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은희 | 한국오라클 컨설턴트 "AI 기반 D2C K-패션의 글로벌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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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K-뷰티의 성공을 보며 K-패션도 ‘한류’의 문화 감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한국 패션 산업은 뛰어난 디자인 감도와 빠른 트렌드 대응력을 갖췄지만, 정작 ‘브랜드 파워’와 ‘유통 시스템의 부재’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백화점, 편집숍, 온라인몰 등 중간 유통망에 의존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제품은 팔리지만 고객 데이터는 온 · 오프 플랫폼이 가져간다. 이로 인해 ‘누가, 왜, 어떻게 구매했는가’에 대한 통찰 없이 숫자만 확인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이런 현실에서 K-뷰티의 성공 동력이었던 D2C 전략이 K-패션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패션에서 D2C의 뿌리는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던 ‘갭’ ‘자라’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로부터 시작됐다. 최근의 D2C 이커머스는 단순히 유통마진 절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IT기술을 기반으로 고객과 직접 연결돼 그 관계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 AI 기반 D2C 모델은 고객의 취향과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제품과 경험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글로시에(Glossier)’와 ‘스킴스(SKIMS)’다. 글로시에는 2014년 창업자 에밀리 와이스가 운영하던 뷰티 블로그에서 출발했다. 그는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빠르게 데이터화하는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한다라는 철학 아래 댓글과 후기 데이터를 토대로 제품을 기획해 포장, 성분, 색상에 반영했다. 고객의 말이 곧 제품 혁신의 설계도가 된 것이다. 글로시에는 ‘테크 회사’를 표방하며 AWS 클라우드 기반의 온 · 오프라인 통합 실시간 POS시스템을 구축해 매출과 재고를 자동 관리한다. 또한 Segment라는 고객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블로그와 공식몰의 방문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 블로그를 읽는 독자가 웹사이트만 방문하는 사람보다 구매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쿠키를 사용했을 때는 고객이 2개 사이트에서 각각 익명의 유저로 특정되지 않으므로 Segment를 통해 고객 신원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머신러닝 분석을 했고 개인화된 마케팅으로 구매전환율을 높일 수 있었다.
스킴스는 킴 카다시안이 2019년 론칭한 보정속옷 브랜드로 AI 기반 D2C 2.0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Shopify와 Klaviyo를 실시간 연동해 구매기록, 장바구니 제품, 탐색 기록 등을 자동 수집하고 고객 세분화와 마케팅 자동화를 수행한다. 다양한 운영 시스템에서 추출된 데이터는 Snowflake 데이터 웨어하우스에 통합저장되고 BI 대시모드로 분석돼 경영진이 15분 단위로 마케팅 효율과 고객 획득비용, 고객 생애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머신러닝 기반 수요예측으로 어떤 색상 · 사이즈의 제품을 얼마만큼 생산할지 결정한다. AI 핏 솔루션은 고객이 사진 2장만 올리면 최적 사이즈를 추천하며, 결과적으로 반품률은 낮아지고 고객 만족은 정밀하게 계산된다.
SPA가 ‘유통 직거래’와 ‘규모의 경제’였다면, AI 기반 D2C는 ‘데이터의 경제’다. 이제 패션의 미래는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고객과 함께 ‘디자인하고 소통하는 브랜드’로 진화해야 하며, 그 중심에 AI와 IT 기술이 있다. 이 방향으로 전환할 때 K-팝과 K-뷰티처럼 세계 패션 시장을 선도하는 독립적인 한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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