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유통 · 늦은 정산 “알아서 척척” AI 유통 에이전트 ‘브랜드집’
강지수 기자 (kangji@fashionbiz.co.kr)
25.11.27 ∙ 조회수 434
Copy Link

중소 패션기업들이 K-패션의 주연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활동 주 무대인 ‘온라인’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 패션산업의 무게중심이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옮겨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소 패션 브랜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유통 관리의 복잡성과 판매 대금 정산 지연이다.
온라인에서 매출이 늘어나도 자금이 제때 돌아오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마다 다른 규칙과 기획전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부담은 창업자에게 과중한 스트레스를 준다. 이런 틈을 파고든 기업이 있다. ‘브랜드집(Brandzip)’은 20여 년간 패션 유통을 경험한 칸그림(대표 이민호)이 만든 통합 플랫폼이다.
국내 500여 개 패션 브랜드와 함께 성장한 유통 테크 플랫폼 ‘브랜드집’은 입점 대행 등 패션 브랜드의 온라인 유통 전 과정을 대신해주면서 동시에 ‘선정산’이라는 파격적인 정산 구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AI 에이전트 기반 유통 관리를 결합해 K-패션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에는 집이 필요하다”
‘브랜드집’이라는 이름에는 이민호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브랜드에는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 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름을 ‘브랜드집’으로 지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채널에 입점시키는 툴이 아니라, 브랜드들이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매출·재고·정산을 관리하는 ‘집’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철학은 브랜드집의 운영 구조에 잘 녹아 있다. 상품 등록, 플랫폼의 기획전 참여, 배너 디자인, 고객 상담까지 온라인 유통의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운영한다. 브랜드의 오너 디자이너나 대표는 상품 기획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복잡한 유통 절차는 브랜드집이 대신 처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가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은 매출보다 판매 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것이다. 온라인 채널은 통상 매출 발생 후 두세 달이 지나야 대금이 정산된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매출이 올라도 그것은 브랜드 입장에서 실매출이 아니다.
병목 현상 풀어주는 ‘선정산’ 시스템
적지 않은 주문 취소와 반품이 뒤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제하고 수수료까지 지불한 이후 판매 대금이 지급된다. 온라인 패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마케팅이나 상품 투자에 제때 적정한 자금을 쓰기 어려운 이유다.
이 대표는 “패션 브랜드들이 제때 돈을 받지 못하면 운영이 흔들린다. 우리는 ‘선정산’ 서비스를 도입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대형 플랫폼과 연계된 은행의 셀러론은 매출의 70% 수준만 먼저 지급하지만, 우리는 85~88%까지 정확히 맞춰 줄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브랜드집은 AI 기반의 예측 모델을 활용해 매출과 반품률을 먼저 계산한 뒤 실제 정산일보다 앞서 브랜드에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운영 편의’가 아니라 브랜드가 기획 · 생산 · 마케팅에 즉각적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단순 툴에서 AI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로
미국의 경우 매출채권 팩토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전문 팩토링 금융사들이 활성화돼 있어 현금을 확보해 생산·마케팅에 재투자하기에 용이하다. 국내에서는 브랜드집 같은 곳이 선정산 서비스로 비슷한 기능을 일부 대신하는 셈이다.
최근 공개한 ‘브랜드집AI’는 플랫폼의 성격과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단순히 다양한 유통채널들을 연동하는 영업 대행 툴이었으나, 이제는 AI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로 발전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AI FDS(Fraud Detection System, 이상거래탐지시스템)*를 개발 구현했다. FDS는 수집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결제 기록, 고객 정보, 접속 정보, 단말기 정보 등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AI가 이상거래 탐지 ~ 온라인 영업자동화까지
이는 브랜드집이 보유한 데이터 때문에 가능하다. 자체 플랫폼과 함께 영업을 대행하는 타 플랫폼들의 데이터도 모두 보유하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취소 반품 등을 고려한 반품률과 매출 예측뿐 아니라, 채널별 노출 성과를 분석하고 다음 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업무를 대신하는 수준이 아니라, 어떤 채널에 집중하고 어떤 기획전에 참여해야 하는지, 개별 상품의 매출 예측이나 신상품 예측 등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상품 등록, 기획전 대응, 매출 분석, 수요 예측, 가격·재고 최적화까지 온라인 매출과 연결된 모든 영역을 AI가 실시간으로 서포트하는 것.
온라인 매출을 위한 모든 운영·분석·영업을 자동화함으로써 브랜드사가 고연봉의 데이터 기반 영업·분석 MD를 채용한 것 이상의 효과를 경험케 한다. 이는 곧 기존의 ‘운영 대행사’에서 ‘전략 파트너’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개발 중인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명실공히 AI에이전트로서의 역할이 가능한 것이다.
해외 유통 확장, 퍼블리싱 모델로 진화
이것이 구축되면 브랜드들은 ERP를 보지 않아도 AI가 분석해 준 데이터와 가이드에 따라 모든 채널의 관리를 대신 받게 된다. 자사몰까지 70여 개의 모든 채널을 AI와의 소통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
브랜드집의 다음 목표는 해외다. 칸그림은 일본의 ‘바아이(Buyee)’ 같은 역직구대행 카트 같은 모델을 벤치마킹해 글로벌 역직구 카트를 준비 중이다. “해외 소비자가 클릭 한 번으로 한국 패션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들려 한다”라고 이 대표는 밝혔다. 이 전략은 단순한 해외 판매가 아니라 K-뷰티 산업에서 나타난 ‘퍼블리싱 모델*’을 패션에 이식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K-뷰티가 벤더와 퍼블리싱 체계를 통해 성장한 것처럼, K-패션에도 그런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 목표는 AI 기반 퍼블리싱 허브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브랜드집은 브랜드를 묶고 글로벌에 보여주는 K-패션 퍼블리셔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월 1000건 기획전 노출 통해 실매출↑
브랜드집이 가진 강점은 구체적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한 오프라인 중심 브랜드는 입점 두 달 만에 월 매출이 1200만원에서 2억500만원으로 17배 가까이 뛰었다. 또 다른 자사몰 운영 브랜드는 한 달 만에 매출이 2500만원에서 8900만원으로 3.5배 증가했다.
이는 브랜드집이 보유한 2000여 개 유통채널의 유·무료 배너 제공과, 매달 1000여 건의 기획전 노출 등을 통한 효과다. ‘노출=매출’이라는 공식은 브랜드집이 강조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단순히 입점만으로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기획전과 배너라는 노출 구좌를 확보하면서 매출로 전환된 것이다.
브랜드집은 ‘유통 대행사’를 넘어, 정산–운영–데이터–글로벌을 잇는 새로운 유형의 패션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AI 기반 퍼블리싱 허브’를 목표로 브랜드집은 K-패션 생태계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세계 무대에 나아갈지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실험대가 되고 있다.

⁎ 매출채권 팩토링 : 기업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면, 거래처(도매상·리테일러 등)로부터 외상 매출채권을 갖게 된다. 이 대금이 60일, 90일, 심지어 120일 뒤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받을 돈을 금융기관이 먼저 지급해 기업이 현금을 확보하게 해주는 제도.
⁎ AI FDS(Fraud Detection System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금융 거래와 결제 등에서 발생하는 사기 및 이상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는 시스템.
⁎ 퍼블리싱 모델 : K뷰티 퍼블리싱 모델은 화장품 산업에서 제품 기획, 제조, 마케팅, 유통 등 전 과정을 벤더사가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
강지수 기자 kangji@fashionbiz.co.kr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jpg&w=1080&q=85)


