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파괴해야 안다" 가짜 금 논란, 주얼리 산업 구조 바꾸나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
26.01.27 ∙ 조회수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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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괴해야 안다

사진설명=텅스텐 섞인 가짜 금(생성형 AI 활용 이미지)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자산=금?' 그 신뢰가 깨지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를 중심으로 확산된 ‘가짜 금’ 사태는, 귀금속 산업이 전제로 삼아온 신뢰 기반 거래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위조 범죄를 넘어, 산업 전반의 시스템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점화됐다. 귀금속 제조 공장에서 납품받은 금 원자재에서 함량 미달 금이 발견되며 논란이 본격화된 것이다. 사실 금의 함량을 속이는 수법 자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적발된 바 있다. 은이나 주석을 섞는 방식의 사기가 간헐적으로 드러나며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업계를 뒤흔든 결정적 이유는 문제의 금에 ‘텅스텐’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텅스텐은 순금과 밀도가 거의 동일해, 기존에 활용돼 온 비파괴 검사 방식으로는 진위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 결국 금을 절단하고 파괴해야만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검사 시스템 자체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 파괴해야 안다

사진설명=종로 귀금속 거리 출처: 네이버 로드뷰



'텅스텐 섞은 금' 파괴해야 알아, 산업 구조적 리스크로


이처럼 확인을 위해 ‘파괴’를 전제로 해야 하는 상황은, 산업이 오랜 시간 유지해온 거래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금 유통은 그동안 검사보다 신뢰에 더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가짜 금의 유통 문제를 넘어, 구조적 리스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는 이번 사건을 산업 차원의 위험 신호로 보고 있다. 연구소 측은 “텅스텐을 이용한 비중 조작 원자재의 유통은 제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투명성을 흔드는 행위”라며 “이는 한국 주얼리 산업이 쌓아온 신뢰 자본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 침체 국면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파급력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시장 신뢰가 흔들릴 경우 소비자 인식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며 “정직하게 사업을 이어온 다수 종사자들의 생존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 파괴해야 안다

사진설명=번개장터 2025 페이크 리포트


위조 상품 적발액 1위는 '주얼리' 총 3762억 규모


현재 해당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가 종결됐지만,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범인이 특정되지 않았고, 가짜 금의 유입 경로 역시 추측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이 시작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 해당 가짜 금이 완제품으로 제작돼 유통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얼리 시장 전반에서 위조 기술은 더욱 정교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육안으로는 사실상 구분이 어려운 고정밀 가품이 늘어나면서, 특정 브랜드나 품목을 넘어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번개장터가 발표한 ‘2025 페이크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1~7월 기준 위조 상품 적발액 4061억원 가운데 주얼리 품목이 약 9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적발액 1위에 올랐다. 하이 주얼리 팬던트에 천연석 대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거나, 정품과 비정품 부품을 혼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위조’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관행 중심 거래 X -> 기술과 데이터로 증명해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 안팎에서는 기존 거래 구조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관적 신뢰에 의존해 온 방식이 일정 부분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향후 시장 신뢰 유지를 위해 보다 체계적인 검증 방식이 '필수'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는 “비파괴 정밀 검사와 공신력 있는 인증 체계가 결합된 시스템 기반 신뢰 구조가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는 주얼리 산업이 관행 중심의 거래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과 데이터로 신뢰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천 년간 믿음을 기반으로 거래돼 온 금과 보석은, 기술이 고도화되는 속도만큼이나 진위를 가려내는 방식 역시 진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제 금의 가치는 단순한 무게나 외적인 반짝임을 넘어,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 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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