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민 디자이너 "서울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브랜드 될 것"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
25.11.27 ∙ 조회수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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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민 디자이너

사진설명=조성민 제이든초 디자이너 (사진-구경효 기자)


“이번 SFDF를 통해 제이든초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시작된 작은 감정들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SFDF라는 무대는 저에게도, 브랜드에게도 중요한 검증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제21회 SFDF 우승자인 1991년생 조성민 제이든초 디자이너의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쟁쟁한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완성도, 독창성 항목에서 압도적인 평가를 받으며 전년 우승자 지용킴의 뒤를 이어 새로운 수상자로 자리했다.


2021년 론칭한 제이든초는 한국 고유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여성복 브랜드다. 낭만, 여유, 행복이라는 긍정의 감정을 중심에 두고, 오뜨꾸띄르 테크닉에 현대적 실루엣과 감성을 결합해 매 시즌 독창적인 컬렉션을 선보인다. 밝은 색채감, 플로럴 패턴, 기하학적 요소 등 감정의 결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디자인 역시 그의 시그니처다.


현재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조성민을 본지 <패션비즈>가 청담 비이커에서 직접 만나, 수상 소감부터 글로벌 계획, 디자인 철학까지 자세히 들어봤다.


<INTERVIEW WITH 조성민 제이든초 디자이너>


Q. 제21회 SFDF 우승자로서의 소감이 궁금하다.


A. 최종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고마움이였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온 자리였기에 개인적인 성취감도 있었지만 동시에 브랜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그동안의 시험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은 순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결과는 저 혼자가 아닌 팀, 주변사람들, 그리고 제이든초를 사랑해준 모든 분들이 함께 만든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조성민 디자이너


Q. 2021년 론칭한 ‘제이든초’. 그 시작이 궁금하다.


A. 2018~2020년 영국 런던 RCA에서 여성복 석사를 하면서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어요. 원래는 졸업 후 1~2년 더 영국에 머물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코로나 상황으로 모든 짐을 싸서 급히 귀국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남은 작업을 이어가며 컬렉션을 완성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론칭까지 이어졌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론칭 전 세트 스타일링·촬영 기획 등의 일을 병행하면서 정말 많은 멋진 분들을 만났다는 점이에요. 그분들이 제 작업을 믿고 도와주신 덕분에 브랜드가 훨씬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브랜드를 설명하는 키워드에 항상 ‘행복, 낭만, 여유’가 있다. 그 이유는?


A. 사실 제 개인 일상에서는 쉽지 않은, 약간 유토피아적인 단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자주 그리고 오래 붙잡고 싶었던 단어들이죠. “행복하자” “낭만이 있다” “여유롭고 싶다” 저의 소망 같은 말들이었어요.


도시에서도 이런 감정이 좀 더 자연스럽게 퍼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고, 옷을 통해 그 키워드가 현실에서 실제로 경험되길 바랐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매일,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일 수도 있지만, 제이든초의 옷을 입는 순간만큼은 그런 기분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어요. 친구들과의 디너 자리, 출근길 같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요.


[인터뷰] 조성민 디자이너


Q. 최근 컬렉션에 영감을 준 순간이 있다면.


A.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얻는 영감이 커요. 오래된 신뢰를 기반으로 어떤 생각도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다 보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점점 구체화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제 옷을 입고 있는 지인을 마주 볼 때가 있거든요. 그 사람의 어깨 각도, 자세, 조명에 비친 원단의 움직임 등을 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디테일을 발견하기도 해요. 그런 순간들이 늘 다음 컬렉션의 출발점이 됩니다.


Q. 제작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단계는?


A. 컬렉션 초반에 색의 조합을 만들때 가장 공을 들이는 것 같아요. 색이 정해지면 그에 어울리거나 어울리지 않는 텍스처를 정해 의외성과 조화로움을 만들어요.


또한 ‘현재 잊고 있던 좋은 소재’를 다시 불러오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과거 한국이 자신 있었던 실크, 제직 기술,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원단들을 다시 오늘의 시점으로 불러와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죠. 시간을 건너온 소재들이 지금 다시 현대적 감성으로 살아나게 하는 것, 그게 제이든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브랜드 내 바이 어포인트먼트와 퓨어 실크 라인을 따로 전개한다.


A. 바이 어포인트먼트는 이름 그대로 ‘약속을 기반으로 만든 라인’이에요. 고객과 저 사이의 신뢰를 전제로, 생산성과 효율을 떠나 브랜드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순도 높은 결과물을 전달하는 라인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용도에 맞춰 기존 컬렉션을 기반으로 맞춤하는 형태죠.


퓨어 실크 라인은 제 개인적인 ‘실크’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의 실크 제직 기술은 한때 세계적으로 뛰어났지만, 국내 수요 감소로 점차 사라지고 있어요. 그 부분이 늘 아쉬웠어요. 그래서 공장 사장님들과 협업해 1980년대 짜두었던 원단이나 당시 기술을 복원해 새로운 컬렉션으로 재탄생시키고 있어요. 처음에는 오래전 생산된 빈티지 실크로 셔츠 제품을 만들었고 지금은 100% 국내산 실크로 구성된 제품군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성민 디자이너


Q. 의류외에도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A. 옷을 넘어 공간·생활용품 등으로 소재의 가능성을 확장해보고 싶습니다. 여러 시즌 축적된 패턴과 원단들을 활용해 쿠션·담요 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준비 중이에요. 또 다양한 창작자, 한국의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활동 범위를 조금씩 넓혀갈 계획입니다.


Q. 해외 진출 계획은.


A. 개인적으로는 ‘조금 낯선 시장’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중 하나가 일본입니다. 한국과 가깝고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나라지만, 저는 런던과 파리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매우 낯선 곳이었거든요. 최근 여행을 통해 처음 제대로 경험해봤는데, 인상이 정말 좋았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은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신뢰가 형성되면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시장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천천히, 깊이 있게 일본 시장을 공부하며 문을 두드려보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 방식이 맞을까? 내가 가는 방향이 옳을까?” 이 질문을 계속 하며 버텨왔어요. 그런데 SFDF를 통해 ‘내 작업을 존중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제 방식대로, 더 도전적인 시도로 나아가 보려해요. 장기적으로 서울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이든초 외에 ‘언버 포스트파스트'라는 브랜드의 디렉터도 함께 맡고 있어요. 제이든초와 같은 시기에 시작한 브랜드인데, 한국의 염색·제직·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제안하는 브랜드예요. 두 브랜드 모두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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