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태윤 제스젭 디렉터, 명실공히 K-뷰티 전략가로

서유미 기자 (tjdbal@fashionbiz.co.kr)
26.02.26 ∙ 조회수 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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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태윤 제스젭 디렉터, 명실공히 K-뷰티 전략가로 27-Image


한국 소비자들의 메이크업 실력이 지금처럼 높지 않던 시절, 메이크업은 전문가의 영역에 가까웠다. 모두가 더 쉽게, 더 예뻐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메이크업 노하우를 전하는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그 중심에는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이 있었다.


박태윤은 한국 메이크업 시장이 ‘전문가의 기술’에서 ‘대중의 일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 온 인물이다. 방송과 화보, 교육과 콘텐츠를 넘나들며 메이크업의 기준을 정리해 온 그는 업계 1세대 아티스트로서 지금도 후배들에게 하나의 기준점으로 언급된다.


메이크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동안에 박태윤은 한 번도 현장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다만 활동 무대는 점차 확장했다. 아티스트로서의 경험과 기준을 브랜드로 구조화하며, 제스젭을 통해 ‘피부 표현’이라는 영역을 입체적으로 다듬어 왔다.


최근 쿠팡플레이 뷰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에서 다시 한번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브랜드 디렉터’ 박태윤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전성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제스젭 리뉴얼은 단순한 외형 변화라기보다 K-뷰티 1세대 아티스트가 다음 국면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선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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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보다 정체성으로, 제스젭을 다시 정의하다



이번 제스젭 리브랜딩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박태윤 디렉터는 가장 먼저 ‘이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부터 이야기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외제 같다’라는 인상이 곧 세련됨으로 통하던 시기였고, 제스젭의 초창기 BI도 편집숍 한쪽에 놓인 유럽 브랜드를 연상하게 했다.


지금의 K-뷰티는 더 이상 외형을 통해 정체성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있지 않다. 한국식 피부 표현과 루틴이 하나의 기준으로 소비되는 시점에서 제스젭은 굳이 흉내 내기보다 ‘있는 그대로 읽히는 브랜드’다.


새 로고는 의도적으로 멋을 덜어낸 형태에 가깝다.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작은 패키지이지만 한눈에 인식되는 가독성과 명확한 표기에 집중했다. 박태윤 디렉터는 “깔끔하게 정리된 인상이 더 오래 남는다”라며, 이번 리뉴얼을 “시대에 맞게 브랜드를 한 번 정돈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리브랜딩의 방향은 코로나19 이후 뷰티 시장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제스젭은 색조 중심의 흐름 속에서도 론칭 초기부터 메이크업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베이스 전 단계의 스킨케어를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로 설정했다. 이번 리뉴얼은 새로운 전략을 덧붙이기보다 제스젭이 꾸준히 지켜온 ‘피부 표현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두에게 어울리는 피부 표현의 기준

제스젭의 제품 기준은 색감이나 유행보다 명확하다. 누가 사용해도 부담 없고, 선택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이 낮을 것. 발색은 충분히 선명하지만 원색처럼 튀지 않고, 뉴트럴 톤 안에서 피부를 밀어내지 않는 컬러 스펙트럼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범위 안에서는 어떤 고객이 어떤 색을 선택하더라도 결과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박태윤 디렉터는 “사람 피부는 완전히 하얗지도, 완전히 어둡지도 않다”라면서 “결국 스킨톤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어울릴 수 있는 색의 범위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제스젭은 그 범위를 미리 설정해 두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이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제품이 베어크림이다. 베어크림은 메이크업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피부 세팅’을 목표로 설계된 제품이다. 수분감만 강조돼 파우더가 뜨거나, 오일이 과해 파운데이션이 쉽게 무너지는 제형은 배제했다.


이런 기준은 쿠션 제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제스젭은 소비자들이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는 쿠션 파운데이션을 여러 차례 개발했지만, 끝내 출시하지는 않았다. 편의성은 분명하지만, 수정과 덧바름을 전제로 한 구조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피부 표현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한 번의 베이스로 피부 컨디션을 정리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과 베어크림에 집중했다.


이처럼 제스젭은 피부 표현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필요한 요소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베이스는 물론 립과 블러셔는 독립적인 포인트가 아니라, 전체 피부 완성도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어떤 색을 쓰느냐보다 피부가 어떻게 정리돼 보이느냐가 먼저라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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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브랜드 → 국내외 다양한 소비층과 소통


제스젭의 초기 성장 동력은 분명했다. 2017년 론칭 당시 방송과 화보를 통해 익숙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의 이름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형성했다. 자사몰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경험하며 팬층이 자리 잡았다.


베어크림을 비롯한 베이스 제품은 팬덤 기반 구매를 통해 확산됐고, 브랜드와 함께 성장한 고객층은 현재 3040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30대 초반 신규 고객 유입도 늘면서 소비 패턴이 신제품 체험보다 데일리 제품군을 중심으로 한 루틴형 소비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매출 구조는 여전히 국내 비중이 크다. 2024년 기준 국내 약 65%에 해외 약 35% 수준이었지만 아마존과 동남아, 특히 베트남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2025년에는 해외 비중이 4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베트남에서는 파운데이션과 컨실러 등 베이스 제품군을 중심으로 현지 브랜드 유통이 본격화된 이후 매출 성장률도 30% 이상 늘어났다.


유통은 팬덤 중심 D2C에서 시장 기반 포트폴리오로 옮겨가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해 29CM와 아마존 등으로 접점을 넓혀 가고 있다. 


숏폼 이후의 메이크업,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세대별 고객 전략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남아 있다.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 온 기존 팬층과 달리 젠지 고객과는 메이크업을 접하고 학습해 온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세대 간 메이크업 환경의 단절’로 설명한다.


내추럴 트렌드가 길게 이어지며 기본적인 음영과 골격 메이크업을 차근차근 익힐 기회가 줄어든 반면 젠지 세대는 숏폼 콘텐츠를 통해 곧바로 강한 표현을 접하며 결과 중심의 메이크업에 익숙해졌다는 분석이다. 화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실제 얼굴에서는 과해 보이거나 쉽게 무너지는 괴리가 생기는 이유다.


박태윤 디렉터가 젠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새로운 유행이 아니다. 그는 “기본이 무엇인지 알아야 변주도 가능하다”라며 “자극적인 기법 경쟁보다 메이크업이 완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제스젭은 ‘쇼킹한 한 방’보다 기본기와 제품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메이크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최근 K-뷰티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대규모 마케팅보다 전문성과 테크닉을 앞세운 브랜드, 아티스트 개인의 이름과 노하우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들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 속에서 제스젭도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


박태윤 디렉터는 한국 아티스트 기반 브랜드의 경쟁력을 ‘피부 표현의 섬세함’에서 찾는다. “과거에는 국가별 메이크업 스타일이 분명히 달랐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촉촉하고 자연스러운 윤광 피부를 지향하고 있다”라면서 “각자의 피부톤과 결을 고려해 ‘정말 내 피부처럼 보이게’ 완성하는 디테일은 여전히 한국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5년간 제스젭의 방향은 분명하다. 모든 색조를 아우르는 브랜드가 되기보다 피부 표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 스킨케어와 베이스를 중심으로 립과 블러셔도 피부 표현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접근이다. 그는 “아티스트 브랜드로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다. “메이크업을 하얗게만 하려고 하지 말고, 자기 피부색에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어요. 결국 가장 예쁜 메이크업은 본연의 톤과 결을 살려주니까요.”


제스젭의 다음 5년은 이 한 문장을 제품과 콘텐츠, 숫자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서유미 기자  tjdbal@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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