름 속에 이를 ‘당연한 기본값’으로 배치했다.



AI 기반 탐색 경험을 강화하고 있는 퍼플렉시티(Perplexity)도 가상피팅을 구매 판단을 돕는 보조 UX로 활용하며, 정보 탐색과 결정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 한편 데카르트(Descartes) AI는 라이브 비디오 환경에서 실시간 영상 생성과 가상 착용을 가능하게 한다. 라이브 커머스와 결합될 경우 패션 소비의 새로운 인터랙션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라(Zara)’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상피팅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이 더 많은 제품과 스타일을 직관적으로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반품률을 줄이기 위한 기능을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감정적 거리를 줄이는 전략에 가깝다.


AI 기반 가상피팅은 이제 기술 데모를 넘어 브랜드가 소비자의 감정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인터페이스가 되고 있다. 패션 커머스의 다음 경쟁력은 더 정교한 재현이 아니라, 더 빠르고 깊은 공감일 것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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