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정현 오토매틱포더피플 대표, 잘 파는 대신 ‘잘 만드는 브랜드’로 승부

김현수 기자 (laceup@fashionbiz.co.kr)
26.02.20 ∙ 조회수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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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매틱포더피플 쇼룸


오브유즈(대표 전정현)의 ‘오토매틱포더피플’은 작업복을 기반으로 하는 4년차 남성복 브랜드다. 그들은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의 성장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마케팅 대신 원단 연구와 제작 방식에 집중하며 ‘잘 만든 옷’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매장을 찾아보기 힘든 서울 효창공원 인근의 구옥 단층 공간에서 이 브랜드는 사무실과 쇼룸을 동시에 운영중이다. 매장 규모 85남짓의 작은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제작 기준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하게 설정한다. 전 대표는 이곳을 “브랜드의 기준을 세워두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제품을 팔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시작한 첫 시즌, 전문 제작자 대신 직접 봉제를 하던 전정현 오토매틱포더피플 대표는 어느새 7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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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생산 작업 환경



톱티어 생산을 위해 작업자를 찾는 구조

 

옷을 잘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출발점은 팬츠, 재킷, 데님 등 아이템마다 가장 적합한 제작자를 별도로 선정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전 대표의 원칙은 다이렉트 부킹, 다이렉트 컨택, 미싱과 작업 과정을 직접 세팅해 줄 수 있는 환경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한 작업자가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1:1 생산 방식을 선택한다. 공장에 작업지시서를 통해 대부분의 과정을 일임하는 생산 구조와는 다른 방식이다.

 

기존의 대량 생산 공정이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평균 위 톱티어 수준의 완성도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전 대표는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공장에 방문하며 생산 과정을 확인하고 전문 제작자를 찾는다.


 

곧 출시할 2026 S/S 시즌의 데님은 우븐과 가죽을 결합한 제품으로 기존 데님 제작자가 아닌 전문 제작자가 필요했다. 이 제품 출시를 위해 과거에는 데님을 다뤘고 현재는 우븐을 만드는 제작자를 찾아 협업을 의뢰했다. 전 대표는 “옷마다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다르다”며 복종별 제작 최적화를 브랜드의 중요한 원칙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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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S/S 제품


원단 발주가 아닌 R&D로서 해외 협업

 

소재 개발 역시 중요한 축이다.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원단의 90%를 일본, 나머지를 유럽에서 직접 개발해 사용한다. 단순한 생산 외주가 아닌 R&D 기반의 소재 개발에 가깝다. 다이니마 소재는 일본에서, 몰스킨은 영국에서 소싱하는 등 소재 선택 과정 자체가 제품 설계의 출발점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R&D 역량은 외부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공동 개발한 원단을 다른 업체에 공급해도 되는지 원단사가 브랜드 측에 사용 허가를 문의해 온 사례가 있었으며, 북미 하이엔드 브랜드 ‘더로우’가 해당 원단을 활용한 발주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로컬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소재 연구에 큰 비용을 투자해 왔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R&D 단계에서 브랜드 규모 대비 원가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일본 업체들이 개발 의사를 되묻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비용을 지불할 테니 섬세하고 도전적으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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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콘셉트 연구 자료


작업자에서 출발하는 콘셉트…전 시즌 동일 소재 사용

 

시즌 콘셉트는 인하우스 근무하는 다양한 분야의 작업자들에게 영감받아 진행한다. 지금까지 ‘녹지관리과’ ‘벌목꾼’ ‘야생동물 규제당국’ ‘전기원’ 등의 직업군을 소재로 다뤘다.

 

메인 라인은 해당 직업군에 대한 인터뷰와 연구를 토대로 실제 작업 환경에서 기능할 수 있는 디테일을 반영한 근무복 성격의 제품으로 구성한다. 첫 시즌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원단과 컬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디자인과 구조만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발전시켜왔다. 제작 과정에서는 디렉터의 자율적 해석을 최소화하고 명확한 작업복의 기준 안에서 설계하는 절제된 접근 방식을 유지한다.

 

반면 메인 라인을 오마주한 캐주얼 라인은 도전할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해 만든다. 메인 라벨의 소재와 다른 물성과 컬러를 활용해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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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F/W 제품


제한된 유통 채널, 설명 가능한 환경만 선택

 

유통 전략도 이 같은 고집스런 철학과 맞닿아 있다. 대형 플랫폼이나 백화점 입점, 홀세일을 진행하지 않고 제한된 채널만 운영한다. 제품별 설명과 제작 의도를 충분히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판매를 확대하지 않는다는 의도에서다.

 

현재 국내 유통 채널은 ‘샵아모멘토’ ‘엠프티’ ‘바스카스토어’ 등 5개 편집숍에서 전개 중이며 향후 성장은 해외 시장에서 찾는다는 계획이다.


전 대표는 “국내에서 경쟁하기보다 일본의 ‘나이스니스’ ‘유겐’같은 브랜드들과 붙어보고 싶다는 각오로 브랜드를 설립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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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F/W부터 진행한 캐주얼 라인 이미지


매출 외형 성장은 해외 원단 개발을 위한 수단

 

마케팅 비용은 제로다. 협찬이나 인플루언서 시딩 없이 제품 자체의 완성도로 소비자를 확보해왔다. 대표 고객층으로 배우 봉태규와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브랜드명을 검색하면 ‘장석종’ ‘패션회사 윤대리’ 등 다양한 채널이 브랜드를 다룬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

 

매출 역시 단순 외형 확대보다 지속가능한 규모를 지향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볼륨을 확보해 해외 원단 시장에서 협상력을 갖추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2025년에는 목표한 매출의 60% 수준에 도달했다.

 

전 대표는 자신을 디자이너가 아닌 “작업복을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소개하며 “브랜드는 스스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불러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장기적으로 제작 역량을 축적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증명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현수 기자  laceup@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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