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들 그래" 잘 나가던 그들, '위기 관리'에 그치면 안되는 이유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26.01.22 ∙ 조회수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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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시장의 문제는 열악한 도제식 환경과 '열정 페이' 사건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호카' 총판 조이웍스 대표의 폭행 사건, '젠틀몬스터' 전개사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노동법 위반 의혹, 'ABC마트' 전개사 에이비씨마트코리아의 '과로·폭언'으로 인한 직원 사망 사건....


K-패션의 높아진 위상에 맞춰 국내 패션 시장 내 노동 환경이나 인식이 개선됐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연일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킬 만한 사건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소비자를 비롯한 대중이 더 기막혀 하는 부분은 문제 기업들이 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일 잘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일으킨 것은 대표 한 명, 폐쇄적인 기업 문화, 점장 하나 였을 수 있지만 회사 밖 대중이 보기에는 그 기업의 구조가 '원래 그랬을 것'이라고 보인다. 내부에서는 공공연히 일어나던 일을 직원의 입을 막고, 지적하지 못하게 하며 자정시키지 못한 구조적 악습의 틈새가 드디어 터진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는 이유다.


'열정 페이' 문제가 끝일 줄 알았지, 구조적 악습 여전한가?


불신을 더욱 증식 시키는 것은 사건 발생 후 기업의 대응 방식이다. 사과문과 사임 발표, 내부 조사 시행 및 구조를 바꾸겠다는 약속이 대부분 사건이 일어난 지 한참 뒤, '취재가 시작되자' 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 폭로나 언론 보도 이후 '유감이다' '조사하겠다'는 말은 실제 구조를 바꾸겠다는 다짐보다는 현재 논란을 진정시키는 데 급급한 제스처로 읽힌다.



거기에 겉은 화려하고 대단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임에도 내부 신고에 불이익을 걱정해야 하고, 내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무력한 곳이며, 1980년대 회사처럼 '참고 버티는 게 능사'인 자조가 팽배한 곳으로 비춰졌다. 멋이 없다. '선망의 비즈니스'로 먹고 사는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생긴다.


'패션 소비자는 불매를 못 한다'고 한다. '논란은 논란이고, 취향은 취향이다'라는 논리가 잘 통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노재팬'이 언제적 일이냐는 듯이 '유니클로' '무지' 등 일본 브랜드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취향 기반의 산업으로써 '대체제'가 마땅히 없는 패션 시장은 실제로 불매 운동의 영향력이 타 산업군 대비 약한 것도 사실이다.


빠른 트렌드와 대세 브랜드 교체, 불매보다 무서운 '굳이?'


그런데 최근 일어난 문제들은 사안이 좀 다르다. 폭행, 노동법 위반, 직원 사망 등 일반 대중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먹고 사는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를 소비하는 나'가 브랜드의 태도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없다.



윤리적 소비에 민감한 최근 소비자들은 "불매하자"고 외치기 보다 조용히 안 산다. 빠른 트렌드 변화를 따라 가는 것도 바쁘고, 신선하고 멋진 브랜드가 과거보다 빠르게 등장하는데 굳이 논란을 일으킨 브랜드를 안고 갈 필요가 없다. 현재 관련 브랜드를 열렬히 추종하던 셀럽과 크리에이터들이 조용한 것도 이런 성향의 일환으로 보인다.


남양은 상품 패키지에서 기업명을 감추기 급급하고, SPC그룹은 상미당홀딩스로 이름을 바꿨다. 노동자가 죽어나가고, 소비자의 정보를 싸구려 취급한 '쿠팡'은 연일 회원탈퇴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체 플랫폼이 없을 '컬리' 역시 김슬아 대표의 남편인 정승빈 넥스트키친 대표가 관계사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논란이 됐다. IPO 준비에 악재가 된 것은 물론 여성 친화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패션 경영자도 이제는 외부 사회의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고, 기업 내부를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적어도 직원이나 파트너사 인력들이 '돈 주고 부리는 머슴'이 아니라 1차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관계를 돌봐야 할 것이다.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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